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통 펑펑 터지는 소리” 마산어시장 상가 화재…점포 28개 불타

최상원 기자 2024. 9. 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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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의 '옛 소금창고' 상가에서 심야에 불이 나 점포 28개를 불태우고 2시간만에 꺼졌다.

화재를 목격한 상인들은 "불길이 지붕을 타고 빠르게 번지면서, 전체 상가 건물에 불이 붙었다. 불길이 지붕에서 밑으로 떨어지면서 '펑펑' 가스통 터지는 소리가 계속 났다"며 "불길이 너무 빨리 퍼져서, 가게 안에 쌓아둔 물건을 하나도 빼내지 못하고 발만 구르며 지켜만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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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금창고’ 건물…대목 앞 상인들 허탈
맞은편 상가 ‘스프링클러’ 덕 피해 없어
경찰·소방 “화재원인 아직 안 밝혀져”
4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내 상가가 화재로 타 시커멓다. 창원/연합뉴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의 ‘옛 소금창고’ 상가에서 심야에 불이 나 점포 28개를 불태우고 2시간만에 꺼졌다. 영업을 완전히 마친 밤에 불이 나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추석 대목을 기대하고 제수용품을 가득 채워뒀던 상인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3일 밤 10시12분께 마산어시장 서부공영주차장과 주상복합건물 마산웰메이드시티 사이에 있는 ‘옛 소금창고’ 상가에서 불이 났다. 신고를 받은 마산소방서 등 창원소방본부는 펌프차 13대 등 소방·구급차 38대와 소방인력 104명을 동원해 4일 새벽 0시5분께 불을 완전히 껐다. 이 사고로 점포 15개가 완전히 불타는 등 점포 28곳이 피해를 봤다. 영업이 완전히 끝난 상태에서 불이 났기 때문에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지하 4층 지상 27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인 마산웰메이드시티 입주민들이 긴급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지난 3일 밤 화재로 불탄 경남 창원시 마산어시장 ‘옛 소금창고’ 상가. 이 화재로 점포 28개가 불탔다. 최상원 기자

불이 난 상가는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운영하던 소금창고로, 100년 이상 된 목조건물이다. 해방 이후 한국인이 넘겨받아, 내부에 칸막이를 설치해서 상가로 개조했다. 건물 가운데 길게 통로가 있고, 통로를 사이에 두고 점포들이 마주 보는 구조이다. 하지만 전체 면적이 300평에 가까운 982.4㎡ 건물의 지붕이 하나로 되어 있는 등 건물 기본틀은 소금창고로 사용하던 일제강점기 목조건물 그대로이다.

화재를 목격한 상인들은 “불길이 지붕을 타고 빠르게 번지면서, 전체 상가 건물에 불이 붙었다. 불길이 지붕에서 밑으로 떨어지면서 ‘펑펑’ 가스통 터지는 소리가 계속 났다”며 “불길이 너무 빨리 퍼져서, 가게 안에 쌓아둔 물건을 하나도 빼내지 못하고 발만 구르며 지켜봤다”고 말했다. 화재 원인 조사를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이들은 “조사하나 마나 화재 원인은 누전”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상가에는 건어물상, 식육점, 한약도매상, 과일가게, 종묘상 등이 입점해 있다. 상인들은 추석 대목을 맞아 제수용품 등 각종 제품을 가득 채워둔 상태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와 안전을 위해 상가 전체를 폐쇄하고 상인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ㅇ건어물 업주는 “추석 대목 장사를 하려고 냉동실에 곶감, 멸치, 오징어 등 몇천만원어치를 넣어뒀다. 전기가 끊겨서 썩고 있다. 문을 열어 물건을 빼내게 해달라”며 “우리 가게에서 불이 난 것도 아니고, 나도 피해자인데 왜 이러느냐”며 경찰에 항의했다. ㅇ과일 업주도 “불이 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가게 안에 쌓아둔 물건을 못 꺼내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2차 피해까지 떠안으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마산어시장은 여러 구획으로 나뉘어 있고, 구획과 구획 사이 통로 천장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는데, 마산어시장 전체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스프링클러가 큰 역할을 했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 3일 밤 경남 창원시 마산어시장의 ‘옛 소금창고’ 상가에 불이 나서 점포 28개를 불태웠다. 창원소방본부 제공

불이 난 상가 맞은편에 있는 해동상가는 전혀 피해를 보지 않았다. 해동상가에 있는 ㅇ상회 업주는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더니, 가게 앞 스프링클러가 물을 뿜고 있었다. 불과 5m 정도 떨어진 상가에 불이 났지만, 스프링클러 덕택에 우리 가게를 포함해서 해동상가에 있는 가게 모두 무사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옛 소금창고’ 상가는 완전히 불탔지만, 자동차 1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주변 상가로는 불길이 전혀 번지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최초 발화지점과 화재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를 밝히기 위해 정밀 감식조사를 해야 한다. 현장 증거를 훼손할 수 있고, 건물 붕괴위험도 있어서 당분간 상인들의 출입을 허용할 수 없다”며 “추석을 앞둔 상인들의 애타는 마음도 이해하지만, 화재원인 조사를 마치고 안전에도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기다려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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