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였다 늘렸다" 서울시 쓰레기통이 무슨 엿가락도 아닌데…

김하나 기자 2024. 9. 4. 10:5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경의선 숲길 쓰레기통 부재
곳곳에 쓰레기 쌓여있어
비단 이곳만의 문제는 아냐
서울시 전체 쓰레기통 부족
배경에 ‘엿가락식’ 정책 있어
늘렸다 줄였다를 반복한 것
불편을 겪는 건 시민들의 몫

# MZ세대의 '핫플'로 떠오른 경의선 숲길. 폐철도부지에 조성한 6.3㎞ 선형 공원은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경의선 숲길을 걷다보면 불편한 게 하나 있다. 쓰레기통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 그래서인지 숲길 벤치와 담벼락엔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는 경우가 숱하다. 문제는 이게 경의선 숲길만의 얘기가 아니란 점이다. 서울시 전체가 그렇다. 왜일까.

아름다운 경의선 숲길엔 쓰레기통이 거의 없다.[사진=뉴시스]

"경의선 숲길 안에 있는 (공중)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릴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것도 마음이 불편해 집에 가져가 처리했어요." 서울 마포구로 이사온 후 처음 산책을 나왔다는 20대 직장인 최나찬씨. 더위도 식힐 겸 아이스크림을 구매했지만 다 먹은 빈 용기를 버릴 곳이 마땅치 않았다. 경의선 숲길에서 쓰레기통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체 쓰레기통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8월 16일에 찾은 경의선 숲길은 산책을 나온 주민, 러닝하는 사람, 연남동 핫플레이스를 찾아 온 방문객 등 인파로 북적였다. 경의선 숲길은 폐철도부지에 조성한 6.3㎞ 선형 공원으로 마포구에서 용산구까지 이어져 있다. 특히 연남동 구간의 경우 '연트럴파크'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서울의 대표명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숲길 옆 벤치와 담벼락 위엔 '일회용 컵'이 수북하게 쌓일 때가 숱하다. '숲길 내' 어디에도 쓰레기통이 배치돼 있지 않아서다. 경의선 숲길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시 곳곳에선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공공자전거나 공중전화 부스, 변압기 위 등에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자주 이용한다는 30대 직장인 최영하씨는 "자전거 앞 짐받이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누구더러 처리하라는 건가 싶어 어이없을 때가 많다"고 꼬집었다.

쓰레기통 부족 문제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눈에도 낯설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한국에서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는데요, 쓰레기통이 없어요." 지난 3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위해 한국에 온 LA다저스 선수 제임스 아웃맨의 말이다. 그는 서울 시내를 관광하며 쓰레기통이 없는 모습에 놀라워했다.

그렇다면 서울 거리에선 왜 쓰레기통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걸까. 배경엔 서울시의 '엿가락' 정책이 숨어 있다. 당초 서울시에는 쓰레기통이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정과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길거리 쓰레기통에 배출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1995년 '쓰레기 종량제 제도'를 시행해 쓰레기통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1995년 7607개였던 쓰레기통은 2007년 3707개로 줄었다.

쓰레기통을 다시 확충한 건 2013년이다. 시민들이 쓰레기통 부족으로 불편을 호소하자 18년간 이어온 길거리 쓰레기통 감소 정책의 노선을 변경했다. 서울시는 2013년 '가로街路 휴지통 증설ㆍ관리개선 계획'을 수립하고 2015년부터 자치구가 가로 쓰레기통을 설치할 때 일부 비용을 지원했다.

쓰레기 종량제 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하면서 무단 투기자가 감소한 것도 정책 선회에 영향을 미쳤다. 2013년 4476개였던 가로 쓰레기통은 2019년 6940개까지 증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8년 1월부터 일회용 컵을 소지하고 시내버스에 탑승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버스정류장 주변에도 가로 쓰레기통을 많이 설치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특별시 시내버스 재정지원 및 안전 운행기준에 관한 조례'를 개정(시내버스 내 음식물 반입 금지)한 2018년 이후 가로 쓰레기통 설치 시 버스정류장 주변에 우선 설치를 권고해 전체 가로 쓰레기통의 53.9%가 버스정류장에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가로 쓰레기통 5380개 중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수는 2901개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서울시는 쓰레기통을 또다시 줄였다. 가로 쓰레기통 유지관리 비용, 쓰레기통 주변 무단투기 문제, 민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이유에서였다. 2019년 6940개였던 쓰레기통 수는 2022년에는 4956개로 다시 줄었다. 4년간 2000여개 가까이 감소한 셈이다.

시민들은 당장 불편함을 호소했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가 2021년 서울시민 3112명에게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전체의 73.3%가 '쓰레기통이 적은 편'이라고 답한 반면 '적정하다'와 '많은 편'이라는 응답은 각각 25.2%, 1.5%에 그쳤다.

그러자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길거리 쓰레기통을 다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말 기준 4956개인 가로 쓰레기통을 2023년 말 5500개, 2024년 6500개, 2025년 7500개로 단계적으로 늘리겠다는 거다.

서울시는 올해 쓰레기통 설치 지원 예산도 지난해(7200만원)보다 575.0% 늘어난 4억860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어 서울을 떠올릴 수 있는 디자인으로 새롭게 단장한 가로 쓰레기통을 개발하고 DDP 주변 버스정류장, 마로니에 공원 입구 등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 15곳에 시범 설치했다.

다만, 2025년에 7500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 잘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5500개여야 하는 가로 쓰레기통 수가 지금은 5380개에 머물러 있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로 쓰레기통 설치는 하반기에 이뤄진다"며 "올해 목표량을 달성하는지 여부는 내년 초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줄였다 늘렸다'를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엿가락 쓰레기통 정책은 언제쯤 짱짱해질까.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