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이 LP 음반처럼 다시 ‘힙’해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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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풍자 뉴스 사이트 '어니언'은 지난 8월16일 종이신문 발행을 재개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2001년 뉴욕으로 사무실을 옮긴 직후 나온 9·11 테러 특집판은 '비극도 풍자가 가능하다는 깨달음을 준 사료적 가치가 있는 신문'이라는 호평과 함께 미국인들 사이 어니언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아름드리 나무 단독 인터뷰: 종이신문 부활을 위해 내 한 몸 기꺼이 희생하겠다.' 부활한 어니언 종이신문 1면 사이드 톱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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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풍자 뉴스 사이트 ‘어니언’은 지난 8월16일 종이신문 발행을 재개해 화제를 모았다. 종이신문의 몰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장 성공한 디지털 매체 중 하나로 꼽히는 어니언이 종이와 인쇄, 배달 비용까지 감수하며 11년 만에 다시 종이신문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어니언은 1988년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주간지로 출발했다. 에이피(AP)통신 스타일 전통 저널리즘의 기사 문법과 편집 방식 등을 본뜨되 ‘마약과의 전쟁에서 마약이 승리’ ‘갓난아기 지능 낮다는 연구 결과 나와’ 같이 미국 사회의 모순과 기존 저널리즘의 진부함을 꼬집는 기사로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외교와 정치 등 시사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 ‘정론지보다 더 정론지 같은 풍자를 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각종 매체 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특히 인터넷은 어니언에 날개를 달아줬다. 1996년 일찌감치 인터넷판을 발행하기 시작한 어니언은 소셜미디어에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지인들과 공유하는 트렌드에 잘 맞았고, 이를 발판삼아 영화, 텔레비전, 라디오, 출판, 연예, 마케팅 뉴스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을 거듭했다. 특히 2001년 뉴욕으로 사무실을 옮긴 직후 나온 9·11 테러 특집판은 ‘비극도 풍자가 가능하다는 깨달음을 준 사료적 가치가 있는 신문’이라는 호평과 함께 미국인들 사이 어니언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그러나 헤지펀드와 벤처캐피털 등에 잇따라 인수 합병되는 미국 미디어 업계의 생리에서 어니언 역시 자유롭지 않았다. 매체는 지난 10년간 스페인어 지상파 방송 네트워크 ‘유니비전’을 비롯해 사주만 세번 바뀌는 어려움을 겪었다. 어니언의 새 주인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젊은 부호들이다.
어니언의 새 경영진은 젊은 구독자들에게 매체의 ‘힙’함을 강조하고 독자들의 충성도를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인쇄 매체 부활을 결정했다. 클릭하기 꺼려지는 사이트 내 광고를 대폭 줄이고 한달에 5달러를 내는 유료 독자들 집으로 신문을 배달해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소식을 전한 기사에서 이 현상을 ‘엘피(LP)음반이 다시 ‘힙’해진 것처럼” 종이 신문이 케케묵음을 넘어 매력적인 매체로 부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신문 구독의 기억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종이신문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뉴미디어’에 가깝다. 미국 고등학교에서는 한동안 사라졌던 종이 학보가 대거 부활하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는 ‘온라인이 아닌 종이 신문에 글을 쓴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고등학생 기자들이 학보사로 몰리고, 이들의 취재원인 친구들 역시 오프라인 매체인 종이 신문이 불법 유포 가능성 등이 현저히 떨어져 개인정보 보호 등에 유리하다며 취재를 반긴다고 전했다.
이런 종이 매체 고집은 프리미엄 잡지 시장에서도 여전하다. 차원이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돈을 더 내는 ‘프리미엄’ 독자들에게 질 좋은 종이에 미려하게 인쇄된 매체를 제공하는 것인데, 향후 종이신문 역시 부자들의 전유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달 구독료로 10만원을 낼 수 있는 이들만 신문을 구독하는, 부자들만이 누리는 종이 매체 세상. 어쩌면 그런 세상은 생각보다 가까운지도 모른다. 이미 부잣집 아이들은 자연을 누리며 종이책을 읽지만, 빈곤층 어린이들은 휴대전화에 코를 박고 게임을 하며 여름을 보낸다.
어떻게 하면 종이신문의 비용을 감당하면서도 다양한 이들에게 고급 콘텐츠를 제공할 것인가. 한겨레를 비롯한 언론에 절체절명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아름드리 나무 단독 인터뷰: 종이신문 부활을 위해 내 한 몸 기꺼이 희생하겠다.’ 부활한 어니언 종이신문 1면 사이드 톱 제목이다.
서수민 |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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