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개방 40년 역사 최대 위기 봉착"-NYT
성장 낮아지며 중국 기업의 세계 시장 비중 축소
"서방의 편파적 왜곡" 반박하나 청년 실업 심각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부동산 경제 붕괴와 소비 지출 감소로 중국 경제가 40년 전 개방 경제로 돌아선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의 견인차로 여겨지던 2004년 중국인들의 경제 인식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5년 전에 비해 소득이 늘었다는 답변의 비율이 2014년에 77%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응답은 39%로 떨어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사그라지고 있다.
중국은 몇 년 전 부동산 부문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를 개혁하기 시작했다. 당시 부동산 부문은 개인 저축과 금융 및 지방 정부 재정을 장악했었다. 그러던 부동산 부문이 위기에 처했다. 개발 회사들이 막대한 부채를 남기고 도산하면서 투자 부진이 이어졌고 지은 아파트가 팔리지 않은 채 버려지고 일자리가 줄었다.
성장에 익숙한 중국인들 침체 지속에 위축
쓰촨 성에서 2006년 광고판과 포스터 제작업을 시작한 셰리 양은 몇 년 만에 직원을 16명까지 늘렸고 그의 인쇄기는 쉴 틈 없이 돌았다. 그러나 지난 7월 주문이 전년보다 70% 줄어들면서 직원을 6명으로 줄였다.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소비 지출이 여전히 취약해진 상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올 봄 국내 온라인 쇼핑 매출이 1% 줄었다고 밝혔다. 중국의 영화 매출도 지난해 대비 올여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미 농업부는 지난달 경제 압박을 받는 중국인들의 돈육 구매가 줄고 보다 가격이 싼 소고기 구매가 늘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시장에 달려들던 서방 기업들이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프랑스 사치품 그룹 LVMH의 화장품 회사인 세포라가 지난달 “시장 상황의 어려움”을 이유로 감원한다고 밝혔다. IBM은 중국내 연구 개발 센터 2곳을 폐쇄했다.
부동산 과잉투자 부채 9396조 원
중국 정부가 위기를 느끼고 시장과 경제 데이터를 규제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최고치를 기록하자 발표를 막았다. 뒤에 발표를 재개했으나 새로운 방법론을 적용해 실업률 수치를 낮췄다.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당국자들이 경제학자들이 중국 경제와 1980년대 일본의 부동산 붕괴사태를 비교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그러나 중국의 과도한 부채는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부동산 기업들의 도산이 연쇄적 피해를 낳으면서 금융기관을 장악한 중국 정부가 기업 청산을 최소로 줄이고 있다. 문제는 중국 정부도 경제가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데 필요한 자금 여력이 곧 바닥이 날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 은행 나티시스의 아태지역 경제 책임자 앨리샤 가르시아-에레로는 “금융 위기로 성장이 저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에 중국 및 해외 투자자들이 자금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폭락하고 중국 주식 시장도 미국, 일본, 인도 등 주요국 대비 침체돼 있다.
올해 중국 증권 투자액이 처음으로 순매도로 돌아섰다. 180개 중국 기업들 주식이 올해 초 증시 지수 산정 대상에서 배제되면서 중국 기업의 세계 시장 비중이 축소됐다.
신기록 갱신 수출 공급 과잉으로 수익률 떨어져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5%로 예상한다.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실제 그만큼 성장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심이 제기된다. 전기 자동차 세계 시장 장악, 배터리와 가전제품 수출로 중국의 수출이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 과잉으로 인해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부동산 부문 침체에 따른 피해를 만회하는 데는 미흡한 상황이다.
중국은 서방의 우려를 반박하는데 적극적이다. 중국 거시경제연구원 국제경제 연구소장 진 뤄팅은 지난 4월 국영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서방 매체들과 정치인들이 “중국의 단기적 경기 침체를 두고 소동을 벌인다”면서 “중국 경제의 문제와 과제를 편파적으로 과장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청년 실업 문제가 대표적이다. 6월 16~24살 실업률이 13%였으나 7월에 17%로 뛰었다.
장시성 난창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올여름 졸업한 위니 첸은 지난 3월 공무원 채용시험에 합격했으나 아직 일자리가 없다. 모든 일자리에 대한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달한다.
첸은 회계, 전자상거래, 소셜 미디어 등 분야의 민간 기업 1229곳에 응시원서를 냈다. 일부 회사의 면접을 통과했으나 보수가 “터무니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예컨대 한 회사가 제시한 초봉은 월 380 달러(약 51만 원)으로 도저히 생활을 꾸려갈 수 없는 수준이다. 다른 회사에선 대체 휴일 없이 공휴일 근무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으나 실제로는 나이트클럽 일자리였다.
첸은 자기 동급생들 대부분이 실직 상태라면서 “경제가 너무 안좋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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