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충청 다음 경기남부, 아주대 응급의사 절반 사표”···연일 의료대란 경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4일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생긴 소위 의료대란과 관련해 “서울보다 지금 더 심각한 곳이 지역”이라며 “벌써 충청도부터 시작돼 곳곳에서 (응급실이) 문을 닫거나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의·정갈등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에서 물러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 출신으로서 대안을 제시해 여당 내 목소리를 키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충청지역 응급실들이 작동을 못하니) 응급환자들이 경기남부로 올라온다. 그게 아주대”라며 “아주대에서 제가 알고 있기로 14명의 응급의사들이 계셨는데 6개월 동안 사명감으로 버티다가 지치셔서 절반 정도가 사표를 냈다”고 전했다. 그는 “나머지 분들도 전부 다 사표를 내고 결국은 (응급실) 문을 닫는 게 아닌가 그게 굉장히 두렵다”고 말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 자체 파악한 응급실 운영 현황에서 전체 409곳(권역응급의료센터 44곳·지역응급의료센터 136곳·지역응급의료기관 229곳) 중 3곳을 제외한 406곳이 24시간 운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국대 충주병원, 강원대병원, 세종 충남대병원 등 3곳은 일부 운영이 정상화됐고, 주1회 진료 셧다운(운영중단)을 예고했던 아주대병원은 경기도에서 인건비 10억원 등을 투입하면서 휴진없이 정상 운영하기로 했다. 다만 여의도성모병원은 지난 3일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 야간 운영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현장과 다른 얘기”라며 “정부 고위직 방문을 위해 보여주기식으로 병원을 이렇게 보여주시는 경우가 있는데 아마도 고위직이 그런 곳을 방문하신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잘못된 보고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아마 잘 정비된 그런 병원을 방문하고 그 결과를 보고한 것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현 사태의 책임이 의사들에게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과 관련해) 1차적인 책임은 의사가 있으니까 사실은 의사는 환자 곁을 떠나면 안 되는 게 맞다”면서도 “그렇지만 원인제공이 어디에서 시작이 됐는가. 갑자기 의사들과는 전혀 상의 없이 2000명에 해당되는 증원을 하면서 이 문제가 불거졌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유예하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중재안에 대해서는 “현재 의료대란이 일어난 이유가 의과대학생들이 돌아오지 않고, 그다음에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2026년이 아니다. 2025년”이라고 말했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부터 유예해야 한다는 취지다.
의·정갈등 초기부터 목소리를 내온 안 의원은 최근 연일 인터뷰에 나서며 정부·한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전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정부를 향해서도 “책임 있는 대통령실에 있는 고위급 직급자나 장차관 등 정부 관계자분들이 응급실에 반나절이라도 좀 상주하시면서 실제 상황을 파악하신다면 얼마나 위중한 위기인지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야 당대표 회담 결과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논의는 어렵다는 공감대를 이룬 것에 대해서도 “(의료계와 협상에)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사 출신이라는 전문성을 내세워 여당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2020년 코로나 1차 대유행 당시 대구 동산병원에서 의료봉사활동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2021년에도 서울 시청·서울역 등에서 의료봉사를 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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