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까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라…민주·혁신당, 재보선 호남 쟁탈전
“진짜로 마음이 쪼까(조금) 흔들리네요.”
지난달 30일 낮 12시30분 전남 곡성군 옥과면 농협사거리.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성큼성큼 걸으며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며 이렇게 말하는 진아무개(69)씨의 표정이 복잡해 보였습니다. 섭씨 34도에 육박하는 더위에, 좌판에서 과일을 팔고 있던 진씨는 “저리 발로 뛰고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면 서민들 마음이 돌아서죠”라고 했습니다. “곡성군수 선거에서 두 번이나 떨어졌던 조상래씨가 민주당으로 복당했거든요.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면 이번에는 뽑아주려고 했는데….” 진씨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실제 이날 옥과면 옷가게에서 만난 김아무개(60)씨, 또 다른 김아무개(55)씨도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조국 대표가 내려오니까 마음이 약간 움직이고 동요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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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일 앞으로 다가온 10·16 재보궐선거에서는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해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전남 영광군수·곡성군수를 선출합니다. 주목되는 곳은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으로 꼽히는 영광과 곡성군수 재선거입니다. 혁신당이 이 두 곳에 도전장을 내면서 처음으로 지역에서 민주당과 혁신당이 대결하는 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혁신당 의원 12명 전원은 지난달 29일 전남 영광군에서 워크숍을 했고, 다음날인 30일에는 곡성군을 누볐는데요. 조용한 시골동네에 카메라를 대동한 의원들과 기자들이 몰려다니자 “어디서 영화 찍는가”라고 말하는 시민이 있을 정도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재선거 기간에는 조 대표(영광 또는 곡성)와 신장식 의원(곡성)이 선거 지원 ‘월세살이’를 할 예정입니다. 혁신당은 호남에서의 지지도가 적지 않은 만큼 두 곳 모두, 최소한 한 곳에서는 선거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전남 지역 정당득표율은 혁신당이 43.97%,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39.38%였습니다.
혁신당이 민주당에 도전장을 내면서 영광·곡성군수 재선거는 3년 후 야당의 대선 전략을 논하는 장으로까지 커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독주를 목전을 두고 10월 지방 재보선부터 경쟁구도로 가면 진보 세력의 분화가 시작될 것”(박지원 의원)이라며 지난 총선 때 혁신당의 전략인 ‘지민비조’(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의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반면 혁신당은 재보선은 다음 달이고 대선은 공식적으로 900일 뒤라는 차이를 지적하며 “조국혁신당이 승리하면, 현 정권을 퇴출하기 위한 힘은 더 강해진다”(조국 대표)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호남에서 야당들의 경쟁이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느냐는 논쟁은 이번 재보선 선거의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영광·곡성 재선거에서 모두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분위기입니다. 전남의 한 민주당 의원은 “호남에서 이재명 대표 지지율이 높고,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정권심판 여론이 있어) 지지도가 더 크기 때문에 (혁신당은) 싸움 자체가 안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혁신당이 후보를 내는 순간 ‘지민비조’를 깬 거 아니냐”며 “민주당하고 싸우겠다는 것인데, 과거 국민의당이나 정의당처럼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영광에서는 곡성 재선거와 다른 관전 포인트도 있습니다. 지난 지방선거 영광제2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를 꺾고 전남도의원에 당선되는 등 지역 기반이 있는 진보당도 참전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9일 영광군청 앞에서 만난 이아무개(64)씨는 “진보당 사람들이 와서 한 집에 낫이고 칼이고 3개씩 갈아주제. 촌에 다니면서 고추 따주제, 물 갔다주제. 밭에 가보면 전부 진보당이여”라고 전했습니다. 농민들을 상대하는 자영업을 한다던 이씨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지난 총선 비례에서는 혁신당을 찍었고, 이번 재선거에서는 진보당을 유심히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진보당 역시 3일과 4일 영광에 광역시도당 위원장들이 모여, 재선거 승리를 위한 당무위원회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은 “이석하 후보는 영광을 한 번도 떠난 적 없고, 평생 농민회 활동을 해왔다”며 “혁신당이 아니라 진보당이 민주당을 지난번 지방선거처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냐가 이번 선거의 초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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