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역대 대통령들은 국회 푸대접 좋았겠나, 그래도 개원식에 갔다

이세영 기자 2024. 9. 4.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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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식 겸 제418회국회(정기회) 개회식에서 의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일 열린 22대 국회 개원식에 윤석열 대통령이 불참한 뒤 대통령실은 “대통령을 향한 언어 폭력과 피켓 시위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참석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야당이 작정하고 망신주려는데 왜 가냐는 것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이 노골적으로 대통령 탄핵을 입에 올리고 대통령에게 ‘조선총독부 총독’ 같은 극언을 쏟아내고 있는 걸 보면, 실제로 대통령실의 우려가 현실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윤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 참석 관례를 깬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회와 사이가 안 좋고 푸대접이 예상되더라도 빠짐없이 개원식에 갔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18대 국회 개원식 참석을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야당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민주당은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등을 요구하며 빨간 머플러와 넥타이를 둘렀다. 민노당은 본회의장 밖에서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한 뒤 개원식장에 들어가지 않았다. 4년 뒤 이 대통령이 19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할 때는 의석에서 단 한 차례도 박수가 나오지 않았다. 당시 언론은 “MB의 굴욕”이라고 했다.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의 15대 국회 개원식 연설 때, 야당은 여당의 ‘야당 당선인 빼가기’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대통령을 쳐다보지 않았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17대 국회 개원식장에 입장할 때는 일부 의원들이 의석에서 기립하지 않았고, 웃고 떠들기도 했다. 개원식 외에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을 때 야당의 야유·항의·퇴장·피켓 시위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럼에도 역대 대통령은 회피 대신에 정면 돌파를 택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존중을 표하고 협치를 구하기 위해서다. 임기 내내 여소야대 국회를 상대해야 하는 윤 대통령의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 협량(狹量)이 아쉬운 이유다.

윤 대통령이 개원식에 불참하자 야당에선 “국민으로부터 사실상 버림받은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아 후련하다”(민주당 윤준병 의원) 같은 비아냥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개인적인 굴욕을 감수하고 국회에 갔다면 여론의 비난 화살은 ‘예의 없는 야당’에 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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