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10월로 앞당기겠다” 이런다고 성난 민심 달래질까
“국민 주의 돌리려는 의도” 평가
“조롱” 베네수엘라 시민들 냉소
대선 부정선거 논란이 이어지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올해 성탄절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2일 TV에 출연해 “9월인데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느껴진다”며 “올해 여러분에게 경의와 감사를 표하기 위해 크리스마스를 10월1일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은 지난 7월 베네수엘라 대선 이후 개표 결과 조작 의혹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친여당 성향의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와 대법원은 개표 뒤 ‘마두로 대통령의 3선 성공’을 공표했으나,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이끄는 야권은 자체 확보한 득표율 자료를 바탕으로 야권 대선 후보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의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부정선거 의혹이 커지자 베네수엘라 전역에선 투명한 개표 결과 공개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1260명이 구금되고 23명이 숨졌다. 수사 당국은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에게 내란음모와 권력 찬탈 등 혐의를 적용해 체포에 나선 상태다.
외신들은 마두로 대통령의 이번 조치가 부정 선거 논란에 대한 분노로부터 국민의 주의를 돌리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국가의 민주주의가 엉망이 된 상황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명절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다”며 “국내외에서 광범위한 비판을 받는 그가 베네수엘라인들의 관심을 돌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베네수엘라 시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카라카스의 시민 호세 에르네스토 루이스는 AP통신에 “돈도 없고 정치적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크리스마스가 일찍 올 것이라고 누가 믿겠나”라고 말했다. 마라카이보의 버스 운전사인 마르코는 이번 발표가 현 정권 아래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조롱”이라고 NYT에 말했다. 그는 10월 크리스마스가 마두로 대통령과 “우리가 더 가난해진 결과 더 부유해진 정부 구성원들에게만 좋은 소식”이라고 덧붙였다. 언론인 펠릭스 데 베두트는 “독재자의 망상”이라고 지적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성탄절 시기를 앞당겼다. 그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를 자임하며 정권을 잡은 2013년에도 성탄절을 11월로 앞당겼다. 2019년부터는 매년 성탄절 공식 시즌을 앞당겨 시작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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