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집이 보여요"…수몰된 마을이 45년 만에 물 밖으로

그리스에 극심한 폭염·가뭄 기승

사진=연합뉴스

물에 잠겼던 그리스 마을이 극심한 폭염과 가뭄에 약 45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 중부의 킬리오 마을은 1970년대 말 댐이 건설되면서 마을 전체가 인공 저수지에 잠겼다가 최근 마을 일부가 물 밖으로 드러났다. 몇 달간 지속된 폭염과 가뭄으로 저수지의 수위가 낮아지면서다.

킬리오 마을이 수몰됐을 때 다른 마을 주민들과 함께 고지대로 이주했던 요르고스 이오시피디스(60)는 "저수지의 수위가 40ｍ 낮아졌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그는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마을의 흔적이 남아 있다며 "장인의 2층짜리 집이 보이고, 그 옆에는 사촌들의 집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리스의 올해 6월과 7월 평균 기온은 나란히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그리스 전역에 걸쳐 몇 달 동안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8월에 이어 9월 들어서도 무더위와 가뭄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그리스 당국이 아테네 주변 지역이자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거주하는 아티카 지역 주민들에게 물을 아껴 써달라고 당부할 정도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전날 동부 테살리아를 방문해 그리스가 수자원 관리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물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며 "물 부족이 확실시되는 현 상황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체계적으로 수자원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