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마을·땅·집] 마을의 품격? 겉치레 아닌 주민·자연 진면목 보여줘야

관리자 2024. 9. 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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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사물에서 느껴지는 품위를 품격이라 한다.

마을 사람들이 멍석을 깔고 재미있게 노는 것이 마을 축제다.

마을 사람들이 선물 포장하고 쓰레기 치우기 바쁜 이유다.

품격과 격조가 있는 시골마을이 많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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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의 마을·땅·집] (18) 마을의 품격과 격조
돈자랑 조형물·축제로 어지러운 농촌
마을사람 제대로 대접할때 품위 올라

사람이나 사물에서 느껴지는 품위를 품격이라 한다. 비슷한 말로 품위·격조가 있다. “격조가 높다” “품위가 있다”고 하면 “돈 많은 부자다” “어떤 직책의 사람이다”라는 인물평보다 고상한 표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요즘은 재산이나 직책·외모 등이 품격·품위·격조가 된 모양새다.

마을도 그렇다. 진정한 품격과 격조를 찾아보기 힘들다. 무슨 사업을 유치해 돈이 얼마 들어왔다거나,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한명 나오면 마을 방방곡곡은 현수막들로 도배가 된다. 좋은 대학에 가고 고시에 붙은 마을주민의 자녀 이름도 내걸린다. 하지만 마을에 살고 있는 늙은 시인이 시집을 냈다는 얘기나, 가난한 화가가 마을 카페에서 전시회를 연다는 현수막은 좀체 볼 수 없다. 그런 품격과 격조는 끼어들 자리가 없다.

마을 명소는 개발 대상이다. 센터가 생기고 안내소도 생긴다. 기념관과 박물관도 짓는다. 특별한 콘텐츠도 없고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지 않는 크고 높고 튼튼한 건물 옆으로 하늘을 찌르는 조형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품위를 자랑하던 명소는 새로 생긴 건물과 조형물에 치여 돈 자랑만 하게 된다. 좋았던 예전을 그리워하며 다시 찾았던 사람들은 입구부터 우악스러운 건물과 이중 삼중의 안내판·조형물들이 붙어 있어 발길을 돌린다. 품격과 격조를 잃었기 때문이다.

요즘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들로 어지럽다. 콘텐츠나 운영자·참가자들 모두 격조를 잃은 지 오래다. 한쪽에서는 축제 콘텐츠와 아무 상관없는 장터가 열리고, 한쪽에서는 도시에서 불러온 유명 가수의 춤판이 펼쳐진다.

축제는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즐겨야 한다. 원래 그랬다. 마을 사람들이 멍석을 깔고 재미있게 노는 것이 마을 축제다. 노는 것을 보려고 관광객들이 오고 방문객들도 그 속에 들어가 같이 놀며 즐거워하는 것이 제대로 된 축제, 성공하는 축제다. 주민이 재미없는데 손님이 재미있을 수 없다. 재미없는 곳에 손님을 초대하려니 공짜로 많이 퍼줘야 한다. 마을 사람들이 선물 포장하고 쓰레기 치우기 바쁜 이유다.

귀촌해 사는 예술가 부부를 안다. 남편은 공예가고 아내는 연극을 한다. 아내는 집 마당에 무대를 설치하고 아는 연극배우들을 불러 마을주민들과 즐기는 연극 공연을 이따금 연다. 끝나고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흥겨운 뒤풀이도 한다. 작지만 알찬 마을 축제다. 지역의 큰 축제 때마다 가수를 불러 돈을 얼마 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한테 맡겨주면 예산도 적게 쓰고 더 재미있는 행사를 할 수 있는데….” 하며 속을 끓인다.

지역 축제가 있을 때 남편은 종종 조형물 조각을 부탁받고 현장에 간다. 어느 날 행사장에서 아내는 땡볕에 쪼그리고 앉아 조각하고 있는 남편을 보게 됐다. 진행 사무실을 찾아가 선풍기라도 하나 가져다주고 물이라도 좀 마실 수 있게 해달라 부탁하자 대답은 “내년부터는 그렇게 할게요”였다. 교통비도 안되는 수고비가 통장에 입금됐다. 그런 마을에서 품격과 격조를 기대할 수 있을까?

마을의 품격은 외부에 있지 않다.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들을 제대로 대접할 때 좋은 콘텐츠와 축제가 만들어진다. 품격과 격조가 있는 시골마을이 많으면 좋겠다.

김경래 OK시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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