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기후 온난화의 농업 대응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2024. 9. 4.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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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정말 지독하게 무덥다.

지난 5월 말부터 시작된 여름날씨는 9월이 시작됐음에도 여전히 끝날 줄 모르는데 아직도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곳이 적지 않다.

매년 심해지는 기후 온난화를 더 이상 멈추기 어려움을 땀 흘리며 실감한 올여름, 추석 차례상을 받는 조상님께서 생전 처음 보는 과일과 채소를 어떤 표정으로 맞이하실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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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올여름은 정말 지독하게 무덥다. 지난 5월 말부터 시작된 여름날씨는 9월이 시작됐음에도 여전히 끝날 줄 모르는데 아직도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곳이 적지 않다. 제주는 열대야 관측이 시작된 1923년 이래 최다 연속 열대야 발생기록을 갈아치웠고 서울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최다 폭염일수 기록을 경신하는 등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전형적인 온대 기후대에 속한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대로 진입했다는 말이 나온 지 꽤 된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어서는 일상이 신기하지 않게 됐는데 일부 지역은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기도 했다. 소나기의 강수강도와 강우주기도 달라졌다. 올여름에는 일시적인 폭우가 잦았는데 주기적으로 밤에 내리는 경우가 많았고 시간당 강수량도 증가하는 등 동남아국가에서 경험하던 스콜과 비슷하다는 말도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기후 온난화를 우리나라도 피해갈 수 없는 모양이다. 기상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이 13.7도로 평년보다 1.2도 높았는데 이는 기상관측망이 전국으로 확충된 1973년 이후 최고치였다. 또한 제주도와 남해안은 이미 아열대기후에 들어섰고 60년 뒤에는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이 아열대 기후대에 진입할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는데 수십 년 후에는 대관령 등 고랭지에서 여름배추를 재배할 수 없게 되고 과수원에서 자라는 사과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산업인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은 급변하는 기후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 여름철 고온에 대비한 재배기술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황옥'과 같은 노란색 사과로 아예 품종을 바꿔 이상고온으로 빨간색 사과의 착색이 어려운 문제를 극복하려고 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수입에 의존한 열대과일을 직접 재배하는 농민이 늘어나는데 재배지역이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에서 충청도 지역까지 확대됐다. 이들은 아열대 과일이 장거리 운송을 위해 충분히 익지 않은 상태에서 수확·수입돼 신선도와 당도·향 등의 품질이 높지 않음에 착안해 높은 품질 경쟁력을 지닌 국산 아열대 과일을 재배해 판매하는데 재배품목이 바나나에서 애플망고, 패션푸르트(백향과) 등으로 다양화했다. 관련 통계를 보면 아열대 과일 재배면적이 2021년 기준 171㏊에 달하는데 이는 2010년 34㏊의 5배가 늘어난 수치다. 아직은 겨울철 난방비 등이 부담되지만 기후 온난화로 인한 지속적인 기온상승과 함께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품종개선을 지속해 당분간 아열대 과일 재배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크라, 버터넛스쿼시, 레몬그라스 등 아열대 채소의 재배도 늘고 있는데 뜨거운 여름 덕분에 온실 등의 시설재배가 아닌 노지재배도 이뤄져 우리 식탁에 오르는 농산물의 구성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년 심해지는 기후 온난화를 더 이상 멈추기 어려움을 땀 흘리며 실감한 올여름, 추석 차례상을 받는 조상님께서 생전 처음 보는 과일과 채소를 어떤 표정으로 맞이하실지 자못 궁금해진다.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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