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황산염 폐수 논란… 기업 “공공 하수처리” 지자체 “불가”

울산=최창환 기자 2024. 9. 4. 03: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폐수 처리 암초 만난 배터리 산업
황산염, 생태계 영향 규명 안돼… 기업, 비용 적은 하수처리장 선호
지자체 “미생물 다 죽을수도” 난색… 해상 직접 방류는 수산업계 반발
“2026년 하루 20만t, 정부 나서야”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울산의 하수 처리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어요.”

최근 울산시는 이차전지 제조 과정에서 나온 폐수를 공공 하수처리장으로 흘려 보낼 수 있게 해달라는 기업들의 요청을 고심 끝에 거절했다. 지난해 7월 경북 포항, 전북 새만금, 충북 청주와 함께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된 울산의 결정에 기업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차전지 폐수 처리를 둘러싼 갈등으로 전국의 특화단지가 몸살을 앓고 있다. 폐수의 주요 성분인 ‘황산염’은 통상적인 방법으로 처리하기가 어려운 데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화단지에 들어서고 있는 공장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2026년부터는 하루 배출되는 이차전지 폐수량이 20만 t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신속하게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간 갈등을 효율적으로 조정하지 않을 경우 사회적 비용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황산염에 발목 잡힌 ‘K배터리 전략’

3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이차전지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고려아연은 하루 1만 t, LS M&M은 하루 5000t의 폐수를 울산시가 운영하는 온산하수종말처리장(공공 하수처리장)을 통해 바다로 배출할 수 있도록 허가를 요청했다. 투자유치 협약 당시 전폭적인 행정지원을 약속했던 울산시는 고민 끝에 ‘불가’ 방침을 세웠다. 시민 15만 명이 내보내는 하루 12만 t의 오·폐수를 처리하는 온산하수종말처리장의 기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울산시는 고농도 황산염이 포함된 이차전지 폐수의 안전성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 대부분의 하수종말처리장은 생물학 처리로 오·폐수를 정화해 바다로 배출하는데, 정화 기능의 핵심 역할을 하는 미생물이 염 성분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하수처리장의 미생물이 모두 죽을 수 있다”며 “법이 정한 배출 기준에 미달하는 오·폐수를 바다로 방류하게 되면 모든 책임은 울산시가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공공 하수처리 방식을 선호하는 주된 이유는 수천억 원대의 폐수 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환경 오염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리스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차전지 업계에서 나오는 염의 농도는 5∼7%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에는 공공 하수처리장 배출 시 염도에 대한 기준은 없다. 기업은 공공 하수처리장으로 폐수를 배출할 경우 ‘생태독성’ 규제 또한 적용받지 않는다. 반면 기업이 공공 하수처리가 아닌 해상 직방류로 폐수를 배출하게 되면 생태독성은 물론이고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총유기 탄소량(TOC) 등 추가 규제가 적용된다.

● 해상 직방류는 수산업계-시민단체 반대

포항의 이차전지 기업들은 이미 해상 직방류 방식으로 폐수를 처리하고 있다. 새만금에서 공장을 짓고 있는 기업들도 차선책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해상 직방류 역시 수산업계의 거센 반대에 직면했다. 전북 군산·부안·고창지역 어민 1000여 명은 지난달 14일 새만금개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수산업과 어민은 궤멸적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군산시의회는 지난달 27일 성명을 내 “새만금 어민들은 절망적인 상황”이라며 “폐수의 방류 허용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물환경보전법 등 현행법에는 직방류 폐수의 염 농도에 대한 기준치가 없다. 또 생태독성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기업이 다른 독성 물질 없이 오직 염에 의해 물벼룩(담수용)이나 발광박테리아(해수용)가 죽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폐수를 직방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고농도의 황산염이 바다 생태계에 미칠 유해성을 입증할 데이터가 부족한 것도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정부가 계획대로 국가첨단전략산업을 육성하려면 하루빨리 이차전지 폐수 처리와 관련한 적절한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강우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이차전지 폐수 염은 바닷물 속 염과 성분 자체가 다르다”며 “또 밀도가 최대 4배 높은 고농도의 염 폐수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게 되는데 저서생물들에게 생태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