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토 뚫렸는데 미소 활짝?…체포영장 비웃듯 몽골까지 간 '전범' 푸틴의 속내는? [스프]
김혜영 기자 2024. 9. 4. 09:03
[딥빽]
'딥한 백브리핑 : 딥빽', 복잡한 국제 이슈를 김혜영 기자가 쉽고도 깊이 있게 설명해드립니다.
러시아는 지난달 6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본토가 외국 군대에 공격을 받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우크라이나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드론 공습까지 받았지만, 최근 공개 석상에 나타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한 학교의 공개 수업에 참석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실패로 끝날 거라고 장담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몽골로 출국하는 광폭 행보에 나섰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해 3월 푸틴 대통령에 대해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과 관련한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습니다. 몽골은 국제형사재판소 ICC의 로마 규약 당사국으로 원칙적으로 푸틴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제재를 받기는커녕 몽골에서 극진한 환대 속에 의장대 사열을 받았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기습 공격을 당한 쿠르스크라는 지역은 과거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에 대해 결정적으로 전세를 뒤집은, 러시아군의 입장에선 매우 의미가 깊은 곳입니다. 그런데 그런 곳의 일부를 점령당했다는 건, 특히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선 정치적으로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행보는 그 타격을 감추려는 일종의 정치적인 '보여주기식 행보'일 수 있습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실제 전쟁에 대한 그의 낙관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그간의 추이를 보면 러시아가 유리한 고지를 점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 그래프는 러시아가 차지한 우크라이나의 영토 비율인데, 2022년 11월 이후 비교적 최근까지도 우크라이나의 영토 18%를 차지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러시아가, 핵심 전선인 동부 전선에서도 계속 공세적으로 영토를 넓혀가던 추세였습니다.
경제 분야를 놓고 봐도, 전쟁 기간 대체적으로 러시아 경제가 우크라이나보다 '선방'한 걸 볼 수 있습니다. 이 그래픽은 브루킹스 연구소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실질 GDP를 비교한 걸 참고로 제작한 것인데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실질 GDP를, 2020년 4분기를 100 기준으로 놓고 비교해 봤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우크라이나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가 안정화되는 반면, 러시아 경제는 약간의 부침은 있었으나 성장해 온 추세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 당국이 최근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18%까지 올렸지만, 물가는 쉽사리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경제 호조가 전시경제 체제 속에 국방 지출 비중을 늘린 영향이 큰데 이건 사실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계점도 명확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숫자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나름 방어를 잘 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영향 탓인지, 러시아에서 독립적이라고 평가받는 여론조사기관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쟁에 대한 러시아 국내 지지 여론은 우크라이나에 본토 침공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2022년 이후 여전히 전쟁에 대한 지지가 높은 수준인 걸로 파악됐습니다.
게다가 지난 한 달간 우크라이나의 본토 공격이 향후 전쟁의 판세를 뒤바꿀 만한 핵심 변수가 될 것이냐, 이 부분에 있어서도 우크라이나에 우호적인 서방의 전문가들조차 확신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침공이 분명한 성과를 거둔 건 사실이지만, 이 성과가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상정하고 있는 장기적인 전략 목표를 달성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 그 여부는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이 대부분입니다.
미국 연구기관의 러시아 전문가인 마이클 코프만과 롭 리는 공동기고문에서 이번 우크라이나의 본토 공격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상당한 군을 끌어들이지 못했고,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이 전술적 성공을 전략적 또는 정치적 이득으로 어떻게 바꿀 건지 불분명하다고 했습니다.
실제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는 현지시각 1일 "적군은 우리 병사들 덕분에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면서도 "적군이 공격해 오는 주요 방면의 상황은 어렵다", "적은 무기와 병력 규모에서 우위에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기습 공격 이후 동부 전선에서의 공세를 부쩍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러시아군은 동부 폴타바의 군 교육시설을 공습해 우크라이나인 최소 51명이 숨지고 271명이 다친 것으로 우크라이나 당국은 파악했습니다. 또 현지시각 4일에는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를 공습해 어린이 3명을 포함해 7명이 숨지고 최소 38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일간 키이우포스트 등이 보도했습니다.
물론 그간 러시아가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 있었던 건 맞지만, 그렇다고 개전 초에 선언했던 전략 목표를 이뤄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건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측 모두 2022년 2월 처음 전쟁이 시작될 시점에 수립한 전략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심지어는 목표에 근접조차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결정적인 승기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전선이 교착된 지 2년이 넘었는데, 오죽하면 과거 6.25 전쟁의 고지전을 닮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마치 이 소모전에서 누가 먼저 지칠 것인가를 기다리는 것 같은 양상인데, 이런 상황 속에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는 건 단연 미국 대선, 그리고 서방이 보다 전격적인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가령 지금까지는 무기나 재정, 인도적 지원만을 해왔고 일부 인원을 파견하더라도 용병 형태로 파견을 했는데, 만약 나토에 속한 일부 유럽 국가가 직접 정규군, 그러니까 자국의 군대를 직접 파병하거나,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이 러시아의 주요 도시에 닿을 수 있는 무기 체계를 미국 등 서방이 지원한다면, 전쟁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이 많은 가운데 전문가들의 의견도 조금씩 다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딥한 백브리핑 : 딥빽', 복잡한 국제 이슈를 김혜영 기자가 쉽고도 깊이 있게 설명해드립니다.
