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전 10연승 고려대 주희정 감독은 ‘still hungry’

조원규 2024. 9. 4.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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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준비했던 공격의 40%만 나왔다
김태훈, 윤기찬 ‘파이터 기질’고마워
더 강한 멘탈과 더 강한 집중력 필요해

 

“라이벌전 10연승이 쉽지 않다. 선수들에게 고맙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주희정 감독 복귀 후 고려대가 달라졌다. 강력했던 수비가 살아났다. 지난 7월 상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40회 MBC배 대학농구. 5경기를 치른 고려대의 평균 실점은 49.1점이다. 50점을 넘지 않았다.  라이벌 연세대와 결승전도 57점만 허용했다.

9월 2일, 고려대가 다시 한번 라이벌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적지에서 열린 ‘2024 KUSF 대학농구 U-리그(이하 대학리그)’ 연세대와의 경기다. 사실상의 결승전이 될 가능성이 큰 경기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이겼다. 3쿼터 9점 등 연세대 공격을 56점으로 봉쇄했다. 이 경기 전, 연세대의 대학리그 평균 득점은 83.9점이었다.

주 감독은 “수비는 기본기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유지를 했지만, 공격은 일본이나 프로팀과 연습경기에서 했던 것의 40% 정도만 나왔다”라며 “수비도 기본은 맨투맨이다. 그런데 그 틀을 벗어나서 변칙 수비를 계속하게 되니 선수들이 그것에 더 익숙해진 것 같다. 수비는 1대1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박스아웃도 지적했다. “상대는 외곽슛으로 승부를 보는 팀이다. 외곽슛은 1쿼터부터 4쿼터까지 내내 들어가지 않는다. 성공률 40%가 나오기 힘들다. 그래서 외곽 수비들이 더 철저하게 박스아웃을 하라고 주문했는데 그 부분을 많이 놓쳤다”고 했다.

 

▲ ‘안이한 플레이’와 ‘서 있는 플레이’
공격은 “안이한 플레이”와 “서 있는 플레이”를 지적했다. “(문)유현이나 (이)동근이가 더 손쉽게 (공격을) 해줄 수 있는데 안이한 플레이를 하면서 턴오버가 나왔다”는 것이다. 주 감독이 보는 문유현과 이동근은 대학 최고의 선수들이다. 지금에 만족하면 안 되는 선수들이다. 그래서 더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고려대는 이날 14개의 턴오버를 기록했다. 전반은 5개로 비교적 관리가 잘 됐다. 3쿼터 이후에 9개가 나왔다. 공이 없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적었다. 속공도 3개에 그쳤다. 연세대(7개)보다 4개 적었다. “속공이 2~3개 정도 더 나올 수 있었는데 템포가 죽었다. 공을 가진 문유현, 석준휘 외에 나머지 선수들이 뛰는 농구를 안 했다”는 것이 이유다.

4쿼터 중반 이후 지역방어 공략도 불만이다. 코너에서 윙이나 탑으로 공이 나오면, 슛 아니면 돌파를 하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서서 공을 돌렸다. 던져야 할 타이밍에 던지지 않았다. 선수들이 아직 어리다. 패스 게임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돌파를 많이 하라고 했는데 그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패스 게임은 앞으로 코칭스탭의 숙제”라는 말도 덧붙였다.


“결승에 올라가는 팀, 우승하는 팀은 내외곽 공격이 조화를 이루고 다양한 패턴을 구사하는 팀”이라는 것이 주 감독의 생각이다. 득점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선수들에게 강조해 왔다. 공 없이 움직일 때, 슛이나 돌파를 할 때, 패스할 때를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길 바라고 있다.

 


▲ 김태훈, 윤기찬의 파이터 기질

고려대 1학년 김정현다니엘은 과거 인터뷰에서 “(주희정) 감독님이 준형이 형 없는데도 칭찬을 엄청 많이 했습니다. 박준형 같은 선수만 있으면 된다고…”라는 말을 했다. 박준형은 고려대에서 가장 파이팅 넘치고 궂은일을 많이 하는 선수다. 주 감독은 김태훈과 윤기찬이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며 흡족해했다. “기찬이, 태훈이가 굉장한 파이터 기질로, 승부 근성으로 상대를 제압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주 감독은 “김태훈은 부상 공백이 있었다. 복귀 이후로 몸의 밸런스, 코트 밸런스를 잡는 것이 완전하지 않다. 그래서 2쿼터까지 휴식을 많이 줬다”고 했다. 에너지 넘치는 김태훈의 3쿼터는 완벽했다. 경기 후 인터뷰처럼 빅맨 수비와 가드 수비 모두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공격에서도 힘을 냈다. 3쿼터 고려대의 첫 7득점을 모두 김태훈이 해결했다. 두 번의 림어택과 3점 슛으로 연세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3쿼터 종료 직전에는 두 번째 3점 슛이 터졌다. 점수가 14점으로 벌어졌다. 두 팀의 전력이나 기세로 봤을 때 역전이 쉽지 않은 점수다. 고려대는 벌어진 점수를 4쿼터에 안정적으로 관리했다.



