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싸르한 맛 일품 '강진 묵은지'…산에서 자란 새우 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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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군의 묵은지는 새콤하면서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다.
미식가로 유명한 소설가 황석영은 토하젓을 맛본 뒤 "젓갈이 콤콤하겠지 같잖게 향내라니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토하젓을 집어 씹어보면 몸이 탁탁 터지면서 향긋한 흙냄새가 난다"고 산문집에 기록을 남겼다.
강진 토하는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어느 집 밥상에서나 쉽게 맛볼 수 있을 만큼 흔한 반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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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군의 묵은지는 새콤하면서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다. 100% 국내산 양념과 젓갈을 사용해 오래 묵힐수록 깊은 맛이 나고 청각을 넣어 특유의 시원한 맛을 낸다. 토하젓과 황칠, 조기, 돼지고기 등 집마다 고유의 비법 원료가 담겨 깊은 풍미와 맛을 느낄 수 있다. 담근 김치는 두곳으로 나눠 숙성과정을 거친다. 대형 김치 통에 넣어 겨울철 실온에 두고 4~5개월 숙성시킨 다음 영하 1도로 유지되는 저온 창고에 옮겨 보관한다. 김치를 담가서 바로 저온 창고에 넣어 숙성시킨다.
용도도 다양하다. 그냥 먹기보다 식재료로 사용하거나 다른 음식과 함께 먹을 때 존재감을 드러낸다. 김치찌개나 김치찜을 끓일 때 강진 묵은지를 사용하면 별다른 양념이나 비법 없이 누구나 일류 요리사가 될 수 있다. 씻은 묵은지는 각종 생선회와 훌륭한 궁합을 이룬다. 생선회의 육질과 묵은지의 식감이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비린 맛을 깔끔하게 없애준다. 씻은 묵은지를 들기름에 볶으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반찬이 된다.
강진군은 묵은지의 인기가 높아지자 2020년부터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묵은지사업단을 꾸리고 고유 상표로 등록했다. 현재 38개 업체가 올해 93톤을 판매해 올해 8월까지 10억 6,300만 원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강진군에선 산에서 새우가 자란다. 강진 토하(土蝦)는 말그대로 흙새우다. 급수의 청정 민물에서 다 자라봐야 3cm 정도인 갈색의 이 새우는 주로 젓을 담가 먹는다. 우선 토하를 잘게 다진 후 천일염으로 염장한다. 숙성 과정을 거친 뒤 고춧가루·마늘·생강 등 갖은 양념에 찹쌀죽을 넣으면 비로소 토하젓이 완성된다. 토하젓의 맛은 은은하게 올라오는 특유의 흙냄새가 포인트다.
미식가로 유명한 소설가 황석영은 토하젓을 맛본 뒤 "젓갈이 콤콤하겠지 같잖게 향내라니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토하젓을 집어 씹어보면 몸이 탁탁 터지면서 향긋한 흙냄새가 난다"고 산문집에 기록을 남겼다. 강진 토하는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어느 집 밥상에서나 쉽게 맛볼 수 있을 만큼 흔한 반찬이었다. 1970년대 들어 '식량의 자급자족'이라는 명분하에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이 늘면서 토하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구 600명 남짓한 옴천면의 깨끗한 환경이 다시 토하를 살려냈다. 강진군 내 토하 생산 어가는 28곳으로, 37ha의 면적에 연간 9톤 이상 생산하며 판매액이 9억 원에 달한다.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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