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지역의 꿈' 응원하는 고향사랑기부제
충남 청양 탁구 꿈나무 위해 전남 곡성 소아과 선물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얼마 전 막을 내린 2024 파리올림픽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양궁, 배드민턴, 역도, 탁구 등 여러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의 활약이 대단했다. 눈길을 끄는 장면 중에는 ‘삐약이 신유빈 선수’의 모습도 있었다. 당찬 얼굴로 야무지게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빠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인상적인 모습 덕분에 ‘삐약이 신드롬’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청양군 사례와 같이 사용처를 미리 알고 기부하는 지정 기부를 활용해 지역문제 해결에 나서는 지역들이 점차 늘고 있다. 전남 영암군은 지역 공공산후조리원 운영에 필요한 의료기기 구입을 위한 ‘신생아 생존보장:영암 맘(mom) 안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발달장애 아동으로 구성된 광주 동구의 ‘E.T(East Tigers) 야구단’은 운영예산 부족으로 인한 팀 해체의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전남 곡성군에는 무려 10년 만에 소아과가 생기는 기적 같은 일도 일어났다.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 사업으로 8000만원 이상을 모금해 지난달 27일부터 보건 지소에서 주 2회 소아과 진료를 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지정기부 제도가 도입된 후 전국에서 22개의 모금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올해로 시행 2년 차에 접어들었다. 주소지 밖의 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에 기부금을 사용하는 제도다. 기부금으로 부족한 지역 재정도 확충하고 기부액의 30% 범위 안에서 지역특산품을 답례품 형태로 제공하니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시행 첫해인 2023년에는 약 650억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기부 건수는 52만건에 달했다. 우리보다 먼저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한 일본의 경우 제도 시행 첫해 모금액 규모가 800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모금액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2배가량 더 많은 모금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지방재정 확충 수단으로서 고향사랑기부제의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많은 국민의 참여와 자치단체의 적극적 제도 운영을 통해 시행 2년 차를 지나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는 이제 국민과 지역현장에 한 발짝 더 다가서기 위한 도약대 앞에 서 있다. 민간플랫폼을 통한 대국민 기부 접점 확대와 모금·홍보 활동의 자율성 개선이 그 발판이다. 그간 기부금 접수, 답례품 판매 등의 역할은 공공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이 도맡아왔다. 하지만 올 연말부터는 우리가 자주 쓰는 웹과 앱에서도 손쉽게 기부할 수 있도록 민간 개방을 추진하고 있어 기부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지자체의 고향사랑기부금 모금과 홍보 자율성도 대폭 확대된다. 지난 2월 고향사랑기부금법 개정과 8월 시행령 개정으로 향우회 등 사적 모임과 지자체 주최·주관 행사를 통한 모금 그리고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한 모금 홍보가 가능해졌다. 지금은 500만원인 기부 한도가 내년부터는 2000만원으로 크게 높아진다. 기존 제한 사항들이 상당 부분 개선되면서 모금 활동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는 곧 우리나라 각 지역에 열리는 특색 있는 꿈의 개수가 늘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9월 4일은 ‘고향사랑의 날’이다. 비록 먼발치에 있는 고향이지만 우리 손으로 우리 고향에 꿈을 매달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고향을 살리는 기적 같은 반전 드라마를 함께 만들어 보자.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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