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전쟁 따른 고물가·내수 침체도 EU제조업 위기 부채질
자동차 산업을 포함한 제조업이 유럽연합 전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15%에 달한다. 이 제조업이 흔들리면서 유럽 경제 전체가 휘청이고 있다. 제조업 침체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고물가로 인한 내수 침체가 꼽힌다. 코로나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물가가 치솟으면서 유럽 내 소비가 위축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제조업인 자동차 산업에서 그 영향이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2019년만 해도 영국을 포함한 유럽 자동차 판매량은 연 1580만대에 달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2020년에는 1200만대로 주저앉았고,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1130만대로 더 떨어졌다. 지난해 1280만대 수준으로 다소 회복됐지만, 코로나·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20% 가까이 소비가 위축된 상황이다.
특히 전쟁으로 러시아에서 저렴하게 공급되던 천연가스 대신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등을 수입하면서 에너지 물가가 치솟는 일까지 겹쳤다. 그 여파로 화학, 정유 산업 등의 기업들은 비싼 LNG 소비를 줄이기 위해 생산을 줄였는데, 전쟁이 이어지고 고물가가 여전해 회복세가 더디다. 독일 대표적인 화학기업인 바스프의 경우 높아진 에너지 비용 부담 탓에 해외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며 유럽 내 생산 규모를 축소하기도 했다.
에너지 물가가 오른 여파는 또 유럽 주요국의 전반적인 물가에 모두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년을 100으로 기준 삼은 영국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2019년 119.62에서 작년 142.74로 19% 올랐다. 같은 기간 독일은 17%, 프랑스는 13% 올랐다.
유럽중앙은행이 2022년 7월부터 10회 연속 기준 금리를 올리는 등 물가 잡기에 나서면서 물가 상승세는 주춤하지만, 여전히 유럽의 제조업에는 활기가 돌지 않고 있다. 제조업 전망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유럽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8월 45.8에 그쳤다. 지수가 50을 웃돌수록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는 뜻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꼽히는 독일마저 제조업 PMI가 42.4로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불안감이 여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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