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g 무게 추는 과연 당신의 샷을 변화시킬까[호기심 해결소]
스윙스피드 빠를수록 좌우 분산 폭 커져
캐리로는 페이드가 드로보다 멀리 날아
무게와 위치변화 크면 득보다 실이 커져
“손톱만한데 이거 정말 효과는 있는 거야?”
드라이버에 ‘셀프 튜닝’이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건 꼭 20년 전인 2004년의 일이다. 테일러메이드가 웨이트 카트리지(무게 추) 위치를 바꿀 수 있는 r7 쿼드 드라이버를 내놓으면서부터다. 당시 큰 반향 속에 확실한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하기도 했던 무게 추 기술은 이제 드라이버에서 ‘기본 사양’이 됐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초기에는 구질과 관련된 차트를 보면서 무게 추의 위치를 변경해야 했지만 지금은 나사를 푼 뒤 옆으로 살짝 옮겨 다시 조이기만 하면 끝이다.
골프채 제조업체들은 무게 추의 위치 조정을 통해 구질과 탄도를 쉽게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라운드 당일 컨디션이나 날씨, 코스 조건 등에 따라 세팅을 다르게 하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손톱만한 크기의 텅스텐 무게 추는 실제 골퍼들의 구질을 바꿔줄까. 그렇다면 그 정도는 얼마나 될까.
이번 호기심 해결을 위해서는 일관된 스윙 궤도와 힘으로 때리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스윙로봇과 야외 레인지를 갖춘 볼빅의 테스트필드를 찾았다. 테스트용 클럽은 국내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핑의 G430 맥스 드라이버로 정했다. 무게 추의 위치를 중립, 페이드, 드로로 옮기면서 3회씩 때렸으며 스윙 스피드에 따른 변화의 양 차이도 알아보기 위해 시속 80마일, 90마일, 100마일로 나눠서 진행했다.
볼 탄착군 이동···스피드 빠를수록 폭 커져
결론부터 말하면 무게 추 이동의 효과는 있으며, 스윙 스피드가 빠를수록 변화의 양은 컸다. 먼저 스윙 스피드 시속 80마일 실험에서 무게 추를 페이드 위치로 옮기자 볼의 탄착군은 중립일 때에 비해 평균 1.4m 우측에 형성됐다. 드로 위치로 바꿨을 때는 중립에 비해 1.8m 왼쪽으로 향했다. 시속 90마일 스윙 스피드에서 페이드는 2.2m 우측, 드로는 2.4m 왼쪽에 탄착군을 이뤘다. 시속 100마일 테스트에서는 변화의 폭이 확실히 커졌다. 페이드는 4.4m 우측, 드로로 바꿨을 때는 4.9m나 왼쪽으로 향했다.
무게 추의 영향에 대해서는 핑골프의 기존 연구 결과도 있다. 이에 따르면 시속 95~100마일 스윙 스피드로 때렸을 때 좌우 9~10야드 편차가 발생했다. 다만 핑의 연구는 스윙로봇과 휴먼 테스트를 종합한 것이다.
이번 실험에서는 비거리에 관한 흥미로운 결과도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드로 구질이 페이드에 비해 장타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볼이 떠서 날아가는 비거리(캐리)만 놓고 본다면 페이드가 더 멀리 날아가는 걸로 나타났다. 페이드 비거리는 드로보다 스윙 스피드 시속 80마일 실험에서는 0.5m, 90마일에선 0.6m, 100마일에선 0.7m 더 길게 나왔다.
핑의 우원희 테크팀장은 “페이드 구질은 상대적으로 탄도가 높다. 덕분에 탄도가 낮은 드로 구질에 비해 떠서 날아가는 거리가 좀 더 길다. 그럼에도 장타에 드로 구질이 유리한 건 런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게와 위치 변화 너무 크면 역효과 날 수도
셀프 튜닝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웨이트의 무게를 늘리거나 위치 변화를 크게 하면 좋을까. 그렇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무게나 위치 변화는 클럽 전체의 무게 중심이나 스윙 웨이트 등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데 과한 변화는 자칫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 팀장은 “무게 추 이동 범위가 커지면 임팩트 때 볼을 튕겨주는 에너지 값의 변화 폭이 커져서 거리 손실이 생기고 관용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클럽 성능 저하를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무게 추를 이동하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했다. 핑 G430 맥스 드라이버 경우 무게 추 이동 거리는 15mm에 불과한데 이는 과거 모델에 비해 줄어든 것이라는 게 우 팀장의 설명이다.
웨이트 무게는 드라이버 종류별로 제각각이다. 핑 G430 맥스, LST, STF 모델의 기본 장착 무게 추는 22g이다. 테일러메이드 Qi 10 LS 모델에는 18g, 캘러웨이 패러다임 Ai 스모크 맥스 모델에는 14g의 무게 추가 적용돼 있다. 타이틀리스트가 하반기 새롭게 출시한 GT3 드라이버에 장착된 기본 무게 추는 8g이다.
각 업체마다 텅스텐 웨이트의 무게나 위치 등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 작동 원리에는 큰 차이가 없다. 평소 무게 추 조정에 따른 구질 등의 변화를 체감해 본 뒤에 날씨, 컨디션, 코스 디자인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해 사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퀴즈
1. 평소 드라이버 무게 추를 중립 위치에 놓고 사용하던 K는 라운드에 앞서 무게 추를 페이드 위치로 조정했다.
①벌타 없다 ②1벌타 ③2벌타(일반 페널티) ④실격
2. K는 라운드 도중 그날따라 자꾸 슬라이스가 발생하자 무게 추 위치를 드로 방향으로 조정했고, 그 클럽으로 스트로크를 했다.
①벌타 없다 ②1벌타 ③2벌타(일반 페널티) ④실격
3. K는 라운드 도중 드라이버의 무게 추 위치를 바꿨지만 그 클럽으로 스트로크를 하기 전에 무게 추를 원래의 위치로 옮겼다.
①벌타 없다 ②1벌타 ③2벌타(일반 페널티) ④실격
<퀴즈 정답>
1=①, 2=④, 3=①
라운드 동안 클럽의 플레이 성능을 고의로 변화시키면 실격이다. 조정 가능한 부품을 사용해 클럽의 플레이 성능이 변화됐지만 그 클럽으로 스트로크를 하기 전에 그 부품을 원래 위치와 가장 가까운 위치로 조정하여 복원하면 벌타는 없다(규칙 4.1a).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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