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정원 [생명과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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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정원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크게 환경적 측면과 사회·문화적인 측면으로 구분합니다.
이처럼 정원은 아름답고 생명이 살아가는 환경을 제공함과 동시에 그 공간이 가지는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인 의미들과 연계되어 교육, 공연, 관광과 같은 문화적인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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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정원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크게 환경적 측면과 사회·문화적인 측면으로 구분합니다. 환경 측면에서는 자연적 요소가 특히 부족한 도시 내에서 생태적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기후조절, 미세먼지 흡수, 생물다양성 증진, 탄소저감, 복사열 흡수 등 다양한 이슈의 해결에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물론 어떠한 장소에 어떻게 조성하고 관리하는가에 따라 그 효과성이 달라지긴 합니다. 최근에는 식물을 식재하면서 이를 찾아든 새와 곤충은 물론 양서 파충류 등 다양한 생명들이 공존함으로써 얻어지는 생물다양성 측면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원은 아름답고 생명이 살아가는 환경을 제공함과 동시에 그 공간이 가지는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인 의미들과 연계되어 교육, 공연, 관광과 같은 문화적인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보태어 감추어진 참 중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현대사회가 가지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단절, 외로움이나 우울감, 무기력증의 확대, 디지털 중독, 지역 소멸과 같은 풀어내기 어려운 여러 사회적인 이슈를 풀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식물이 가지는 시간에 대한 기다림이 필요한 정원 일은 흙 냄새와 감촉을 알게 되고 식물의 성장과 꽃들이 피고 지는 시간들을 긴 호흡으로 만나게 합니다. 생명이 작동함을 느끼게 되며 점차 변해가는 아름다운 초록공간에서 위로를 가집니다.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과정들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은 정반대의 영역인 것 같은 디지털과 만난 정원의 확장입니다. 사실 10여 년전만 해도 정원은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가진 나이드신 분들의 취미처럼 여겨졌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큰 전환을 가져오는데, MZ 세대들은 책상이나 침대 옆 공간으로 식물을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삶의 동반자가 된 '반려식물', 이들을 키우는 '식집사', 함께 공간을 만들어가는 플랜트 인테리어의 줄임말인 '플랜테리어(planterior)'라는 용어가 생겨났습니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식물, 용기, 도구 등은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거래됩니다. 물주기와 빛이 적은 실내에서 이를 자동적으로 제공하고 조절해주는 디지털 장치들이 등장하고, 미디어 아트의 세계적인 추세도 식물의 모습을 놀랍도록 섬세하게 보여주는 작품들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가장 획기적 시도는 디지털 치유정원입니다. 정원에 나갈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첨단 기술로 재현한 디지털 공간이 제공됩니다. 이 시도는 이미 그 효과를 입증하는 데이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MZ들의 새로운 문화로 출렁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힙한 성수동에서 디지털 치유정원 팝업스토어 '세컨포리스트: 나무, 꽃 그리고 풀의 위로'가 열리고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숲과 꽃들을 만나고 진짜 살아 움직이는 정원에서 바람에 일렁이는 풀을 만나며 진귀한 난초가 있는 온실정원에서 나에게 쓰는 위로의 글을 남기는 치유과정입니다. 철학자 프로이트는 '꽃과 같은, 대가 없이 주는 아름다움에 살아있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지요. 오픈 런(open-run)이 이루어질 만큼 인기라 하니 각박한 청춘들에겐, 우리에겐 꽃의 위로가 절실한 모양입니다.
이유미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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