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배우들 딥페이크 ‘성적 허위영상물’ 폭증, 연예계는 칼 빼드는 중[이슈와치]
[뉴스엔 이슬기 기자]
최근 한국에서 여성 얼굴이나 신체에 음란물을 합성하는 딥페이크(불법 합성물) 성범죄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연예계도 몸살을 지독하게 앓고 있다. 경찰이 텔레그램 법인 내사에 착수하고 강력한 수사를 선언하자, 스타들도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목소리를 내는 중. 제대로 간 칼 날에 "선처 없는 법적 조치"가 선언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는 지난 5월 유명 연예인의 얼굴을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포르노 영상과 합성, 유포된 '성적 허위 영상물' 총 4,691건에 대해 시정요구를 의결한 바 있다.
당시 방통심의위는 "해외 음란 사이트 등에서 K-POP 아이돌 등 연예인의 '성적 허위 영상물' 유포가 증가함에 따라,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중점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3,745건 증가한 4,691건을 시정요구 의결했으며 이는 약 400% 폭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유명 연예인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성적 허위 영상물'도 확인되는 등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영상물 유포 증가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 사이버보안 업체인 시큐리티 히어로가 최근 발표한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딥페이크 성착취물 사이트 10곳·영상물 9만5820건을 분석한 결과 전 세계 유포된 딥페이크 음란 합성물 등장인물 중 53%가 한국인에 해당했다. 한국인 딥페이크 피해자 대부분은 가수와 배우 등 연예인이었다.
이에 연예인들은 더 이상 딥페이크 범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먼저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는 6월 "아티스트의 국적 및 외모 등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게시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게시물과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댓글을 작성한 자들을 고소장에 전부 포함했다"고 알렸다. "특히 아티스트의 초상을 합성해 허구의 음란성 사진을 유포 및 판매하는 등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행위를 한 자들의 범죄행위에 대해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그 중 일부는 1심 판결에서 형사처벌이 결정되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권은비가 속한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 측은 7월 "당사는 권은비에 대한 무분별한 명예훼손, 모욕, 성희롱, 허위사실 유포, 악의적 비방 등 악성 게시물 게시, 아티스트의 초상을 합성해 허구의 음란성 사진을 유포하는 행위를 한 자들의 범죄 행위에 대해 다수 게시물을 취합해 1차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룹 트와이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8월 "당사는 최근 당사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AI 기반 합성) 영상물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이며 현재 관련 자료를 모두 수집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YG엔터테인먼트는 9월 2일 공식입장문을 통해 "당사는 소속 아티스트들과 관련, 부적절한 딥페이크(AI기반 합성 영상물)제작물이 제작 및 유포되고 있는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광범위하고 악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해당 불법행위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불법 영상물을 삭제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형사절차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당사는 아티스트의 인격과 명예에 심각한 위해를 미치는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경하고 엄정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여자)아이들, 라잇썸, 나우어데이즈 등이 소속된 큐브엔터테인먼트는 9월 3일 공식 채널에 아티스트 딥페이크 확산에 대한 대응 안내문을 게재하면서 현재 해당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자료 수집 중에 있으며, 딥페이크 제작자 및 관련 유포자에게는 선처없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딥페이크에 몸살을 앓는 건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박규영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는 9월 3일 "최근 박규영 배우를 대상으로 딥페이크(AI 기반 합성 영상물) 제작물이 불법 제작 및 유포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당사에서는 엄중히 대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이 퍼지고, 공유되는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은 3일 동아시아 지역 관계자의 공식 이메일 서한을 방심위에 보내 "최근 한국 당국이 저희 플랫폼에서 불법 콘텐츠를 다루는데(with handling illicit content on our platform)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알게 됐다"라면서 사과의 뜻을 밝혔다.
텔레그램 측은 "그 동안 한국 당국으로부터 접수된 신고를 성실하게 처리하고 있었기에 현재와 같은 상황 전개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양측 간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사과한다"라며 "한국 사용자들에게 텔레그램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방심위와 신뢰관계 구축을 희망한다"라고 소통할 의지를 드러냈다.
텔레그램 측은 방통심의위의 기존 텔레그램 이메일이 신고한 콘텐츠가 삭제됐는지 즉각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새로운 전용 이메일을 공개하기도.
이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그동안 세계 각국으로부터 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요구받아온 텔레그램 측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매우 전향적인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최근 발생한 사태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향후 협력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현 사태 해결에 큰 물꼬가 트일 것으로 평가된다"라며 "이번에 열린 전용 이메일을 시작으로 핫라인을 구축해, 본격적 현안 해결은 물론, 디지털 성범 죄영상의 궁극적 퇴출을 위한 공고한 협력 관계를 다져나가기를 기대한다"라고 했다.
뉴스엔 이슬기 rees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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