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카드 마당쇠 예고…가장 쌩쌩한 나균안, 속죄하며 5강행 필승카드로 거듭날까
[OSEN=조형래 기자] 다른 투수들과 비교하면 가장 쌩쌩한 체력을 갖고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26)은 속죄하면서 5강행 필승카드로 활약할 수 있을까.
올 시즌 롯데의 시즌이 수월하게 풀리지 않은 이유는 선발진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아서다. 시즌 내내 구상했던 선발진이 돌아가는 팀은 몇 안되지만 롯데 역시도 토종 선발진이 말썽이었다. 4선발까지는 최소한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는데 시즌 초반, 아니 시즌 시작 전부터 어긋났다. 4선발 역할을 해줘야 했던 나균안은 2차 스프링캠프 도중 개인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구단 안팎을 어수선하게 했다. 개막 후에도 나균안은 기회를 받았지만 좀처럼 제 몫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6월 25일, 사직 KIA전 선발 등판을 앞두고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선발 전날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술자리에 있던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됐다. 롯데 구단은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선발 투수를 교체하려고 했지만 규정상 불가했다. 그대로 선발 등판에 나섰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1⅔이닝 7피안타(1피홈런) 6볼넷 8실점으로 난타 당했다. 마운드를 내려올 때 격려의 박수보다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나균안은 민심을 잃었다.
기회를 준 구단과 김태형 감독의 신뢰까지 져버린 행위. 나균안은 구단 명예 실추와 자기 관리 부족 등의 근거로 30경기 출장 정지와 사회봉사 40시간의 구단 자체 징계를 받았다. 8월 중순 징계가 해제됐지만 8월 초부터 대표이사의 승인 아래 개인 훈련을 진행했고 징계 해제 이후 2군 훈련에 합류했다.
나균안은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청소년대표팀과 연습경기에서 2이닝 2실점을 기록했지만 패스트볼 구속은 최고 146km를 찍으며 몸 상태는 정상임을 확인했고 9월 확장 엔트리와 함께 1군에 복귀했다.
1군 복귀와 동시에 1일 잠실 두산전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연장 11회 등판해 끝내기 위기를 극복하는 등 2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챙겼다. 김태형 감독은 이날 복귀전 피칭에 대해 “본인이 가장 부담을 가졌을 것이다. 사실 그 전에 한 번 등판 타이밍을 봤는데 부담을 느낄까봐 김강현을 올렸다”라며 “뒤에 나가서 너무 잘 던져줬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나균안의 활용 방안에 대해 선발이 아닌 불펜 마당쇠로 중용하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앞으로 이기는 상황에서 선발 뒤쪽에 붙일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필승조 기용도 가능할 거 같다. 원래 그렇게 던지는 투수 아니었나”라며 “나균안이 오면서 이기는 경기 승리조 뎁스도 두터워졌다. 이제는 승리조 투수들을 안배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나균안에게 마당쇠는 그리 낯선 역할이 아니다. 2022시즌 8월부터 선발 투수로 정착했지만 그 전까지 나균안은 전천후 만능카드였다. 롱릴리프부터 추격조, 필승조, 마무리 등 역할을 가리지 않고 등판했다. 나균안은 이 역할을 나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2022시즌 나균안은 39경기 등판했고 선발로 13경기 나섰다. 117⅔이닝 3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3.98의 기록을 남겼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4.16, 구원 평균자책점은 3.69를 기록했다.
불펜에서 다방면의 역할을 하느라 연투 경험 자체가 많지는 않지만 현재 나균안은 불펜에서 연투는 물론 김태형 감독이 원하는 마당쇠 역할을 해줘야 한다. 당장 롯데 불펜의 피로도는 높은 편이다. 김상수 구승민 등 필승조의 등판 빈도가 많은 편이다. 헐거운 불펜진 탓에 필승조 투수들에 쏠리는 부담이 컸다. 이 부담을 나균안이 덜어줄 수 있다.
징계에서 돌아온 나균안은 현재 가장 쌩쌩한 투수다. 사실 나균안은 2021~2023년까지 3시즌 동안 선발 불펜 가리지 않고 롯데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고 국제대회까지 소화했다.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었는데, 약 두 달 가량의 징계로 마운드를 비우면서 역설적으로 휴식의 기간이 됐다.
이제 나균안은 쌩쌩한 체력과 어깨로 팀에 속죄하며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 이미 김태형 감독은 만능카드로 활용할 뜻을 밝혔고 1일 두산전에 이어 3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나균안이 나섰다. 1-3으로 끌려가던 8회 선발 찰리 반즈의 뒤를 이어 등판했지만 아웃카운트 1개를 잡은 뒤 구자욱에게 솔로포를 얻어 맞았다.
투구수는 9개만 기록한 상황. 롯데 벤치는 곧바로 나균안을 내렸다. 앞으로 이어질 KT, 삼성, SSG와의 사직 4연전에서 좀 더 활용하려는 복안으로 풀이할 수 있다.
"몸 상태는 좋고, 몸 상태가 안 좋아도 내가 할 걸 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거 따질 여유가 없기 때문에 팔이 부서질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진 나균안이다. 속죄하는 나균안은 정말 롯데 5강 도전의 필승카드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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