러시아는 지난달 6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본토가 외국 군대에 공격을 받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우크라이나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드론 공습까지 받았지만, 최근 공개 석상에 나타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한 학교의 공개 수업에 참석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실패로 끝날 거라고 장담했습니다.
푸틴ㅣ러시아 대통령
적은 돈바스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을 멈추겠다는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몽골로 출국하는 광폭 행보에 나섰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해 3월 푸틴 대통령에 대해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과 관련한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습니다. 몽골은 국제형사재판소 ICC의 로마 규약 당사국으로 원칙적으로 푸틴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제재를 받기는커녕 몽골에서 극진한 환대 속에 의장대 사열을 받았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기습 공격을 당한 쿠르스크라는 지역은 과거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에 대해 결정적으로 전세를 뒤집은, 러시아군의 입장에선 매우 의미가 깊은 곳입니다. 그런데 그런 곳의 일부를 점령당했다는 건, 특히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선 정치적으로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행보는 그 타격을 감추려는 일종의 정치적인 '보여주기식 행보'일 수 있습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실제 전쟁에 대한 그의 낙관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푸틴, '이유 있는 미소'일까
이 그래프는 러시아가 차지한 우크라이나의 영토 비율인데, 2022년 11월 이후 비교적 최근까지도 우크라이나의 영토 18%를 차지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러시아가, 핵심 전선인 동부 전선에서도 계속 공세적으로 영토를 넓혀가던 추세였습니다.
경제 분야를 놓고 봐도, 전쟁 기간 대체적으로 러시아 경제가 우크라이나보다 '선방'한 걸 볼 수 있습니다. 이 그래픽은 브루킹스 연구소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실질 GDP를 비교한 걸 참고로 제작한 것인데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실질 GDP를, 2020년 4분기를 100 기준으로 놓고 비교해 봤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우크라이나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가 안정화되는 반면, 러시아 경제는 약간의 부침은 있었으나 성장해 온 추세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 당국이 최근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18%까지 올렸지만, 물가는 쉽사리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경제 호조가 전시경제 체제 속에 국방 지출 비중을 늘린 영향이 큰데 이건 사실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계점도 명확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숫자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나름 방어를 잘 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영향 탓인지, 러시아에서 독립적이라고 평가받는 여론조사기관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쟁에 대한 러시아 국내 지지 여론은 우크라이나에 본토 침공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2022년 이후 여전히 전쟁에 대한 지지가 높은 수준인 걸로 파악됐습니다.
우크라 본토 공격, 전쟁 판세에 주는 영향은? 전문가들 의견은?
미국 연구기관의 러시아 전문가인 마이클 코프만과 롭 리는 공동기고문에서 이번 우크라이나의 본토 공격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상당한 군을 끌어들이지 못했고,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이 전술적 성공을 전략적 또는 정치적 이득으로 어떻게 바꿀 건지 불분명하다고 했습니다.
이석배ㅣ전 주러시아 대사
우크라이나가 동부 전선을 강화하기보다는 쿠르스크 기습 공격을 위해 엘리트 병력, 그리고 상당 규모의 군사 장비를 빼냄으로써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전체가 무너지는 전략적 패배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러시아군으로서는 우크라이나군 핵심 병참이 집중되어 있는 포크롭스크 점령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요.
양욱ㅣ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게 결정적으로 뒤집어질 계기는 마련할 수 없는 겁니다. 우크라이나의 국력과 군사력으로는. 그게 결정적으로 만약에 미국과 나토가 정말 갑자기 막 지원을 참전해서 들어오는 게 아닌 이상은요. 지금 일단 병력 자체가 없어요. 제일 큽니다, 이게.
실제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는 현지시각 1일 "적군은 우리 병사들 덕분에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면서도 "적군이 공격해 오는 주요 방면의 상황은 어렵다", "적은 무기와 병력 규모에서 우위에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6.25 전쟁 고지전이 떠오르는 '소모전'?
물론 그간 러시아가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 있었던 건 맞지만, 그렇다고 개전 초에 선언했던 전략 목표를 이뤄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건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측 모두 2022년 2월 처음 전쟁이 시작될 시점에 수립한 전략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심지어는 목표에 근접조차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결정적인 승기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전선이 교착된 지 2년이 넘었는데, 오죽하면 과거 6.25 전쟁의 고지전을 닮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입니다.
양욱ㅣ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지금 어떻게 노력을 하더라도 우크라이나가 상실한 영토를 전부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고요. 러시아 입장도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제압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거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마치 우리 6.25에 고지전하면서 큰 전략적 의미를 확보할 수 없는 전쟁을 계속하는 것과 같은 그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거죠.
이석배ㅣ전 주러시아 대사
러시아로서는 개전 초 선언했던 우크라이나의 '비나치화', '비군사화', 즉 젤렌스키 정권 교체라는 전력 목표에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우크라이나 역시 크름 등 실지 회복이라는 목표는 현실적으로 거의 달성 불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핵심 변수는 미국 대선과 향후 서방의 지원 규모
가령 지금까지는 무기나 재정, 인도적 지원만을 해왔고 일부 인원을 파견하더라도 용병 형태로 파견을 했는데, 만약 나토에 속한 일부 유럽 국가가 직접 정규군, 그러니까 자국의 군대를 직접 파병하거나,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이 러시아의 주요 도시에 닿을 수 있는 무기 체계를 미국 등 서방이 지원한다면, 전쟁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이 많은 가운데 전문가들의 의견도 조금씩 다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혜영 기자 k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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