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도 버텨" 불길 속에 '생명줄', 5초 만에 '슝'…직접 타 봤다[르포]

김지은 기자 2024. 9. 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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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이 모르는' 완강기 체험기…인천 국민안전체험관 가보니
지난달 28일 인천 서구 가정동의 인천 국민안전체험관. 기자가 직접 완강기를 차고 5~6m 높이에서 바닥에 착지하는 모습. /영상=김지은 기자


"준비는 다 됐어요. 몸을 기울이면서 가면 됩니다."

지난달 28일 인천 서구 가정동의 인천국민안전체험관. 김종원 소방장은 완강기 벨트를 멘 기자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완강기는 고층에서 불이 났을 때 몸에 밧줄을 매고 천천히 내려올 수 있도록 만든 비상용 기구다.

5~6m 높이에서 바닥을 쳐다보니 아찔했다. 모퉁이에 엉덩이를 붙이고 줄 하나에 의지해 뛰어 내렸다. 약 5초 만에 순식간에 평지로 내려갔다. 김 소방장은 완강기는 한 번만 배워도 익숙하지만 아직까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는 "완강기 줄 안에서는 철심이 들어 있어서 마찰 때문에 끊어지지 않는다"며 "완강기는 피난 기구 중 가장 경제적이고 설치도 쉽고 활용도가 높다. 390㎏ 무게까지 버틸 정도로 튼튼하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완강기의 설계 하중은 390kg, 사용 하중은 150kg다. 최대 390kg까지 버틸 수 있지만 적정 사용 하중은 150kg라는 취지다.

'위기 시뮬레이션' 국민안전체험관… 완강기 어떻게 이용할까

완강기 이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지대가 튼튼한지 살펴보는 것이라고 3일 국민안전체험관 관계자는 강조했다. /사진=김지은 기자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 계기로 화재 대피 요령에 대한 국민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최후의 대피 수단으로 꼽히는 완강기가 각종 화재 현장에서 대체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완강기 사용법을 숙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에 완강기를 체험하고 사용법을 숙지할 수 있는 국민안전체험관에 최근 학생, 직장인, 가족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모여드는 추세다. 국민안전체험관은 일상에서 발생하는 위험 요소를 대피하기 위해 마련됐다. 화재 외에도 자연 재난, 응급 처치, 항공 체험 등 5개 테마를 나눠 가상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응하는 방법 등을 배운다.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다음으로 지지대에 고리를 걸면 모든 준비는 끝난다. /영상=김지은 기자
노란색 보호대를 겨드랑이에 걸고 벨트에 있는 클립을 가슴까지 단단하게 고정시킨다. 이 때부터는 손이 자유로워진다./영상=김지은 기자
벨트를 잡고 창 밖을 넘어서 벽을 발로 짚으며 천천히 내려가면 된다./영상=김지은 기자


김 소방장에 따르면 완강기 박스에는 조속기를 비롯해 벨트, 와이어, 고리대 등이 있다. 완강기를 이용하려면 크게 4가지에 유의해야 한다. ①우선 지지대가 튼튼한지 살펴봐야 한다. 흔들림에 문제가 없다면 지지대에 고리를 걸면 된다.

②다음으로 조속기에 연결된 둥근 릴을 탈출하고자 하는 창문 밖으로 던진다. 조속기 안에는 톱니바퀴 3개가 있어 릴이 풀리면 천천히 내려가게 된다. ③노란색 보호대를 겨드랑이에 걸고 벨트에 있는 클립을 가슴까지 단단하게 고정시킨다. 이 때부터는 손이 자유로워진다.

④벨트를 잡고 창 밖을 넘어서 벽을 발로 짚으며 천천히 내려가면 된다. 간이 완강기는 1인용으로, 한 번 사용하면 재활용이 어렵다. 반면 일반 완강기는 인원수 제한 없이 사용 가능하다. 김 소방장은 "바닥에 착지한 뒤에 릴에 연결된 벨트를 잡아 당기면 반대편에 있던 릴이 화재실 위로 다시 올라간다"고 말했다.

발신기, 소화전, 제연댐퍼, 방화문… 우리는 몰랐던 '소방 설비'

인천 국민안전체험관에 마련된 제연댐퍼, 소화전과 발신기. /사진=김지은 기자

완강기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화재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는 소방 설비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발신기, 소화전, 제연댐퍼, 방화문 등이다.

발신기는 빨간색 둥근 버튼을 누르면 시끄러운 알림 소리가 전 층에 울려퍼진다. 해당 신호를 받은 관리실은 화재 현장에 찾아가 실제 불이 났는지 확인한다. 화재가 났다면 초기 대응을 하고 장난 또는 오작동이었다면 수동으로 끄면 된다.

김 소방장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문을 하나하나 두드릴 수 없어서 발신기를 누르는 것"이라며 "단독 주택 빼고는 대부분 모든 건물에 발신기가 마련되어 있다"고 말했다.

초반에 불이 났다면 소화전을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소방장은 "소화전 문을 열면 30m 정도 호스가 있고 밸브만 돌리면 물이 나온다"며 "화재가 발생한 지점에 곧바로 소화전을 이용했다면 화재가 확대될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제연댐퍼는 화재 상황에서 깨끗한 바람이 나오는 역할을 한다. 대형 건물에서 유독가스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다. 방화문은 일반문에 비해 불을 잘 견딜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방화문을 닫으면 뿌연 연기가 복도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김 소방장은 "이론적으로 봤을 때 우리 주변에는 화재를 막을 수 있는 요소들이 모두 마련되어 있다"며 "이런 것들이 잘 알려지지 않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한 번만 관심을 가지면 진짜 화재 상황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원 소방장이 소화전 안에 있는 호스를 이용하는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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