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총리보다 기사에 많이 등장한 공직자

고경봉 2024. 9. 4.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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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직자 중 최고의 뉴스 메이커는 누굴까.

문득 떠오른 궁금증에 고위 공직자들의 기사 게재 건수를 따져봤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한국경제신문 지면 기사에 헤드라인으로 등장한 경우를 기준으로 했다.

한국에서도 정작 산업통상자원부 등 산업 소관 부처들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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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봉 증권부장

한국 공직자 중 최고의 뉴스 메이커는 누굴까. 문득 떠오른 궁금증에 고위 공직자들의 기사 게재 건수를 따져봤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한국경제신문 지면 기사에 헤드라인으로 등장한 경우를 기준으로 했다. 1위는 당연히 윤석열 대통령이다. 100건이 넘었다.

윤 대통령을 제외하면 으뜸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다. 기사 제목에 그의 이름이나 멘트가 등장한 건수가 36건으로, 한덕수 총리(14건)와 경제 컨트롤타워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25건)을 압도했다. 주요 경제 부처 장관들은 비빌 수준이 안됐다.

 전 산업을 쥐고 흔들겠다는 발상

건국 이후 금융감독기관의 수장이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전례가 있었을까.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증시 밸류업 등 금융 관련 이슈가 부각된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의 거침없는 언행이 한몫했을 것이다. 상법 개정, 배임제도 폐지, 상속세 개편 등 금융감독 업무와 상관이 없는 뜨거운 이슈마다 강하게 자기 목소리를 냈으니 말이다.

이 원장은 정부 의사 결정을 합리적으로 도출하기 위해 공직자들이 개별 의견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금감원과 금융위원회의 행보는 그 수위를 넘어섰다. 금융사 관리 감독을 넘어 한국 기업 전체에 대한 그립을 쥐겠다는 의지가 선명하다.

금융당국이 과거에 그렇게 의욕을 앞세웠다가 주요 산업이 휘청인 적이 몇 번 있었다. 대표적 사례가 국제회계기준(IFRS)이다. 미국조차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며 도입을 미루는 사안을 금융위가 밀어붙였다. 2011년 IFRS가 시행되자 곳곳에서 혼란이 벌어졌다. 우리 산업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회계기준을 무리하게 적용한 탓에 조선사들은 부채 비율이 급등했고 해외 수주에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선분양하는 건설사, 리스 규모가 큰 항공사가 타격을 받았다. 최근엔 보험업계까지 혼란을 겪는 등 그 후유증은 지금도 남아 있다.

 금융당국의 과욕은 항상 위험하다

요즘 금융당국의 행보는 그때보다 더 우려스럽다.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포함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를 강행하려는 금융위의 움직임이 그렇다. 스코프3 공시는 상장사가 협력업체의 생산 과정과 소비자의 사용 과정에서 나오는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해 발표하라는 내용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를 기업 의무 공시 사항에서 제외했을 정도다. 한국에서도 정작 산업통상자원부 등 산업 소관 부처들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금융위가 글로벌 트렌드라며 제조업체의 목을 쥐고 흔드는 형국이다.

금감원도 이에 질세라 기업에 칼을 휘두르고 있다. 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내 두산로보틱스와 합치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금감원이 제동을 걸었다. 이 원장이 “증권신고서에 지속적으로 정정 요구를 하겠다”며 노골적으로 으름장을 놨다. 두산그룹이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지만, 기업의 사업 재편을 위법성 여부와 무관하게 금융당국이 자의적 판단으로 막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모든 경제 사안을 직접 다루겠다는 거친 행보도, 기업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겠다는 과욕도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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