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윤석열 정부의 북한붕괴론 주장은 우스꽝스러운 것”

이제훈 기자 2024. 9. 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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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김정은 위원장 취임 뒤 이번이 세번째 대형 홍수 피해 복구작업이다. 그런데 국가 자원이 전보다 체계적으로 복구 작업에 동원된 느낌이다. 북-중 접경 대도시와 농촌 마을의 재개발사업도 중단 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8월 하순 조-중(북-중) 접경 1334㎞를 두루 살핀 뒤 한겨레에 밝힌 잠정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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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2012년 김정은 위원장 취임 뒤 이번이 세번째 대형 홍수 피해 복구작업이다. 그런데 국가 자원이 전보다 체계적으로 복구 작업에 동원된 느낌이다. 북-중 접경 대도시와 농촌 마을의 재개발사업도 중단 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8월 하순 조-중(북-중) 접경 1334㎞를 두루 살핀 뒤 한겨레에 밝힌 잠정 결론이다. 이 전 장관이 2023년 9월 하순 접경을 둘러봤으니, 11개월 사이 변화와 지속을 가늠한 의견이다. 이 전 장관은 “신의주와 혜산 등의 물동량 증가세는 북-중 무역이 전보다 활발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수해 복구와 농촌주택 건설은 접경지역 전반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상당한 자원이 동원돼야 하는 일로, 북한 당국의 위기관리능력과 행정수행능력이 향상됐다고 본다”며 “지금 윤석열 정부를 포함한 일각의 북한붕괴론 주장은 우스꽝스러운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1996년부터 공직에 있을 때를 빼고는 한 해 한두 차례 조-중 접경지역을 살펴온 접경 답사의 개척자이자 산증인이다. 접경에서의 관찰과 시계열 비교 분석은 2018년 12월 이후 남북 당국 대화가 끊기고 민간의 방북조차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북녘 직접 살피기’ 방법이다.

이 전 장관은 “북한붕괴론은 이뤄지지 않는 희망 고문”이라며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의 북한 정책은 북한 체제가 약화돼 쓰러뜨릴 수 있다는 주관적 믿음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런 인식은 수십년간 현실화되지 않았다. 더구나 북은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복원했고, 북-중 관계도 미묘한 국면이긴 하지만 좀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30여년 탈냉전 역사에서 북은 지금이 경제와 외교안보 측면에서 가장 좋은 전략적 환경이다.”

이 전 장관의 자택엔 장인이 써준 ‘실사구시’(實事求是) 편액이 걸려 있다. 그가 연구자로서는 물론 공직에 있을 때도 결코 놓지 않은 화두다. ‘사실’ 없이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는 태도다. “지금 북한붕괴론은 우스꽝스러운 것”이라는 의견에도, 오랜 접경지역 관찰에서 건져올린 ‘많은 사실들’이 밑받침돼 있다.

이 전 장관이 11개월 만의 조-중 접경지역 방문에서 무엇보다 세심하게 살핀 것은 △압록강변 수해 규모와 복구 작업 △도시 건설과 농촌주택 개량의 폭과 속도 △조-중 교역·교류의 향배 등 세 가지다.

그는 ‘김정은 체제’와 관련해 “지난해에 견줘 올해 국가 주도 개발·발전이 어느 정도 진행되는 느낌을 받았고, 전체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고 했다.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우상향’ 추세라는 것이다. 예컨대 그는 “북쪽에서 가장 오지인 압록강 상류 양강도의 농촌 마을 재개발사업은 지난해에는 5곳에 1곳 정도 관찰됐는데, 올해는 최소 절반 또는 5곳에 3곳 정도는 관찰됐다”며 “3~4년 정도 지나면 접경지 농촌 마을의 모습이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글·사진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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