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하고 왔단다…성적으로 갚아라
롯데 나균안(26·사진)은 지난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3-3으로 맞선 연장 11회 등판했다.
지난 6월26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이후 이날 확대엔트리를 통해 등록, 68일 만에 1군으로 돌아와 바로 등판 기회를 얻었다.
마무리 김원중까지 2.1이닝을 던진 뒤였다. 롯데는 이미 쓸만한 투수를 모두 소진한 상태로 연장전에서 나균안을 택했다. 나균안은 침착하게 11회를 무실점으로 막았고 12회초 롯데가 득점한 뒤 12회말 역시 실점 없이 막아 승리 투수가 됐다.
선발 투수로 시즌을 시작한 나균안은 6월25일 사직 KIA전에 선발 등판해 1.2이닝 7안타 1홈런 6볼넷 2삼진 8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선발 등판 전날 술자리에 참석한 모습이 포착된 데다 경기까지 부진하자 바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구단은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징계를 마친 뒤 8월 초부터 2군에 합류한 나균안은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 뒤 9월이 되자마자 전력에 합류했다. 복귀전 호투를 마냥 반길 수는 없었다. 팬들은 아직도 비난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를 잘 아는 나균안은 경기 후 굳은 표정으로 “반성했다”는 말을 반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창 5강 싸움 중인 롯데는 이날 경기를 통해 나균안이 필요한 자원임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는 최근까지도 5선발 한 자리를 채우지 못해 고전했다.
나균안이 빠지면서 선발 한 자리가 비었지만 좀처럼 기회를 잡는 투수가 없었다. 중간 계투 한현희를 선발로 쓰니 불펜에 구멍이 났다. 강속구 투수 이민석에게도 맡겨봤지만 믿음을 주지 못했고 2021년 이후 1군 등판이 없었던 윤성빈까지 소환됐다. 최근 데뷔 첫 승을 올린 정현수가 그나마 자리를 잡았다. 2일 현재 롯데의 팀 평균자책은 5.02로 10개 구단 중 8위에 처져 있다.
나균안이 다시 선발로 돌아올 수는 없더라도 중간 계투로서 활용 가치는 높다. 나균안은 선발과 중간 계투를 모두 경험한 투수다. 2022년에는 선발로 13경기, 불펜으로 26경기를 뛰며 총 117.2이닝을 소화했다. 1일 두산전처럼 멀티 이닝을 맡길 수 있어 롱릴리프 기용도 가능하다.
징계를 받는 동안 실전에서 던지지 못했지만 체력을 비축했다. 가장 많은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롯데는 불펜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균안의 합류는 불펜에 힘이 된다. 올시즌 현저히 흔들리던 제구도 어느 정도 잡고 돌아왔다.
나균안은 “팀 분위기는 물론 성적에 영향을 미쳐 팬분들이 많이 실망하셨을텐데 못 뛰었던 시간만큼 좀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한 약속처럼 이제는 호투로 잃어버린 신뢰를 이제 다시 찾아야한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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