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없고, 하는 곳도 없고… 체크스윙 비디오 판독 ‘돌겠네’

심진용 기자 2024. 9.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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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전준우가 지난달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심판이 스윙으로 판정하자 아니라는 듯 놀라고 있다. 연합뉴스


KBO는 90도로 정해놨지만
헤드·의도 등 기준도 모호


옆에서 찍는 카메라론 한계
돔 아니면 상공 촬영 난감


10개 구단 모두 동의했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시행 어려워


체크 스윙 오심 논란이 오갔던 지난달 16~18일 잠실 LG-KIA 3연전. 16일엔 LG 오지환, 17일엔 KIA 변우혁의 스윙이 문제가 됐다. 비디오 판독 확대를 꾸준히 주장해 왔던 염경엽 LG 감독은 3연전의 마지막날이었던 18일 재차 작심 발언을 했다. 염 감독은 “오지환도 변우혁도 모두 (방망이가) 돌았다. 누가 봐도 스윙”이라며 “체크 스윙 하나로 경기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부터는 체크 스윙도 비디오 판독에 들어가지 않겠느냐. KBO도 검토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호 KIA 감독도 당시 체크 스윙 비디오판독을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

찰나의 순간, 체크 스윙 여부를 정확하게 판정하기는 쉽지 않다. 타자들의 힘이 세지고 타격 기술이 좋아지면서 난이도가 더 올랐다.

힘 좋은 박병호, 스윙 짧은 정수빈…갈수록 어려워지는 판정

삼성 박병호는 KBO 리그에서 체크 스윙을 가려내기 가장 어려운 타자로 꼽힌다. 내리찍듯 방망이를 내밀었다가 아니다 싶으면 힘으로 헤드를 들어 올린다. 워낙 파워가 좋다 보니 그 과정이 순식간이다. 헤드가 어디까지 나왔는지 가리기가 어렵다. 반대쪽 극단에는 두산 정수빈이 있다. 박병호와는 반대로 스윙이 짧고 빠르다. 판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정수빈 같은 경우 방망이가 나오다가도 탁하고 거둬들이면 현장에서 잡아내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판정이 어렵다면 더더욱 비디오 판독을 도입해야 할 테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비디오 판독을 위해서는 먼저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 하고, 규정대로 판독을 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춰져야 한다. 현재로선 둘 다 존재하지 않는다.

체크 스윙 관련 규정 자체도 없다. 공식 야구 규칙에 ‘스윙’이란 단어는 12차례가 나오지만 막상 스윙을 무엇이라고 규정하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체크 스윙 규정 역시 없다. 미국이나 일본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미국 대학 야구 리그에만 “방망이 헤드 중심이 타자의 앞쪽 골반을 지나면 하프 스윙(체크 스윙)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는 관련 규정이 있다.

규정이 없다 보니 기준 잡기도 모호하다. 스윙이 타자 몸 앞으로 나왔는지, 홈플레이트 혹은 파울라인의 연장선을 넘었는지를 따지는가 하면 공이 방망이와 교차했는지, 타자가 정말 스윙할 의도가 있었는지를 보기도 한다. 오석환 KBO 심판위원장은 통화에서 “현장에서는 타자 몸 앞으로 헤드가 나왔는지를 주로 살핀다. 스윙이 90도를 넘었는지가 보통 기준이다. 홈플레이트나 파울라인을 넘었는지까지 살피기는 사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스윙이 90도를 넘었는지를 비디오 판독으로 정확하게 가려내기 위해서는 홈플레이트 기준 수직에 가까운 상공에 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 옆에서 찍는 일반적인 방송사 리플레이 화면은 각도에 따라 착시를 일으킬 수 있다.

규정 없고, 장비 설치도 난감…말처럼 쉽지 않다

지붕이 있는 고척돔이야 괜찮겠지만, 나머지 구장은 구조상 잠실 정도를 제외하면 상공 카메라 설치가 어렵다. 추가 설비가 필요하다. 역시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안전 문제에 관람 환경까지 고려해야 한다. KBO 관계자는 “구조물을 설치하려고 한다면 안전 규정 관련해서 지자체 허가를 먼저 받아야 한다. 구조물 때문에 1·3루 양편으로 시야 방해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KBO는 일단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잠실 구장 현장 조사를 계획 중이다. 1·3루 쪽에 카메라를 설치해 촬영 후 그 결과가 실제로 비디오 판독에 도움이 될지부터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관련 조사가 마무리되면 규칙위원회를 소집해 규정 제정 관련 논의에 들어간다. 구체적인 논의가 언제 시작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가능한 한 빠르게 착수한다’라는 대원칙만 있을 뿐이다.

미국이나 일본 프로야구에도 없는 새 규정이다 보니 따져야 할 게 많다. 판독에 필요한 장비를 어떤 식으로 설치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장비 설치가 제한적인 수준에서 이뤄진다면 규정 역시 그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올스타 휴식기 동안 감독자회의에서 10개 구단 감독 모두가 체크 스윙 비디오 판독에 동의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년 시즌 당장 적용은 어려워 보인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과거 조 매든 시카고 컵스 감독 등이 체크 스윙까지 비디오 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LB 각 구장에 설치된 호크아이 장비를 이용해 체크 스윙 여부를 가리거나 아예 방망이 헤드에 센서를 부착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아이디어 수준일뿐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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