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사망에 벼랑끝 몰렸지만…"네타냐후, 강경전략 고수할 것"
총파업 최대 노동단체는 정치성향 따라 분열…우파 결집 가능성도
"연정붕괴 몰리면 마음 바꿀 수도…조기총선시 내세울 성과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하마스에 납치된 지 근 11개월 만에 주검으로 돌아온 6명의 인질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촉발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지만, 네타냐후의 대하마스 강경 노선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나왔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인질 사망에 분노한 가족들과 시민은 물론 총파업을 선언한 최대 노동운동 단체 히스타드루트(이스라엘 노동자총연맹) 회원들까지 약 70만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인지 하루만인 2일 저녁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가 종식되어야만 가자 전쟁도 끝날 것이며, 하마스의 무기 밀수 통로인 가자지구-이집트 국경의 완충지대 '필라델피 통로'에서 병력을 철수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가 전쟁을 끝내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할 때 (하마스는) 포기할 것"이라고도 했다.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 타결을 촉구하는 대중들을 향해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셈이다.
전체 인구 1천만명 미만인 이스라엘에서 회원 수 80만명의 히스타드루트의 총파업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다. 이 단체는 지난해 네타냐후 주도의 우파 연정이 추진한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멈춰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반정부 시위 국면에서만큼은 히스타드루트도 네타냐후의 기를 꺾지 못했는데,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국민 여론의 분열을 꼽았다.
실제로 전국에 산재한 히스타드루트 회원 가운데 텔아비브 등 일부 도시 회원들은 파업에 동참했지만, 예루살렘 등 보수적인 도시의 회원들은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의 총파업 철회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히스타드루트의 총파업 영향은 미풍에 그쳤다.
또 총파업과 함께 열린 전쟁 발발후 최대 규모의 시위에서도 국론 분열 양상이 드러났다.
시위에는 주최측 추산 70만명이 참여했지만, 시위 참여자들은 대부분 지난해 사법부 무력화 반대 시위 때부터 거리로 나왔던 자유주의 성향의 시민이 대부분이다. 반면 네타냐후의 우파 연정 지지자들은 시위대가 하마스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의 꿈을 채워주고 있다고 비판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9년 네타냐후 총선 운동을 지휘했던 전략 전문가 로니 리몬은 "이런 총파업과 같은 행동은 우파 정당과 지지자들의 결속력을 강화한다. 그들은 스스로 뭉치지 않으면 나라가 통제력을 잃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총파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정부를 전복할 수 있는 것은 외부의 압력이 아니라 정부 내부의 분란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네타냐후 주도 연정 내부에서는 이런 분란이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다.
초정통파 유대교도 학생의 군 복무 면제 혜택 연장부터 '분쟁의 성지' 알아크사 사원의 규칙 변경 등이 대표적인 분란의 불씨였다.
특히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무장대원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 관련 정책 관련 내분은 네타냐후 정부를 수시로 흔들어왔다.
이스라엘 집권 연정의 내분에는 주로 전시내각에 몸담았던 야당 지도자 베니 간츠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 정보기관인 모사드, 신베트 국장 등이 등장했다.
이들과 각을 세워온 것은 네타냐후 총리지만 그 뒤에는 총리의 재집권을 가능하게 한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과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등 두명의 극우 정치인이 있다. 스모트리히와 벤-그비르 두 장관은 연정 탈퇴라는 벼랑 끝 전술로 흔들리는 네타냐후 총리를 몰아세워 왔다.
이번에도 갈란트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휴전 협상 타결의 걸림돌이 되는 필라델피 통로 병력 유지 결정 철회를 촉구했지만, 스모트리히 장관은 이를 '항복 합의'라고 비판하며 맞섰다.
네타냐후 총리는 스모트리히와 벤-그비르 등 두 명의 극우성향 장관 없이는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고려하면 그가 조기 총선이라는 도박을 감행하더라도 승산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네타냐후는 권력 유지를 위해 극우 성향 장관들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네타냐후와 함께 일했던 정치 전략가 나다브 스트로흘러는 "인질 석방 협상이 네타냐후의 연정 및 군사 전략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한, 그는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만약 내부 분란으로 연정이 붕괴 직전에 몰리면 네타냐후 총리는 조기 총선에서 과시할 수 있는 성과를 원할 수 있다"면서 "인질 석방 협상이나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무력 충돌에서 얻는 군사적 성공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로흘러는 또 "크네세트(의회)가 다시 열리고 미국에서 대선이 치러지는 10월 말, 11월 초쯤 되면 그의 상황은 더 복잡해질 것"이라며 "네타냐후는 그전에 큰 성과를 내려고 할 것이다. 그 성과가 인질 석방 협상이 될 수 있지만 현재 거론되는 조건을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며, 북쪽에서 벌어질 무엇인가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어쨌든 전쟁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네타냐후가 휴전에 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2000년대 초반 네타냐후의 수석보좌관을 지낸 아비브 부신스키는 "현시점에서 전쟁이 종료된다면 지난해 10월 7일 비극은 물론 약속했던 절대적 승리를 거두지 못한 전쟁 주도의 책임을 네타냐후가 모두 져야 한다"며 "스스로를 '미스터 안보'라고 불렀던 네타냐후가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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