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숙려캠프' 멱살 잡고 싸우다 상담하니 화해? "쇼처럼 느껴져"

정민경 기자 2024. 9. 4.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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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이혼숙려캠프 '투견 부부' 수위 높은 싸움, 상담후 180도 바뀐 모습
"오히려 프로그램이 강박증 있는 것처럼 느껴져…이혼에 대한 오해 부를 수도"
"솔루션 해준다는 명분있어도 지나친 불화 노출한다면 면죄부 안 돼"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JTBC '이혼숙려캠프' 방송 가운데 갈무리.

방송 카메라가 돌아가고 여러 제작진과 함께 연예인이 있는 스튜디오에서도 부부는 멱살을 잡고 싸운다. '돌발 상황에 출연자와 제작진도 당황'이라는 자막이 붙고 서장훈은 “바로 리얼로 싸우는데?”라고 말한다.

지난 8월29일 방송된 JTBC '이혼숙려캠프'에 나온 '투견 부부'는 제작진이 붙인 이름처럼 큰 일도 아닌 것으로 급격하게 싸움을 시작하지만 그 수위가 심각했다. 둘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도, 아이가 있는 곳에서도 싸운다.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내 목을 조르는 게 정상이야?” 같은 대화가 오가고 심지어 남편은 “촬영 끝나고 경찰 조사 받으러 가야해요”라고 말한다. 이들 부부싸움으로 올해만 경찰 신고 횟수가 60번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이혼 프로그램들이 쏟아지고 가정 내 불화를 다루는 상담 프로그램이 많아지는 가운데, 관련 사안을 다루는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투견 부부'의 경우는 싸움뿐 아니라 아내의 결벽증 때문에 남편에게 '실외배변'을 시킨 부분이 부각돼 자극적이고 황당하다는 반응이 퍼지며 화제가 됐다.

▲방송에서는 아내의 결벽증 때문에 아내가 계속 '돌돌이'로 청소를 하고, 남편을 더러워하는 모습도 노출됐다. 사진출처=JTBC '이혼숙려캠프'.

가정 불화의 수위가 높을수록 '솔루션' 프로그램의 극적인 부분도 강화된다. '투견 부부'의 경우 상담사를 만난 이들이 서로 '고맙다, 미안하다' 등의 인정의 말을 나누니 극적으로 화해가 타진되고 눈물을 펑펑 쏟기도 한다. 수위 높은 싸움을 본 시청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화해하는 모습에 솔루션 효용이 있다고 느낄 수 있다.

JTBC의 30일 보도자료 <눈물젖은 화해 → 고집불통 태도에 '솔루션 진행 불가'... '극과 극' 결과에 관심 집중!>을 살펴보면 “마치 투견처럼 싸움을 일삼던 투견부부의 훈훈한 변화”, “상담 후 아내는 남편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 감동을 자아냈다”고 홍보했다.

“오히려 프로그램이 강박증 있는 것처럼 느껴져…이혼에 대한 오해 부를 수도”

이처럼 심각하게 싸우며 이혼을 하려던 부부가 방송에서 몇 번의 솔루션을 받으니 화해하는 모습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연출 문제를 넘어 이혼에 대한 오해를 깊어지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JTBC '이혼숙려캠프'에서 남편이 상담 이후 눈물을 흘리는 모습.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프로그램 안에서 부부가 굉장히 심하게 싸우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해결하는 과정은 짧고 이렇게 단기간에 해소되는 것이 가능한지, '극적인 쇼'같은 느낌이 든다”며 “프로그램 분량 안에서 갑자기 해결되는 것이 억지스럽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이 프로그램은 오히려 이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주고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혼에는 굉장히 긴 이야기와 다양한 사유가 있을 수 있는데 클리닉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특히 방송에 나오는 부부처럼 심각한 상황에도 중재를 통해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이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며 “이혼에 대한 이해를 돕기보다 몇 가지 쉬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접근은 오히려 독”이라고 우려했다.

▲사진출처=JTBC '이혼숙려캠프'.

“솔루션 해준다는 명분있어도 지나친 불화 노출한다면 면죄부 안 돼”

평화로운 가정이 될 수 있게 돕는다는 명분이 있더라도 지나치게 자극적인 과정을 노출하는 것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사들은 명분을 말하지만 조금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결국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남의 불행을 탐닉하라는 것”이라며 “지금 사회에서는 옆집이 어떻게 사는지, 직장 동료도 어떻게 사는지 사생활을 물어보는 것이 쉽지 않다. 남의 삶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한데 오프라인 상에서는 잘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익명 사이트 커뮤니티 등에서 이야기하거나 TV를 통해 그런 욕구를 충족한다”고 말했다.

황 평론가는 “남의 불행을 탐닉하고 나와 비교하면서 내 이야기가 아니면 안도하거나, 내 이야기와 비슷하면 '남도 비슷하구나'하고 안도하는 용도로 사용된다”며 “아무리 방송을 통해 화해를 한다는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중간 과정에서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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