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세계경제과학도시연합 창립과 대전시의 미래
어제부터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세계경제과학도시연합'(도시연합) 창립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대전시가 지난 2년 동안 미국의 시애틀과 몽고메리, 독일의 도르트문트, 스페인의 말라가 등 혁신적인 과학기술로 유명한 외국 도시들과 함께 추진해 온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도시연합의 영어 명칭은 '지니(GINI : Global Innopolis Network Initiative)'인데, 디즈니 만화영화 알라딘에 나오는 램프의 마술 요정 지니(Genie)와도 비슷하다.
대전시는 그동안 외국의 과학기술 선진도시들과 양자적인 교류·협력을 해 왔는데 이번 도시연합을 통해 여러 도시가 함께 참여하는 다자적인 차원의 국제협력 모델로 발전시키려 한다. 이는 개별 도시의 과학기술 개발이 연구 활동을 넘어 지역경제 발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각 도시의 노력을 모아 다자 차원의 협력으로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는 통찰에서 비롯된 것이다. 창립식과 병행해 '글로벌 테크비즈데이' 행사도 개최됐는데, 대전에 위치한 5개 산학연이 공동 주관으로 포럼과 세미나를 통해 외국 도시들과의 기술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교류의 장이 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 인공 태양이라 불리는 K-STAR, 우리를 세계 7대 우주 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누리호 등 대한민국의 혁신 성장을 이끈 눈부신 연구 성과들이 과학도시 대전에서 잉태됐다. 이를 토대로 대전은 유엔 산하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매년 평가하는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세계 3위, 아시아 1위 도시를 차지하기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전시는 반도체, 바이오, 우주항공, 국방, 로봇, 양자산업 등 4차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해 나갈 미래 핵심 산업을 집중 육성해 '과학으로 행복하고, 과학으로 풍요로운' 일류경제 도시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전의 밝은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는 이면에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지구촌 구성원들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들도 많이 있다. 기후변화, 팬데믹, 환경·에너지·인구 문제 등 인류가 당면한 공동의 문제들은 한 국가나 도시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도시 간 연대를 통해 과학기술에 기반한 혁신 정책을 추진하고 이 문제들에 공동 대응해 나갈 때 우리 세대가 지구촌에서 누려온 평화와 번영을 다음 세대에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연합'이라는 명칭이 다소 구시대적인 느낌을 줄 수 있으나, 실제로 GINI의 조직이나 운영방식을 살펴보면 상당히 혁신적이다. 참여하는 주체가 도시의 공기관에 한정되지 않고 대학, 연구소, 기업 등 민간 부문까지 확대돼 민관협업의 플랫폼으로까지 기능하게 된다. 기구를 이끌어 가는 회장 역할도 특정 또는 일부 도시가 독점하거나 책임지지 않고 회원 도시들이 돌아가면서 맡게 된다. 아울러 공동사업도 도시문제 해결, 과학기술 산업 발전, 지역기업 육성 지원 등 현실적인 목표로 추진해 도시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다.
대전의 꿈은 과학기술과 경제의 중심지를 넘어, 종합적이고 포용적인 혁신도시로 성장하는 것이다. '세계경제과학도시연합' 창립은 대전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세계 초일류 경제과학 도시로 탈바꿈하는데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아울러 연합 회원 도시들은 GINI의 공동 비전과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가 당면한 공동 과제를 해결하는 데도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2022년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를 개최하고 기구 의장을 역임한 대전시의 국제역량이 한층 강화되고 대전시의 주도로 태어난 GINI가 알라딘의 마술 요정 지니와 같이 회원 도시들의 소원을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박영규 대전시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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