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추억으로 남을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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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을 거닐다보면 향원정을 가기 전에 동북쪽으로 무척 특이한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국립민속박물관 건물은 1972년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건립됐으나 1986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이전함에 따라 1993년부터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향후 국립민속박물관은 세종시로 이전하고, 2030년 현재 건물은 철거해 그 터에 원래 있었던 경복궁 선원전과 부속채 등을 복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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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을 거닐다보면 향원정을 가기 전에 동북쪽으로 무척 특이한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 건물은 국립민속박물관이다. 우리 민족 고유의 생활양식, 풍속 과 관습을 조사·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민속박물관은 1945년 한국 민속학의 선구자인 송석하(宋錫夏) 선생의 수장품을 중심으로 국립민족박물관으로서, 1966년 경복궁 내 수정전에 한국민속관을 개원한 것이 시작이다. 1975년 한국민속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했고 1992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속에서 문화부 소속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직제 개편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상설전시장 제1관은 ‘한국인의 오늘’이라는 주제로 케이컬처(K-culture)의 쓸모 있는, 자연스러운, 함께하는 일상 모습을 전시했고, 제2전시관은 한국인의 세시풍속, 생업, 의식주 생활을 보여주는 조선시대 용품과 1970∼1980년대의 생활용품을 함께 전시해 당시에 살았던 관람객은 옛 추억을 소환해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제3전시관은 조선시대 한국인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겪는 모든 과정을 전시한 옆에 현재 삶의 모습도 전시해 시대별 삶을 비교하며 볼 수 있도록 했다. 국립민속박물관 건물은 1972년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건립됐으나 1986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이전함에 따라 1993년부터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서두에 특이한 건물이라고 말한 이유는 건물의 외관이 여러개의 국보 건축물을 모방해 건축됐기 때문이다. 정면 계단은 불국사의 청운·백운교(국보 23호)를, 돌난간은 근정전 돌난간(국보 223호)을, 건물은 법주사 팔상전(국보 55호)의 모양을 모방했다. 이러한 건물이 나왔던 이유는 “건물 자체가 어떤 문화재의 외형을 모방함으로써 그 조합과 질감이 그대로 나타나게 할 것이며 여러 동이 조화된 문화재 건축을 모방해도 좋다”라는 1966년 문화재관리국 국립중앙박물관 설계 관련 규정 때문이다.
당시 의식이 있는 몇몇 건축가들은 건축은 창작예술이지 모방예술이 아니라는 생각에 설계 참여를 거부했다. 향후 국립민속박물관은 세종시로 이전하고, 2030년 현재 건물은 철거해 그 터에 원래 있었던 경복궁 선원전과 부속채 등을 복원할 계획이다. 건립 방식뿐만 아니라 숭유억불 정책을 펼쳤던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 안에 세운 불교 건축양식의 건물이라 말도 많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경복궁에 가면 늘 보았던 국립민속박물관 건물이 사라진다고 하니 시간이 있을 때마다 종종 방문해 추억의 장(場)에 잘 담아야겠다.
이규혁 건축가·한옥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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