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 도전이 불러온 활기…행복의 목소리를 접할 시간 [인터뷰]
소속사 이적 후 첫 앨범
"프로듀싱 직접, 내 생각 들어가"
"공연형 가수 되고파, 노래로 좋은 영향 주길"
그룹 샤이니 온유가 솔로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15년 넘게 몸담았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신생 회사에서 새 출발에 나선 그의 얼굴에서는 편안한 미소가 흘렀다. 입술 사이로 "행복하다"는 말이 나왔다.
온유는 지난 3일 세 번째 미니앨범 '플로우(FLOW)'를 발매했다. 회사를 옮기고 내는 첫 결과물. 온유는 직접 앨범 프로듀싱을 맡아 전곡 작사에도 참여하며 음악적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서울 모처에서 만난 그는 "처음 해보는 것들이 많았다. (규모가) 큰 회사에서는 아티스트가 직접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수 있는데, 여기서는 A&R(Artists and Repertoire, 음반 기획·곡 수급 등의 제작 업무)을 중점적으로 했다. 직접 작가님들에게 연락해서 섭외했다"면서 "어렸을 때 '유재하 가요제'처럼 내가 싱어송라이터로 활약할 수 있는 플랫폼을 원했다. 운 좋게 샤이니로 데뷔해서 그 안에서 많은 걸 배워서 이번에 많이 접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15년이면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5년이 더 흐른 시간이다. 15년 호흡한 회사라면 익숙하고 안정적이고 편할 테지만, 온유는 그보다는 "도전"이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너무 좋은 회사라서 내가 손쓰지 않아도 잘 굴러간다. 하지만 조그마한 것에서부터 내 생각을 반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특히 내가 누군지 너무 궁금했다. 아무것도 없이 혼자인 상황이 됐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일지 궁금해지면서 도전 의식이 생겼다"고 했다.
당장 혼자서 해 본 건 여행이었다. 건강이 좋지 않아 활동을 중단했던 시기에 온유는 홀로 오스트리아 빈, 일본, 미국 등을 갔다면서 "혼자 여행하는 게 처음이었는데 못 하는 게 너무 많더라"며 웃었다.
그는 "무턱대고 비엔나(빈)에 가서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있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건강을 좀 챙기고, 일본에 갔다. 후지산을 등반하고 거기서도 한 달 정도 있다가 그다음엔 미국에 가서 한 달 정도 있었다. 백팩 하나 메고 혼자 걸어 다니면서 표도 끊고 기다리곤 했다. 태풍이 올 때 신칸센 역에서 6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더라.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찾아봤던 경험"이라고 전했다.
여행 중에 알아보는 분들도 있었냐는 질문에는 "있었다"면서 "편한 마음으로 다녔기 때문에 알아보시면 '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곤 했다"고 답했다.
여행을 다녀와서 온유 마음속에 자리 잡은 신념 하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앨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플로우'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 온유의 흐름을 그린 앨범이자 그의 변화와 시도, 그리고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고스란히 담아낸 앨범이다. 타이틀곡 '매력'을 비롯해 '홀라(Hola!)', '마에스트로',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Shape of My Heart)', '월화수목금토일', '포커스(Focus)'까지 총 6곡이 담겼다.
온유는 "'플로우'가 흐른다는 뜻이지 않냐. 예전부터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전 앨범인 '서클(Circle)'도 누구든 힘들고 좋은 시기가 있는데 그게 순환하듯 쳇바퀴처럼 굴러간다는 걸 표현했다. 흐른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더라. 가장 중요한 주제를 '서클'에서부터 찾아온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듀싱을 맡은 앨범이 처음이라 생각이 엄청나게 많았다"면서 "항상 어디서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 내 이야기를 잘 담아냈다고 얘기할 때가 별로 없었다. 늘 아쉬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앨범부터 프로모션, 콘서트 진행까지 내 생각과 기조가 무조건 들어가 있다"며 강한 만족감을 표했다.
회사를 옮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공연형 가수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매력'은 업비트 팝 넘버 곡으로, 무겁지 않게 듣기 좋은데 이 역시 공연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온유는 "공연에 오신 분들이 신나서 같이 따라 하며 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멜로디의 곡을 택했다"면서 "공연하고 싶어서 팬 콘서트 등도 빨리 진행해 가고 있다. 앨범도 4~5개월 만에 나온 거다. 또 이다음 앨범도 슬슬 준비할까 생각 중이다. 공연이 너무 하고 싶다. 나의 브랜드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말도 회사에 했다"며 미소 지었다.
밝게 웃는 모습을 보니 건강은 온전히 회복된 듯 보였다. 온유는 "정말 많은 분이 기다려주셨다. 처음에는 빨리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흐름에 맡기고,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일단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니 금방 (건강이) 돌아오게 되더라"고 털어놨다.
쉬는 동안 큰 힘이 되어 준 건 샤이니였다. 인터뷰 당일에도 온유의 손가락에서는 샤이니의 우정 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온유는 "자국이 생길 정도로 끼고 다닌다. 스케줄 할 때도 다 낀다"며 반지를 내보였다.
그는 "쉬면서 멤버들의 소중함을 너무 크게 느꼈다. 그렇게 기다려주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멤버들과 회사에서 힘써주시는 분들, 팬분들 모두 막연한 시간을 기다려주신 거지 않냐. 어떠한 답도 내놓지 못하고 막연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나도 충격에 빠져있었지만, 이분들도 많은 고민과 생각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내가 할 수 있는 걸 잘 영위해 나가면서 돌아갔을 때 더 좋은 걸 많이 보여드리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버텼다. 멤버들이 먼저 '형 여행이라도 갔다 오는 게 어때?', '쉬면서 안정을 찾고 마음을 잘 가다듬는 건 어때?', '우린 언제든 기다릴 거니까 언제 돌아와도 괜찮다'고 얘기해준 게 많이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건강하게 돌아온 온유가 그 어느 때보다 반갑다. 이제는 그의 목소리를 만끽할 시간이다. 과거 종현과 보컬 레슨을 받으며 선생님으로부터 "너는 절대 메인보컬이 될 수 없다"는 말까지 듣는 등 '목소리' 트라우마를 겪었다는 온유는 이제 자신의 최대 장점으로 당당하게 "목소리"를 꼽았다.
"사실 가수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게 운이 좋았던 걸 수도 있지만, 전 노래하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 쉬면서도 '내가 앞으로 뭘 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결국엔 노래였어요. 이거 하나만은 끝까지 가져가고 싶다고 생각했죠. 제 노래로 많은 분이 좋은 영향을 받고 좋은 쪽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되려 제가 위로받고 회복이 되기도 했고요."
"목표요? 샤이니로서는 어쨌든 모두의 화합인 것 같아요. 때에 따라 싸울 수도 있고, 좋은 것들을 함께 나눌 수도 있겠지만 서로 너무 좋은 자극제라 같이 했을 때 그만큼 시너지가 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솔로로서는 그런 샤이니 활동에 누가 되지 않고 싶어요. 또 저 스스로가 좋아하는 제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공연한다는 것에 포커싱이 돼 있기도 해요. 할 수 있는 걸 점점 더 해 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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