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韓 기업들, 믿고 투자하라”는 인도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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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이 디스플레이 산업을 육성하려는 인도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인도 정부의 공식 투자 촉진 기관인 '인베스트 인디아'의 임원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 300여명 앞에서 "인도가 머지않아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수요의 18%가량을 담당할 것"이라며 "한국 같은 글로벌 리더가 성장 잠재력이 큰 인도 디스플레이 산업에 기술을 전수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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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이 디스플레이 산업을 육성하려는 인도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디스플레이 비즈니스 포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인도 정부의 공식 투자 촉진 기관인 ‘인베스트 인디아’의 임원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 300여명 앞에서 “인도가 머지않아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수요의 18%가량을 담당할 것”이라며 “한국 같은 글로벌 리더가 성장 잠재력이 큰 인도 디스플레이 산업에 기술을 전수해달라”고 했다. 인도 중앙정부가 투자액의 절반을 대고, 주정부가 추가 보조금 20%를 제공한다는 전폭적인 지원책도 제시했다.
이 같은 구애의 중심에는 인도 최대 에너지 자원 기업인 베단타가 있다. 베단타는 작년부터 200억달러(약 27조원)를 들여 인도 정부와 자국 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 생태계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베단타는 지난해 인도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한국을 찾아 국내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50곳에 인도 내 첫 디스플레이 공장 설립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그중 11개 업체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베단타 총괄사장은 “한국에서 사양되고 있는 LCD(액정표시장치) 산업은 인도에선 여전히 유망해, 우리와 함께한다면 한국 디스플레이 소부장 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더 이상 LCD 패널을 만드는 기업이 없어 일손이 남는 소부장 업체 입장에선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다.
그러나 베단타가 본격적으로 LCD 사업을 해보겠다고 인수한 아반스트레이트의 상황을 보면 이들의 진정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베단타가 지분 98.2%를 보유한 LCD 유리기판 업체 아반스트레이트는 한국과 대만에 생산 법인을 두고 있는데, 아반스트레이트코리아는 경영난으로 1년째 공장이 셧다운된 상태다. 작년엔 전기료도 수개월간 내지 못해 전기 공급마저 끊겼다. 자체적으로는 회생이 불가능한 아반스트레이트코리아 측은 “모회사인 베단타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진행되고 있는 지원은 없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베단타의 투자 계획을 믿고 아반스트레이트와 거래해 온 국내 협력사들은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한 채 1년 넘게 수십억원어치의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와 국내 협력사들은 올 초부터 아반스트레이트코리아를 상대로 공장 압류까지 걸었다. 피해 기업들은 “지원을 재개하든 사업을 정리하든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베단타 측은 기자의 문의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고, 코트라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이끈 한국 사절단이 작년 9월 베단타 초대로 인도를 찾아 투자를 모색한 내용만 언급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베단타 사례로 인도에 투자하기가 망설여진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도가 강조하는 협력이 아닌, 기술만 넘기고 회사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인도는 성장 잠재력이 큰 중요한 시장이다. 현대자동차나 LG전자 등이 인도법인을 현지에 상장하며 육성하려는 것도 성장성을 높게 평가해서다. 그러나 진정한 협력을 이루려면 달콤한 약속 이후 신뢰를 쌓아가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국내 기업들과의 신의성실을 지키지 않는 행태가 이어진다면, 인도가 약속한 투자 러브콜은 공수표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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