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성적↑, 관중↑’ 2016년 라팍 개장 후 암흑기 찾아왔던 삼성, 9년 만에 ‘라팍 효과’ 제대로 누리는 중

남정훈 2024. 9. 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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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은 2010년대 초중반 KBO리그를 지배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집어삼키는 통합우승 4연패를 달성하며 ‘삼성 왕조 시대’를 열었다. 통합우승 4연패는 과거 1980~1990년대를 지배했던, KBO리그 역사상 최강으로 일컬어지는 ‘해태 왕조’조차 해내지 못한 대위업이었다.

삼성은 2015년에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자신들이 이뤄낸 대위업에 훈장 하나를 더 추가하려 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1선발, 핵심 셋업맨, 마무리투수까지 투수진의 핵심 3명이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두산에게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내주면서 결국 통합우승 5연패는 ‘일장추몽’(一場秋夢, 한바탕의 가을 꿈)이 되어버렸다. 이는 곧 삼성 왕조 몰락의 시작을 의미했다.

프로야구 출범 후 2015년까지 삼성은 대구 시민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썼다. 해방 직후인 1948년에 개장한 시민야구장은 너무 노후되어 열악하기로 첫 손에 꼽히는 야구장이었다. 2016년부터는 새롭게 지은 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을 홈구장으로 쓰게 됐지만, 이제는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과거 다른 구단 팬들로부터 ‘돈성’이라는 비난을 들을 만큼 공격적인 투자로 유명했던 삼성이지만, 야구단 운영이 공교롭게도 2016년부터 제일기획 산하로 편입됐고, 예전만큼 투자를 하지 못하게 됐다. 자연스레 왕조를 이끌었던 주역들이 하나둘씩 팀을 떠나면서 삼성은 암흑기를 맞이했다. 라팍 개장 후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아든 게 2021년이 유일할 정도다. 삼성 왕조는 어느덧 삼성팬들에겐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철지난 단어가 되어버렸다. 왕조를
지난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찾은 야구팬들이 무더위도 잊은 채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뉴스1
그랬던 삼성팬들이 2024년 들어 라팍으로 모여들고 있다. 비로소 제대로 된 라팍 개장 효과를 보는 듯 하다.

삼성은 지난 3일 롯데와의 홈 경기에서 2만4000석이 매진되며 만원 관중을 달성했다. 2016년 라팍이 개장한 이후 8년 만이자 무려 607경기 만에 이뤄낸 평일 경기 만원 관중이었다. 올 시즌에도 하위권을 전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투타의 짜임새가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고 그 결과 시즌 내내 상위권에 위치하자 집나갔던 팬들이 돌아온 것이다. 그 덕에 지난달 14일엔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한 시즌 홈구장 1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좌석이 1만~1만3000석 안팎에 불과했던 시민야구장을 홈 구장으로 쓰던 시절엔 꿈도 꾸지 못할 100만 관중이었다.

관중들만 돌아온 게 아니다. ‘국민타자’ 이승엽(현 두산 감독)을 보유했던 삼성팬들이 그토록 그리워했던 홈런도 돌아왔다. 3일 삼성은 박병호, 전병우의 솔로포와 구자욱의 연타석 솔로포까지 솔로홈런 4방만 터뜨리며 5-1로 승리했다. 3일 기준 삼성의 팀 홈런은 158개로 10개 구단 통틀어 1위다.
팀 홈런 1위야말로 라팍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는 증거다. 삼성은 2015년 176홈런 이후 2016년부터 팀 홈런 150개를 넘어서지 못했다. 현재 KBO리그가 열리고 있는 9개 구장 통틀어 홈런이 가장 잘 나오는, 전형적인 타자 친화적 구장이지만, 삼성은 라팍 개장 후 그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올 시즌엔 다르다. 3일까지 때려낸 158홈런 중 108개가 라팍에서 나왔다. 라팍에서 세 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것도 올 시즌이 처음이다. 2016년 개장 후 9년 만에 드디어 라팍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는 셈이다.

라팍 덕분에 팀 내에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선수가 6명이나 된다. 팀 홈런 1위인 구자욱은 26홈런 중 18개를 라팍에서 때려냈고, 25홈런의 김영웅도 18개가 라팍에서 나왔다. 20홈런으로 팀내 홈런 3위인 이성규도 13개를 라팍에서 때려냈다.
지난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찾은 야구팬들이 무더위도 잊은 채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뉴스1
‘왕년의 홈런왕’이지만, 올 시즌 은퇴 기로에 놓여있던 박병호를 심폐소생해낸 것도 라팍이다. KT에서 타율 0.198 3홈런 OPS 0.638에 그치며 주전 자리도 빼앗겼던 박병호는 삼성 이적 후 타율 0.249 16홈런 OPS 0.880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박병호가 삼성 이적 후 때려낸 16홈런 중 11개가 라팍에서 나왔다.

3일 기준 삼성은 70승2무56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선두 KIA(76승2무49패)와 승차가 6.5경기까지 벌어져있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은 사실상 힘들어졌지만, 3위 LG(65승2무58패)와의 승차도 3.5경기로 벌어져있어 2위 수성은 유력한 상황이다. 플레이오프에 직행 티켓을 따낸 뒤 준플레이오프 승자와의 맞대결을 이겨낸다면 2016년 라팍 개장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가 열릴 수 있다. 과연 라팍에서 첫 한국시리즈가 열릴 수 있을까. 지금까지 분위기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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