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에서 캡틴으로" 홍명보 감독, 손흥민과 10년 만의 그라운드 재회…'유럽파 3대장' 첫 완전체 담금질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홍명보 한국 축구 A대표팀 감독의 첫 발걸음은 설렘이 넘쳤다. 그러나 경험이 더 커졌기에 두려움 또한 지울 수 없었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해 여정을 시작한 홍명보호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결전이 임박했다. 대한민국은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과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을 치른다. 제대로 발을 맞출 시간은 하루도 안된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 이른바 '유럽파 삼대장'의 귀국 일정이 늦어져 3일 오후에야 완전체가 됐다.
홍 감독은 '전술의 핵'인 이들의 합류를 기다린 후 두 번째 훈련을 소화했다. 훈련 시간을 밤으로 늦춰 3일 오후 7시부터 15분만 공개 후 비공개로 전술 훈련을 진행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를 비롯해 페예노르트 이적이 확정된 황인범 등 이날 합류한 유럽파는 회복 훈련으로 컨디션을 조절했다.
"짧은 소집 탓에 24시간 훈련이 상당히 중요하다. 경기 전략과 디테일을 갖출 그 24시간을 얼마나 코칭스태프가 잘 준비하고 선수들과 공유해 실제 경기에서 발휘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그 고민의 흔적이 그대로 투영됐다. 홍 감독과 김민재 이강인의 그라운드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흥민과는 10년 만의 재회다. 손흥민이 첫 출전한 월드컵이 바로 홍 감독이 지휘한 2014년 브라질대회였다. 그는 당시 A대표팀의 막내였다. 손흥민은 16강 진출에 실패하자 아쉬움의 눈물을 쏟아냈고, 홍 감독은 따뜻하게 품에 안으며 미래를 기약했다. '막내'였던 손흥민은 이제 '캡틴'으로 성장했다.
신뢰는 두텁다. 홍 감독은 "우리에게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큰 변화를 주기에는 위험성이 있다. 손흥민을 주장으로 신뢰하고, 지금까지 해온 역할을 제시할 것이다. 다만 선수가 너무 많은 부담감을 갖게 하지는 않겠다. 부담을 조금씩 나눠 갖고, 선수가 경기에 더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추구하는 전술적인 철학은 정립돼 있다. 홍명보호의 큰 그림은 볼 소유를 통한 지배하는 축구다. 소유의 목적도 분명하다. 전진성과 과감성을 더해 공격과 수비를 연결한다는 복안이다. 홍 감독은 "공격과 수비시 각 지역에서 효율적인 공간을 분배하고 우리가 어떤 약속대로 패턴을 쓸지 훈련에서부터 준비하고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손흥민 활용법에 대해선 "손흥민이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건 왼쪽 사이드에서 벌려 있으면서 앞의 공간을 활용하는 건데, 그 부분은 충분히 알고 있다. 다른 선수와 조합이 굉장히 중요하다. 선수들의 피로감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방법을 찾겠다"고 부연했다.
대한민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23위, 팔레스타인은 96위다. 팔레스타인과의 상대전적에선 단 한 차례 대결해 승리했다. 전술 실험에는 이보다 더 좋은 상대는 없다. 다만 유럽 출신 귀화 선수들은 경계해야 한다. 공격수 웨삼 아부 알리(알 아흘리)는 덴마크 연령대별 대표를 지냈다. 스웨덴 각급 대표팀 경기를 소화했던 오마르 파라이(AIK), 무스타파 제이단(로젠보리)도 팔레스타인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한국전에 나설 전망이다.
홍 감독은 "이 자리에 또 올 수 있었던 건 실패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이겨나가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하고 많은 것들을 배웠기 때문"이라며 "우리 선수들의 개개인 능력을 많은 분이 최고라고 평가하지만, 우리는 팀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다. 응집력이 얼마만큼 있느냐가 재능을 훨씬 더 잘 나타내게 하는 부분이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대한민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리는 경기이기 때문에 나 개인보다 대한민국에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2월 카타르아시안컵에서 좌절한 후 A대표팀 사령탑은 공석이었다. 7개월 만에 정식 감독이 A대표팀을 이끈다. 출발부터 완승이 절실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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