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동산 ‘유령의 집’ 온 듯…으스스하지만 정겨운 ‘비틀쥬스 비틀쥬스’

김은형 기자 2024. 9. 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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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스케일이나 현란한 볼거리를 기대하면 아쉬울 수 있다.

36년 전 '비틀쥬스'의 스크린 속 초현실 세계보다는 매끄러워졌지만, 손으로 만져질 듯한 질감의 기기묘묘한 유령들과 모래벌레 등이 섬뜩하다기보다 어느새 내 옆에 다가온 유령의 집 '알바생'처럼 으스스하면서도 정감 있게 느껴진다.

이곳에서 남자친구를 사귀게 된 아스트리드는 함정에 빠져 망자들의 세계에 갇히고, 딸을 구하기 위해 리디아는 어쩔 수 없이 미치광이 유령 비틀쥬스를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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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 감독의 속편 4일 개봉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웅장한 스케일이나 현란한 볼거리를 기대하면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조잡하면서도 무섭고 웃기는 놀이공원 유령의 집에 실제 들어간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36년 만에 속편으로 찾아온 팀 버턴(버튼) 감독의 ‘비틀쥬스 비틀쥬스’(이하 ‘비틀쥬스2’)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처음 공개되고 4일 국내 개봉한 ‘비틀쥬스2’는 오랜만에 아날로그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최근 급발전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작품에 “영혼이 빠져 있다”고 말하기도 했던 팀 버턴은 심지 굳은 아웃사이더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꿈과 현실, 유령이 사는 세상을 묘사하는 데 컴퓨터그래픽을 최대한 배제하고 세트와 스톱 애니메이션 등을 활용했다. 36년 전 ‘비틀쥬스’의 스크린 속 초현실 세계보다는 매끄러워졌지만, 손으로 만져질 듯한 질감의 기기묘묘한 유령들과 모래벌레 등이 섬뜩하다기보다 어느새 내 옆에 다가온 유령의 집 ‘알바생’처럼 으스스하면서도 정감 있게 느껴진다.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1편에서 귀신을 보던 음울한 소녀 리디아는 영매 역할로 텔레비전쇼에 출연해 ‘먹고사니즘’을 실천하는 중년의 여성으로 변했다. 10대에 1편의 리디아로 출연했던 위노나 라이더가 분장이 필요 없는 50대의 리디아가 되어 2편에 출연한다. 유난스럽던 새엄마 딜리아 역시 캐서린 오하라가 1편 때보다는 덜 까칠한 할머니로 돌아왔다. 비틀쥬스 역의 마이클 키턴(키튼)도 마찬가지. 여기에 10대 시절의 리디아 못지않게 엄마(리디아)와 사이 안 좋은 딸 아스트리드 역에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의 제나 오르테가가 합류했고, 유령 잡는 어설픈 유령 탐정 역의 윌럼 더포(윌렘 데포)와 비틀쥬스의 무서운 전 부인 역의 모니카 벨루치까지 배우진이 화려하다.

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리디아 가족은 옛날 집으로 돌아간다. 이곳에서 남자친구를 사귀게 된 아스트리드는 함정에 빠져 망자들의 세계에 갇히고, 딸을 구하기 위해 리디아는 어쩔 수 없이 미치광이 유령 비틀쥬스를 소환한다.

동화도 비틀어내는 팀 버턴의 상상력은 ‘비틀쥬스2’에선 다소 완화됐다. 1편에서 유령이 됐음에도 사람들에게 겁을 주지 못해서 상심하는 신혼부부가 던지는 유머 같은 독특함은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흥겨움은 1편 못지않다. 죽은 이들이 저세상으로 떠날 때 타는 ‘소울 트레인’은 실제 미국에서 1970년대부터 큰 인기를 누렸던 동명의 흑인 음악 댄스 프로그램의 틀을 가져왔다. 펑키하게 머리를 부풀린 유령들이 나팔바지를 입고 춤을 추며 요즘 대세인 ‘레트로’한 매력을 발산하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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