[단독]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예산은 회당 50억원?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호화 해외 순방' 비용이 논란이 된 가운데, 올해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비용이 지난해 수준 이상으로 많이 든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 재정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운데 정상 외교 예산은 큰 폭으로 증액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올 6월만 해도 집행률이 25% 수준이던 대통령 순방 예산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후 43%로 급증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순방 비용이 1회당 50억 원에 이를 정도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20일 현재 윤석열 정부의 정상 및 총리 외교 사업 실적은 외빈 방한을 포함해 총 8회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1회(6월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국빈 방문), 한덕수 총리의 해외 방문이 1회(1월 다보스 포럼 참석)며 외빈방한 사업이 6회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잦은 순방으로 논란을 빚었던 윤 대통령이 올해는 상반기 내내 단 한 차례의 해외 순방만 한 사실이 이채롭다. 일각에서는 총선 때문에 여론이 좋지 않은 순방을 자제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상반기 정상 및 총리 외교 사업에 들어간 총비용은 69억3400만 원이다. 통상 외빈방한 사업의 1회당 비용은 1억 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6회의 외빈방한 사업에 20억 원 가까이를 썼다손 쳐도 최소 5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대통령과 총리의 각 1회 해외 순방에 들어간 셈이다.
대통령 순방 비용이 총리 해외 방문 비용보다 훨씬 큼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은 올해 1회 해외 방문으로 50억 원 예산의 상당 부분을 썼다고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드는 비용이 전 정부와 비교해 지나치다는 지적은 이미 지난해 나왔다.
지난해 11월 17일 열린 2024년도 대통령실 예산안 심의의결 전체회의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평균 200억 원 정도가 든 대통령 순방 예산이 올해 윤석열 정부에서는 578억 원이 됐다"며 "(대통령이 해외) 1개국을 가는 데 예산이 얼마인지 아느냐. 문재인 정부 때는 15억 원이 들었는데 지금은 25억 원이 든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통령실은 정상 외교 예산으로 당시 역대 최대 규모인 239억 원을 잡았다. 그것으로도 모자라자 추가 예비비로 본예산 규모를 넘는 329억 원을 편성해 총액 578억 원을 들였다.
실제 올해 대통령 해외 순방 비용은 이를 크게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윤 대통령은 6월 이후 이달 현재까지 한 차례 해외 순방을 더 나갔다. 지난 7월 8일부터 12일까지 2박 5일 일정으로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다.
그 사이 예산 집행률이 크게 달라졌다.
올해 정상 및 총리외교 사업 예산은 본예산만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81억8400만 원이다. 본예산 271억1000만 원에 10억7000만 원가량이 전년도 이월됐다. 6월 20일까지 집행된 예산 69억3400만 원은 전체의 24.6% 수준이다. 상반기 내내 한해 예산의 4분의 1 수준만 집행한 셈이다.
그런데 8월 6일 기준으로 예산 집행액은 123억6800만 원이 됐다. 예산집행률은 43.9%다. 즉 6월 20일~8월 사이에만 정상 외교에 든 비용이 69억3400만 원에서 123억6800만 원으로 불어났다. 54억3400만 원이 더 쓰였다.
이 기간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제외한 정상 외교 사업은 한덕수 총리의 베트남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국장 참석과 팜 밍 찡 베트남 총리 내외의 공식 방한이 전부다. 즉 6월 이후 늘어난 정상 및 총리 외교 행사는 윤 대통령의 방미, 한 총리의 베트남 방문, 베트남 총리 내외의 방한이다.
한 총리 일정이 1박 2일 일정의 짧은 조문이었다는 점, 외빈방한 사업의 회당 적은 비용을 고려하면, 이 기간 대부분 예산은 윤 대통령 해외 순방에 사용됐을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54억3400만 원 예산의 대부분이 윤 대통령 방미에 사용됐다고 볼 수 있다. 외교부는 정상 외교 행사의 구체적인 개별 비용 내역은 밝히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정상 해외순방 예산을 1회당 50억 원 정도로 추정하면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왜 역대 최대 순방 예산을 잡고도 이를 웃도는 예비비까지 끌어 써 578억 원을 사용했는지도 추정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총 13차례 해외 순방에 나섰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해외에 나갔다. 578억 원 전체를 단순히 윤 대통령 순방에만 집행했다고 가정할 경우, 1회당 순방 비용은 44억 원 정도다. 여기에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올해 순방 비용이 50억 원에 가까울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가정에는 무리가 있지만, 이처럼 윤 대통령 순방 비용이 역대 정부에 비해 특별히 크게 드는 게 아니라면 지난해 예산 수준을 웃도는 대규모 예비비 집행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홍기원 의원은 "대통령의 순방 1회당 비용이 지금처럼 크다면, 남은 국정 일정을 고려할 때 올해도 역대급 규모의 예비비를 정상 외교에 끌어 써야 할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며 "애초 정상 외교 예산이 현실성 없게 책정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와중에도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는 큰 예산이 들어간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56조 원이 넘는 역대급 세수 결손을 봤다. 올해 예산에서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해 큰 빈축을 샀다. 정부는 내년 예산도 역대 최저 수준 증가율로 편성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해외 순방비는 크게 증가한 셈이다. 내년에도 정상 외교 예산은 더 늘어난다. 외교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4조3194억 원을 편성했다. 올해 4조1905억 원 대비 3.1%(1289억 원) 증액됐다.
이 가운데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정상 외교 예산이 295억 원으로 책정됐다. 내년 예산이 올해 본예산(271억 원)보다 8.8%(24억 원)나 증액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3년 연속 정상 외교 예산이 본예산만으로 매년 역대 최대 기록을 깨는 셈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이날 늦은 오후 공지를 통해 "특정 시점에서의 예산 집행액만을 기초로 단순 추정한 것으로서,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외교부는 "해외순방의 경우, 방문국과의 거리 등에 따라 공군1호기 비용 등 고정성 경비에도 큰 편차가 있으며, 해외순방 및 방한 접수 공히 방문(접수) 국가, 방문의 격(국빈, 공식 등), 기간 등 가변적 요소에 따른 소요비용 편차가 상당하므로, 행사별 단가를 기계적으로 단순 추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외교적으로 적절하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올해 상반기 정상외교의 경우 "통상의 양자 방한과는 다른 다자적 성격의 한일중 정상회의 주최(4년 반 만에 재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계기 4개 아프리카 국가의 개별적 양자방한, 하반기 정상외교 일정 추진을 위한 숙소 예약 등 사전 지출이 있었다"며 올해 상반기 방한 접수가 6회가 아닌 9회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해외순방 및 외국 정상의 방한 접수 등 정상외교 예산 세부내역은 외교적 측면, 보안상 고려 등으로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공개한 적이 없다"며 "정상 외교 관련 부정확한 기사가 일부 인터넷 매체를 통해 확산되는 것은 국익 손실만을 초래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에 기초한 정정 보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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