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균 한국-유엔사 친선협회 전문위원 “獨 가입은 유엔사 활성화 연장선… 나토식 구조 변화 없을 듯” [세상을 보는 창]
日 가입은 국내 정서상 수용 어려워
유엔사 ‘후방기지’ 역할은 인정해야
유엔사, 대체 불가 대북 억제력 제공
韓 위한 조직… 우리가 최종 사용권자
정부 대표 정치·군사 전담 대사 필요
주일미군 통합군사령부, 中 견제 등 포석
北, 러에 무기지원 등 밀착 우려 있지만
러, 종전 뒤엔 北보다 韓에 손 내밀 수도
유엔군사령부는 2021년 12월20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장병 격려차 군복을 입고 비무장지대(DMZ) 내 3사단 전방관측소(OP)를 방문한 것을 두고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했다. 민간인들에게 (전투원에 해당하는) 군복을 입혀 필요 이상의 위험에 처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유엔사 승인을 받지 않은 수행원 일부가 DMZ를 멋대로 드나들었다며 트집을 잡았다. 수행원들의 무단출입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치인이 군복을 입고 DMZ 최전방 부대를 방문한 게 어디 한두 번인가. 뜬금없는 일이었다. 당시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이던 종전선언이 유엔사 무력화로 비친 데 따른 반발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6·25전쟁의 기억이 오래되다 보니 유엔사 존재에 의문을 갖는 이들이 있다.
“유엔사는 6·25전쟁 다음날인 1950년 6월26일 우리 국회의 호소와 요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82호, 83호, 84호에 의해 창설됐다. 유엔 깃발 아래 모인 나라들은 낯선 나라, 낯선 사람들을 위해 피 흘려 싸웠다. 당시 연인원 195만7000여명의 유엔군이 참전, 전사자 4만6609명을 포함해 총 15만여명이 희생을 치르며 대한민국을 지켜냈다. 하지만 한국전쟁은 전쟁의 ‘종결’이 아닌 전투의 ‘일시적 중지’를 의미하는 정전협정으로 막을 내렸다.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70여년간 한반도에는 전쟁이 없었다. 정전체제와 유엔사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보장한 덕택이다. 오늘날에도 유엔사는 유사시 전력 제공국이며, 한·미동맹의 핵심 고리로 우리 안보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통일을 위해 유엔사를 해체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편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지정학적 패권주의 부활에 따른 진영 간 대립 등으로 통일은 더 멀게만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통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준비를 멈춰서는 안 된다. 오히려 미래 통일을 위해 유엔사와 어떤 대비를 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게 맞다.”
―만약 유엔사가 해체된다면.
“유엔사는 한국전쟁을 주도했고 현재 18개 회원국의 참여와 지원, 그리고 일본이 제공하는 후방기지 등 시스템을 구비해 대체 불가능한 대북 억제력을 제공하고 있다. 유엔사의 해체는 이러한 억제력의 상실을 의미한다.”
―유엔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협조와 소통은 잘 이뤄졌다고 보나.
“대한민국 정부는 그동안 진보나 보수 정부 가릴 것 없이 유엔사에 무관심했다. 쟁점이 생길 때마다 단순 대응 조치로만 일관했다. 이러한 소통 부족과 공백은 유엔사에 대한 불필요한 의혹을 증폭시켰고 정치적 논란도 초래했다. DMZ 출입 등을 비롯한 여러 갈등이 있었던 이유다.”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해 필요한 것은.
“대북 억제력뿐만 아니라 정전체제 위기관리 안정성, 한국 주권 제약 가능성 등을 감안해 유엔사와의 관계를 세심하게 설정해야 한다. 한국은 유엔사 회원국이 아니지만 유엔사는 우리의 요구로 우리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우리가 최종 사용권자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회피전략이 아닌 활용전략 차원에서 유엔사와 긴밀한 소통 채널을 만들 필요도 있다. 유엔사 업무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의 권한이 부여된 한국 정부를 대표하는 정치·군사 전담 대사가 요구된다. 전담 대사의 업무 범위는 국방·외교·통일 3개 부처가 모두 해당된다.”
―지난달 독일이 유엔사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독일의 유엔사 가입에 부정적이던 문재인정부와 달리 2022년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유엔사 역할 중시’ 쪽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유사시 자동으로 한국을 도울 수 있는 유엔사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억제 요인이므로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유엔사의 대표성을 얻고자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그랬다. 사실상 유엔사를 주관하는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항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구심점이란 측면에서 10년 전부터 ‘유엔사 재활성화 프로그램’을 가동해왔고, 독일 가입은 그 연장선에 있다.”
―독일이 가입하자 일본의 유엔사 참여도 거론됐다. 성사 가능성은.
“우리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다만 일본이 제공하는 유엔사 후방기지의 역할은 인정해야 한다.”
―유엔사 역할을 놓고 다국적 군사기구로의 전환도 거론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나.
“나토는 기본적으로 방위해야 할 대상이 회원국 전체이지만 유엔사는 회원국들이 한반도를 주 방위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반도 위협 상황에 따라 유엔사 차원의 대비도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나 나토와 같은 형태로의 변화는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미군과 일본 자위대 간 연계 강화를 위해 최근 주일미군 통합군사령부를 창설하기로 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주일미군 통합군사령부는 일본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에 주일미군이 협조하고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되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인한 위협 등 일본의 안보 상황 변화에 따른 것이다. 물론 미국의 중국과 러시아 견제 의도도 내포됐을 수 있다.”
―북·러 간 군사협력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넘어 유럽과 국제사회로 번졌다.
“두 나라가 가까워진 것은 사실이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 지원에 러시아의 반대급부 제공이 있었을 것이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이미 위성의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러시아도 이를 인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도 러시아가 상당한 전쟁 피해를 입어 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회복에 나설 것이고, 그때가 오면 북한보다 한국이 더 필요할 수 있다. 긴 호흡을 하며 유심히 양국 관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미·일 안보 협력이 진전되는데 중국과의 관계설정은 애매하다.
“현재는 미·중 패권경쟁과 진영 간 대립구도 심화 등으로 그 시기를 특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중국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감소시키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우리와 중국 간에 자연스러운 협조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중국과의 관계가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아닌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이라고 하며 필요한 협력을 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국-유엔군사령부 친선협회가 하는 일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해온 유엔사 장병들을 격려하고 지원하기 위해서 창설됐다.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드린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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