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계획 공시한 상장사 9곳뿐… 대체 뭘로 밸류업 지수 만드나
저조한 공시 수준에 당국 고민 깊어져
지수 구성, 금융업 치우칠라… S-Oil 등 주목
이 기사는 2024년 9월 3일 17시 0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이달 기업가치 성장이 예상되는 상장사로 구성된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한다. 연내 밸류업 ETF 출시와 밸류업 지수 선물 상장도 예정됐다.
거래소가 밸류업 지수에 상장사 100~150곳을 포함시킬 예정이지만, 이 중 밸류업 공시를 한 상장사는 극소수다. 일본처럼 150개 종목으로 지수를 만들 경우 현재까지 밸류업 공시 참여 기업 비중은 6%에 불과하다. 밸류업 지수가 밸류업 공시를 한 상장사만으로 구성되는 건 아니지만, 참여율이 워낙 저조해 금융당국의 고민이 큰 상황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코스피 시장에선 키움증권·콜마홀딩스·메리츠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신한지주·DB하이텍·미래에셋증권·현대차, 코스닥 시장에선 에프앤가이드 등 총 9곳이다. 예고 공시를 올린 기업 23곳까지 합치면 모두 32개 기업이 밸류업 참여 의사를 밝힌 셈이다.
당국이 코스피, 코스닥 포함 100개 이상 기업을 밸류업 지수에 편입시킬 계획을 세운 점을 고려하면, 밸류업 관련 공시를 낸 기업은 계획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전체 상장사(2595곳) 기준으론 1.23%만 밸류업 공시를 하거나 예고했다. 공시 시작 석 달이 지난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조한 성적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일본을 벤치마크하고 있다는 점에서 밸류업 지수는 JPX 프라임 150 지수를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처럼 150개 종목으로 지수가 구성되면, 80% 가까운 상장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세우지 않았어도 지수에 편입된다.
참여가 미진하자 당국은 밸류업 지수 공개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출시에 앞서 상장사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6월 13일엔 코스피 금융회사를, 같은 달 26일엔 중견기업의 재무 담당 임원을 만났다. 실제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9개 기업 중 현대차와 에프앤가이드를 제외한 7곳은 모두 이때 만난 상장사다.
정 이사장은 이후에도 7월 11일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소속 49곳의 상장사 중 10곳의 재무 담당 임원을 불러 모았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는 재무 실적과 기술력이 인정되고 기업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으로 구성된다. 이어 지난달 23일엔 10대 그룹 상장기업을 만나 공시 참여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들 중에선 POSCO홀딩스와 LG만 본 공시가 아닌 예고 공시를 올리는 데 그쳤다.
시장에서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 중 상당수가 금융회사인 점을 우려스럽게 본다. 업종별로 균형 있게 종목을 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재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 9개 중 6개, 예고 기업 23개 중 14개가 금융업종이다.
기존 밸류업 지수 포함 가능성이 높았던 자동차, 금융업종을 제외한 업종 중 어떤 종목이 포함될지 관심이 쏠린다. 유안타증권은 에너지 분야에선 S-Oil, 호텔·레저서비스 산업에선 강원랜드, 미디어 업종에선 이노션, 기계 업종에선 두산밥캣, 소매(유통) 업종에선 현대홈쇼핑, 유틸리티 업종에선 지역난방공사, 필수소비재 업종에선 오뚜기, 건설 업종에선 KCC, 소프트웨어 업종에선 컴투스 등을 꼽았다. 이 중 기업가치 제고 공시를 한 곳은 지역난방공사와 컴투스 두 곳뿐이었다.
거래소는 이달 말 밸류업을 잘 이행하고 있는 ‘우수기업 지수’와 밸류업 잠재력을 보는 ‘유망기업 지수’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 ▲자본효율성 ▲주주환원 등을 평가 기준으로 편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낸 대형사는 우수기업 지수에, 시가총액은 작지만 밸류업 표창 등을 받아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받은 상장사는 유망기업 지수에 포함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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