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주년' 윤하 "하늘 같은 사람 못 돼도 개복치처럼은 될 수 있겠죠"
대중적 록 장르 노래 10곡 담아
“데뷔 20주년이라니 너무 중견 가수 같으니까 두 번째 스무 살이라고 생각하려고요. 다시 한 번 돌아가서 스무 살이 된다면 뭘 하고 싶을까 생각하니 많이 설레더라고요. 그래서 원 없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2004년 일본에서 가수 활동을 시작하며 히트곡 ‘혜성’ ‘비밀번호 486’ 등으로 이름을 알린 가수 윤하가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2년여 전 발표한 노래 ‘사건의 지평선’이 역주행 신화를 쓰며 축포를 쏘아 올린 덕에 올해 초엔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구 체조경기장)에서 2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단독 콘서트도 열었다.
2일 서울 중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하는 “’사건의 지평선’이 (인기곡 차트) 100위 안에 들었을 때는 ‘열심히 하니 이렇게 들어주시네’ 하며 약간 우쭐하기도 했는데 순위가 막 올라가니 좀 무서웠다”고 했다. 이어 “1위에 올라 오랫동안 상위권에 있으니 ‘여기까지는 내가 노력한 걸로 얻어지는 성과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부채감과 부담감, 초조한 마음이 커졌다"면서 "인기를 누리면서 몸값 올릴 게 아니라 어서 다음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정규 7집, 호주 여행서 아이디어 얻었죠"
윤하의 새 앨범이자 정규 7집인 ‘그로우스 띠어리(Growth Theory)’는 ‘사건의 지평선’의 인기로 뜨겁게 달아오른 머리를 식히러 떠난 호주 여행에서 시작했다. “은하수를 보러 간 건데 염수를 먹고 자라는 맹그로브라는 나무가 신비롭게 느껴져 감정이입을 하기 시작했어요. 맹그로브 나무에게 인격을 부여하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하다 보니 내가 느끼는 것들이 무척 작게 느껴졌어요. 어서 내가 해야 할 일로 다시 돌아가자 생각하며 앨범 제작을 시작하게 됐어요.”
프로듀싱까지 맡은 'Theory’ 3부작은 우주에서 시작해 2부에선 바다로 향한다. 타이틀곡은 ‘태양물고기’. 개복치의 영문명인 ‘Sunfish’를 직역했다. 그는 “연약한 물고기인 줄 알았는데 수면에서 심해 800m까지 내려갈 만큼 서식 범위가 넓고 야광처럼 빛을 내기도 한다”며 “내가 하늘 같은 사람이 되진 못해도 ‘바다의 태양’ 같은 존재는 되고자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곡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죽음의 나선’ ‘코리올리의 힘’ ‘은화’ ‘로켓방정식의 저주’ 등 심상찮은 제목의 10곡은 대부분 대중적인 록 장르 안에 있다. 1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케이스포돔 콘서트가 자극이 됐다. “케이스포돔에 입성했으니 (앨범 작업을) 한두 번 정도는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사이즈가 큰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록발라드나 리듬앤드블루스(R&B)가 아닌 록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3부작 프로젝트는 정규 6집 ‘엔드 띠어리(End Theory)’ 작업을 마친 뒤 소속사 대표의 제안에서 시작했다. 세계관 작업도 ‘사건의 지평선’이 수록된 6집 리패키지 앨범부터 윤곽이 잡혔다. 주인공은 지구와 충돌해 오는 혜성과 교신하던 소녀. 윤하는 혜성이 자신을 희생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버리자 혜성을 그리워하던 중 현실 세계로 돌아와 바다 위 절벽에서 앞으로 어느 길로 갈까 고민한다. 소녀에게 대답과 용기를 주는 것이 맹그로브 나무다. 그는 “우주에서 바다로 왔으니 3부에선 집처럼 더 작은 공간으로 이동할 것 같다”고 했다.
"과학 이야기는 하루 종일 봐도 안 질려요"
16세에 데뷔해 가수 겸 작곡가로 20년을 보내며 부침도 여러 차례 겪었다. 데뷔 7년 만인 2011년 첫 소속사와 갈등을 겪으며 독립한 뒤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앨범을 만들었으나 경제적 문제로 뿔뿔이 헤어지기도 했고, 2017년 정규 5집 ‘레스큐(RescuE)'를 내기까지 음악의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듯한 생각에 곡이 잘 써지지 않아 긴 공백을 보내기도 했다.
데뷔 20년이 지나도록 개복치처럼 부지런히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건 ‘호기심’이다. 새로운 음악 장르에 관심이 생기면 어떻게든 한 번씩 도전해 보고, 과학 분야도 전문가들의 이야기까지 찾아볼 정도로 마니아 수준이다. “중학교도 오디션 보느라 띄엄띄엄 다녔고 고등학교도 검정고시로 대신한 데다 대학에서도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어요. 음악 외엔 배우면서 즐겁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별로 없는데 과학은 하루 종일 봐도 재밌는 거예요. 탐구하는 게 제겐 노다지를 찾는 일이에요.”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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