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외교수석 "러, 아시아 팽창 조짐 없어…北·이란 위협 주시해야"

신정원 기자 2024. 9. 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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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본 대통령실 외교수석 방한 간담회
[서울=뉴시스] 에마뉘엘 본 프랑스 대통령실 외교수석이 3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로 주한프랑스대사관저에서 진행한 한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9.03.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에마뉘엘 본 프랑스 대통령실 외교수석은 3일 러시아가 북한 등을 통해 아시아에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위협적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본 수석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로 주한프랑스대사관저에서 진행한 한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난해 11월 파리 정상회담 후속 조치와 마크롱 대통령의 내년 방한 준비를 위해 2~4일 한국을 찾았다. 방문 기간 동안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국회 관계자들을 만났다.

"러, 현재 亞 팽창 조짐은 없어…북·이란 통한 위협적 혼란은 경계"

본 수석은 '러시아가 유럽과 아시아에서 동시에 직·간접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질문에 답할 충분한 자료를 갖고 있진 않지만,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이외의 지역으로 팽창 조짐을 보이고 있진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러시아를 '수정주의 세력'으로 묘사하면서 "러시아가 아시아 지역에 전장을 구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북한, 이란을 통해 대단히 위협적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이에 러시아가 북한에 어떤 반대 급부를 제공하고 있는지,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계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국제 평화와 안정 의무에도 불구하고 파괴자로서 행동하고 있다"면서 "캅카스(코카서스), 중앙아시아, 몽골 등 지역에서 파트너들을 단속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즉 우리와 러시아가 일종의 경쟁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누구와 손을 잡을지는 각 국이 선택할 문제이지만, 우리는 국제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더욱 조직된 외교력을 발휘해 러시아가 아닌 다른 나라를 파트너로 선택하도록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佛, 북핵 위협 맞서 韓 지지…韓, 우크라전쟁서 더 큰 역할해야"

본 수석은 아울러 프랑스가 북한의 위협 맞서 한국을 지지하는 것처럼 한국도 유럽 안보에 위협이 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프랑스는 북한의 위협이 있을 떄마다 항상 한국 편에 섰다. 견고한 우방국, 파트너 국가로 이런 지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면서 "더욱이 북·러 밀착이 가속화하고 있고 우크라 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을 향한 프랑스의 이런 외교적 노력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프랑스의 입장을 지지하는 노력을 계속할 수 있고, 북한의 위협에서 프랑스가 함께 할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프랑스가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에서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한국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좀 더 우리와 함께 관여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다만 꼭 '살상무기' 지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안보적 요구사항을 잘 이해하고 있다. 각 국이 갖고 있는 가능성과 역량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이미 재정적, 정치적 지원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한국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막중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지원되도록 조율된 협력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러 위협, 핵 사용 기준점 근접…佛 핵 증강 논의는 아직"

본 수석은 최근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운용 지침 변경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아직 핵 증강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영국이 브렉시트(Brexit)로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이후, EU 내 유일한 핵 보유국이 됐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지난 3월 중국의 핵무력 확장과 북·중·러 핵 공조에 대비해 '핵무기 운용 지침' 개정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도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명시한 핵 독트린(핵 교리) 수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에 대해 본 수석은 "프랑스는 핵을 보유하는 것은 억지력 차원이다. 국가 존폐에 대한 위협을 억지하는 것"이라면서 "프랑스와 유럽 파트너국이 위협받는 경우 억지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현재로선) 핵 증강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다만 "러시아가 핵 태세와 관련해 대단히 위협적인 발언들을 이어가고 있다. 중단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벨라루스로의 핵무기 이전 등 위협이 있어 상황이 빠르게 변할 수 있다"면서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미사일 폐해 이런 것들을 볼 때 핵 사용 기준점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핵 위협과 관련한 긴장을 완화하면서도 더 완화된 수단과 방식, 즉 핵이 아닌 다른 무기로 이런 위협을 차단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언젠가 때가 되면 유럽 차원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대화를 통해 안정적인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런 차원에서 중국도 힘의 균형과 관련된 핵무기의 안정적인 관리에서 함께 협상하고 대화자로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美 대선보단 유럽이 스스로 운명 결정하는 게 중요"

이와 함께 본 수석은 11월 미국 대선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미 대선 결과가 아니다"라면서 "유럽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결정하는 것이 우리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프랑스에게 필요불가결한 파트너 국가이자 우방국이자 동맹국이다. 이런 관계를 잘 표현한 것이 '미국은 프랑스의 가장 오래된 동맹국'이란 표현"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뭘 할 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바로 지금 우리가 우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오늘도 가장 신뢰할 수 있고 강력하고 함께 관여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를 찾고 있고, 한국도 여기에 포함된다"면서 "프랑스는 한국과 같은 국가와 경험을 공유하고 투자와 혁신을 함께 이룩하며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中, 러시아와는 달라…미·중 아닌 중·유럽 관계서 협력 필요"

본 수석은 또한 중국은 러시아와 다르며, 유렵과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유럽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지도, 침략 전쟁을 벌이지도 않고 있는 점이 구별된다"며 "프랑스는 중국과 솔직한 대화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린 항상 중국에 유럽 파트너들의 이익을 존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중국이 미·중 관계 안에서 유럽과 관계를 만들기보다는 중·유럽 간 대화 안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고,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본 수석은 동시에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국제평화와 안정을 위해 동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해협 문제 등과 관련해선 "프랑스의 입장은 아주 간단하다. 국제법이 준수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간단한 원칙을 중심으로 서로 접점을 찾아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시아는 프랑스와 거리가 멀지만 주권 존중 등 간단한 원칙에 따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협력 범위를 찾아나갈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인도네시아와 군사 분야 협력을 추진했고 인도와도 더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韓과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 사법 공조 가능"

그는 텔레그램의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 사법 공조 가능성도 열어놨다. 프랑스는 지난달 말 텔레그램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를 미성년자 성범죄 및 마약 유통 방조 등 12개 혐의로 체포, 예비기소했다.

본 수석은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규제 있는 디지털 세상'이란 비전 하에 디지털 서비스 콘텐츠에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법을 마련하고 있다"며 "성범죄는 당연히 이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고, 한국과 프랑스는 사법 공조 체제가 구축돼 있는 만큼 앞으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wsh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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