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김태규 ‘2인 체제’ 방통위…위원 5명 채우면 파행 끝날까?
방문진 이사 선임 집행정지 뒤 한발 빼
야, 9월 중 이사 추천 뜻…26일 의결 목표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법원 결정이 이어지며 방통위 정상화에 관한 정치권의 논의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9월 중 추천 절차 완료’를 목표로 국회 몫 방통위 상임위원 3명 가운데 2명에 대한 공개모집을 시작했다. 언론·미디어 분야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여야가 방통위의 외형적 정상화만이 아니라, 방송·통신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적임자를 추천하는 등 내용적 정상화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주당 “‘야당 몫 2명’ 26일 본회의 의결 목표”
현재 공석인 국회 몫 방통위원 추천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쪽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방통위 상임위원 후보자 추천을 위해 지난 2일 윤후덕(위원장)·박성준(간사) 의원 등 7명의 당 소속 의원과 2명의 외부 법률전문가가 참여하는 ‘국회추천공직자자격심사특별위원회’(자격심사특위)를 꾸리고 곧바로 후보자 공모에 나섰다. 자격심사특위는 6일까지 공모를 거친 뒤, 다음주 중 지원자에 대한 서류와 면접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자격심사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김현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은 3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난달 초 과방위에서 야당이 방통위원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을 설득해서 임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여당 간사의 약속이 있었던 만큼, 우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야당 몫 방통위원 두명을 추천하겠다는 것”이라며 “다음주 면접까지 모두 마치고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현재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2인 체제다. 두사람은 모두 대통령 추천 몫이다.
2008년 출범한 방통위는 5인 상임위원의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대통령이 2명을 추천하고 국회가 3명(여당 1명, 야당 2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이렇게 하면 정부·여당 몫 상임위원은 3명(위원장 포함), 야당 몫은 2명으로 여야 3 대 2 구도가 만들어지는데 지난해 8월 이동관 전 위원장 임명 이후부터 줄곧 대통령 몫 1~2인 체제로 파행 운영을 거듭해왔다. 윤 대통령이 야당 추천을 받은 최민희 민주당 의원(국회 과방위원장)에 대한 임명은 거부한 채 자기 몫의 추천권만 행사해 온 탓이다. 민주당도 ‘최민희 임명 거부 사태’ 이후 더는 방통위원 추천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7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의 “민주당이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될 것” 발언이 나왔다. 당시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야당 몫 방통위원을 빨리 추천해야 한다는 최 의원의 공세가 이어지자 자신의 사례를 들어 “민주당 추천 방통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보장이 있다면 추천하겠다. 최형두 간사가 이를 보증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최 의원은 ‘정부가 요청했기 때문에 당연히 임명할 것’이란 취지로 답했다.
민주당이 돌연 추천 절차를 밟겠다고 나서자, 여당인 국민의힘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여당은 이 위원장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이 갑자기 방통위원 추천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오는 것은 방통위를 여야 2 대 2 체제로 만들어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려는 의도라고 의심한다. 따라서 민주당이 방통위 정상화를 꾀한다면, 야당 몫 방통위원 추천에 앞서 직무정지 중인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철회하거나 헌법재판소에 신속한 탄핵 재판 진행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 여당의 입장이다. 이는 이 위원장 거취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한편 여야가 각각 추천하는 국회 몫 방통위원을 함께 의결해 방통위를 원래의 3 대 2 구도로 되돌리자는 취지다.
언론단체 “‘어떤 정상화’인지가 더 중요”
여야가 방통위 정상화를 위한 상임위원 추천 절차를 본격화하거나 방법론에 대해 언급하고 나서자, 언론단체와 미디어 업계에선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여야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방통위에 각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적 대리인을 보내는 행태를 지양하지 않는다면, 방통위를 중심으로 한 정쟁과 파행은 5인 체제에서도 거듭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여야 모두가 방통위를 싸움의 장으로 여기면서 이른바 ‘전투력’이 강한 사람들을 보낸 결과가 지금의 방통위 파행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며 “이번만큼은 특정 정파적 입장만 대변하는 인물이 아니라, 좀 더 투명한 절차를 거쳐 언론·미디어·통신 등 여러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적임자를 추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방통위의 파행 운영이 이어지며 통합방송법 개정이나 이동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 조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규제 등 정책 공백도 길어진 상태”라며 “사안에 따라 정치적·정무적 노련함이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방통위에 산적한 과제의 무게와 시급함에 비춰볼 때 지금은 전문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합의를 이끌어갈 수 있는 역량을 더 필요로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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