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칭 임정 中자원봉사자 "윤봉길은 용기 있는 영웅" [황재호가 만난 중국]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 2024. 9. 4.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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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웠던 역사 가진 한중…가까운 이웃, 자주 왕래해야"
"중국인들 사이서 한국에 대한 오해 많아, 선입견 버려야"

[편집자주]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한중관계가 탄력을 받고 있다. 고위급 소통을 비롯해 민간 교류도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그러나 양국 국민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는 여전히 낮은 듯하다. 중국에서 직접 중국 사람들을 만나 찾은 '숨겨진 시선'을 중국 전문가인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가 전한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서울=뉴스1)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 = 필자는 8월 중순 중국 서남지역의 대도시이자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매운맛 '훠궈'의 본고장 충칭을 방문했다. 충칭을 한두 차례 방문한 적은 있지만 공식 일정을 위한 회의장소를 벗어난 적이 없어 무척 아쉬웠던 차 이번에 큰마음을 먹고 다녀왔다.

큰마음을 먹은 이유는 충칭의 한국 역사 유적을 방문하고 싶어서였다. 충칭은 1940년 9월부터 일본이 항복한 1945년 8월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머무른 곳이다. 1937년 발생한 중일전쟁 전후의 영향으로 1932년부터 상하이에서 항저우, 자싱, 난징, 창사, 광저우를 거쳐 중국국민당 정부의 도움으로 마지막으로 이곳에 정착하게 된다.

위중구(渝中区) 치싱강(七星岗) 롄화츠(莲花池) 38호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는 대로변을 조금 들어간 길 안쪽에 있다. 왼쪽엔 전통시장이, 오른쪽에 임정 유적지가 보였다. 입장료가 없었고 여권을 제시하고 들어가려는데 경비실 안에서 한 젊은이가 나왔다.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이 자원봉사를 하는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그간 중국의 여러 한국 관련 유적지를 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어 자원봉사자의 통역 제공이라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양가은씨.(황재호 교수 제공)

-한국어가 유창한데 자기소개 부탁한다. ▶양가은이라고 한다. 사실 한자어로는 양가형(杨可馨)이라고 하는데 한국 친구들이 어색하다고 해서 가은으로 바꿨다. 지금 사천외국어대 한국어과 3학년이며 21살이다.

-한국어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특이하다.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언어를 좋아한다. 한국어가 쉬운 줄 알았는데 배우다 보니 결코 쉽지 않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자원봉사를 하면 전공을 살려 많은 한국인들과 교류할 수 있고 언어실력과 대인관계 능력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 사람들이 그동안 많이 왔나. 여기서 봉사활동을 하며 어떤 느낌을 받았나. ▶광복절 때 한국인들이 많이 왔다. 다만 우리 진열관을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지난 8월부터 봉사활동을 했는데 그간 한국 사람보다 중국 사람이 더 많이 왔다. 진열관 옆에 재래시장이 있어서 그곳을 들렀다 역사 공부 목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 봉사활동을 하며 더 많은 역사를 배웠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온 한국인들 중에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은 분도 있어서 덕분에 한국 역사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한국 임시정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임시정부 시기는 한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항일투쟁을 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일은 봉사활동 첫날에 역사를 많이 아시는 분을 안내하게 됐다. 외운 내용을 설명했는데 오히려 그분이 더 보충 설명을 해줬다. 그분 덕분에 원고 이외에 많은 사실을 알게 됐다. 여기 온 한국인들은 모두 친절하고 우리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진열관의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윤봉길 의사의 의거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혼자서 일본군 열병식에 폭탄을 투척한 용기 있는 영웅이다.

-한국의 이미지는 어떤가. 한중관계에 대해 얘기한다면. ▶지금의 한국은 경제를 비롯해 문화산업도 매우 좋다(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어려웠던 역사를 가진 한중 양국은 가까운 이웃이고 자주 왕래해야 한다는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중국인이 가진 한국에 대한 오해는 무엇일까. 왜 그런 오해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보는지. ▶한국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터넷에서 무책임한 언론들이 부실하거나 또는 단편적인 정보를 퍼뜨려서 그렇다고 본다. 어떤 나라든 나쁜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람도 많다. 한중 양국의 친구들이 서로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필자는 이 짧은 만남과 인터뷰에서 많은 생각이 스쳤다. 상하이 임시정부나 충칭 임시정부에 우리 정부 지도자들이나 국회의원들이 방문했다는 뉴스는 수도 없이 들었다. 다만 이들이 역사유적지에 지원이나 관심이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은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중국의 지방정부는 한국 관광객들의 발걸음 유치 차원에서 외국인 역사유적지 관리에 열심이다. 한국 임시정부 진열관에는 임정의 생활과 역사도 스며있지만 당시 중국의 역할과 기여도 잘 녹아있다. 적절한 선전의 반복 학습을 통해 자국민의 역사적 자긍심 또한 고취한다. 우리가 참고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황재호 교수는 황재호 교수는 런던정경대(LSE)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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