경기 종료 3분 25초를 남기고 윤기찬의 미드레인지 점퍼가 림을 통과했다. 점수는 63-48. 남은 시간을 고려하면 역전은 불가능에 가깝다. 상대의 존에 당황했던 터라 윤기찬의 득점은 더 빛났다. 그런데 주 감독은 윤기찬의 다른 장점을 칭찬했다. 수비에서 보여준 ‘파이터 기질’이다.

주 감독은 “(유)민수, (이)동근이 뛸 수 없어서 윤기찬이 4번, 5번 수비를 하게 됐다. (이)규태를 매치업하게 되면 파울에 여유가 많으니 몸싸움을 하면서 터프 샷을 쏘게 하라”는 주문을 윤기찬에게 했다. 윤기찬은 주문에 충실했다. 주 감독도 “3쿼터 중반부터 4쿼터 중반까지 기찬이가 터프하게 수비를 잘 해줬다”고 칭찬했다. 3쿼터 중반, 이규태의 포스트업을 몸으로 막으며 라인크로스를 유도한 수비는 백미였다.


▲ 연세대보다 체력이 좋다

그 바탕에는 체력이 있다. 주 감독은 고려대가 연세대보다 체력이 좋다고 평가한다. 주 감독에 의하면 “고대 농구부는 동계 훈련 때 연습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다. 7주 정도 공 없는 움직임, 공을 갖고 뛰는 것,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한다. 여기서 체력과 전술을 만들면 리그를 손쉽게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훈련은 그것을 시즌이 끝날 때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리그 중에는 훈련을 많이 하지 않는다. 하루 1회, 2시간 내외가 전부다. 다만 그 시간에 모든 것을 다 쏟게 한다. 주 감독에 의하면 김태훈과 윤기찬은 잘 받아들인다. 훈련할 때 집중력도 좋다.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다. 2쿼터까지 김태훈의 출전 시간을 줄였던 것처럼, 코칭스탭은 선수 상황에 따라 경기 중 체력을 관리한다. 고려대가 강한 이유는 그런 신뢰다. 김태훈은 그것을 “단합력”, “원팀”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서도 아쉬움은 있다. “가드들이 태훈이. 기찬이의 멘탈적인 부분을 빨리 소화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체력이 있어야 자기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때로는 체력적인 어려움을 멘탈로 이길 필요도 있다. 주 감독은 “그래야 생각하며 농구를 할 수 있다. 벤치의 지시를 이행할 수 있다. 연대보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조금 낫기 때문에 3, 4쿼터에 점수를 벌렸다. 자꾸 꼰대 같지만,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며 웃었다.

경기 중 주 감독이 선수들을 강하게 질책하는 모습이 여러 번 나왔다. 왜 그랬을까. 이 경기 승리가 목표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정기전과 플레이오프가 있다. 그리고 전국체전이 있다. 상무가 참가하는 전국체전에서 우승하는 것이 이번 시즌 주 감독의 최종 목표다.



▲ 전국체전, 우승할 수 있습니다

고려대는 지난 8월 일본 도쿄 국립 요요기경기장 제2체육관에서 열린 월드 대학농구 시리즈 2024(World University Basketball Series 2024, WUBS)에 참가했다.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매서운 공격력과 뛰어난 집중력을 선보였다. 귀국 후 프로팀과의 연습경기도 나쁘지 않았다. 주 감독은 그때의 경기력을 기대했다. 그런데 그것이 안 나왔다.

주 감독은 “어제(2일) 같은 경기를 하면 전국체전에서 상무를 이길 수 없다. 올해 최종 목표는 전국체전 우승”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상무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에 있다. 아마추어 대회에도 참가하지만, 선수들은 모두 프로 소속이다. 상무를 이기는 건 프로의 벽을 넘는 것이고, 아마추어 농구의 최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주 감독은 “고려대에 오는 선수들은 프로는 당연하고 대표팀도 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훈련도 프로처럼 한다”는 말을 사석에서도 종종 한다. 현재도 중요하다. 승리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미래고,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라이벌전 10연승에도 주 감독은 더 강한 멘탈, 더 강한 집중력을 요구했다.

조원규_칼럼니스트 chowk87@naver.com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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