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19조 시장 RPT `노크`
물질 도입·신약 개발 등 총력
2027년까지 포트폴리오 구축
SK바이오팜이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의 후속 타자로 방사성의약품(RPT)에 투자를 집중하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섰다. 방사성의약품(RPT)은 세포를 사멸시키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표적에 결합하는 물질에 탑재한 후, 미량을 체내에 투여해 치료하는 신기술이다. 기존 방사선 치료는 외부에서 방사선을 통해 암에 타깃하는 방식으로, 암 외에 건강한 조직도 파괴되는 문제가 있었는데, RPT는 암세포만 파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가 높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RPT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안정적인 제조·생산 유통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 하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RPT 영역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취급하는 특성 때문에 짧은 반감기와 취급의 복잡성, 동위원소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시장 진입 장벽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에서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 '플루빅토(Pluvicto)'를 보유한 글로벌 빅파마 노바티스는 지난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다.
플루빅토는 PSMA 표적 리간드에 치료 목적으로 주로 쓰이는 방사성 동위원소 루테튬-177(Lu-177)을 링커로 붙인 치료제다. 항체보다 작은 리간드가 암세포를 뚫고 내부로 들어가면 루테튬-177이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식으로 암을 치료한다. RPT 시장이 2031년 35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최근 일라이릴리, BMS, 아스트라제네카 등 빅파마들이 잇달아 관련 바이오텍을 인수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SK바이오팜이 설정한 차세대 모달리티인 RPT는 지난 7월 홍콩 바이오 기업 풀라이프테크놀로지로부터 후보물질인 'SKL35501'을 도입한 것으로 대장암, 전립선암, 췌장암 등 다양한 고형암에서 발현되는 수용체 단백질(NTSR1)을 타깃으로 작동한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암세포만 타깃으로 하는 만큼 항암 효과는 높고 부작용은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은 한국에서 SKL35501에 대한 전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2025년 말 이후 임상 1상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후보물질 도입에 대해 SK바이오팜은 "초반 개발 기간을 줄이고, 빠르게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RPT 시장 진입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의 RPT에 쓰일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는 악티늄-225(AC-225)으로 선정됐다. 해당 물질은 미국 기업 테라파워(TerraPower)의 자회사 테라파워 아이소토프스로부터 공급받는다. 지난달 30일 SK바이오팜의 로드맵 발표에서 최윤정 사업개발본부장은 악티늄-225를 택한 배경에 대해 "노바티스가 개발한 방사성의약품 플루빅토와 루타테라는 '루테시움-177'이라고 불리는 베타핵종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라며 "그런데 최근 더 강력하고 정밀한 치료 잠재력을 가진 알파핵종인 악티늄-225가 떠오르면서 RPT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악티늄-225의 방출 에너지는 루테시움 대비 10배가 넘기 때문에 암세포 살상력이 더 뛰어나고, 반대로 피폭 범위는 훨씬 작다"면서 "암 세포만을 특정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은 악티늄-225에 특화된 자체 RPT 플랫폼 기술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국내 유일의 글로벌 수준 방사선의학 전문 기관인 한국원자력의학원(KIRAMS)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연구에 협력하고 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미국 현지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엑스코프리의 매출이 성장 단계에 진입했고, 전체 규모도 커지면서 3분기 연속 흑자를 시연했다"며 "이를 활용해서 상업화된 제품을 추가로 도입하거나 인수해 새로운 계열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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