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이상주의 좇다가 유럽의 제조업 거덜날 판
설립 87년 만에 독일 공장 2곳 폐쇄 방안 검토
세계 2위이자 유럽 최대 자동차 기업인 폴크스바겐이 독일에 있는 자동차 및 부품 공장 2곳을 폐쇄하는 방안을 포함한 고강도 구조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1937년 설립된 폴크스바겐이 독일 내에서 공장을 폐쇄하는 것은 87년 만에 첫 사례가 된다.
3일 독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올리버 블루메 폴크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 열린 폴크스바겐 노사 협의회에서 이 내용을 알리며, “자동차 산업이 몹시 어렵고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폴크스바겐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전기차 전환을 하는 유럽 시장 탓에 고강도 구조 조정에 내몰렸다고 분석한다. 유럽연합(EU)은 작년 2월, 2035년부터 유럽에서 내연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친환경을 위한 이상(理想)적인 대책이지만, 폴크스바겐이나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 100년 이상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선도해 온 유럽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규제가 옥죄어오자 급하게 전기차 전환에 나섰지만, 내연기관차만큼 경쟁력이 쉽게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닥치자 손실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과거 유럽의 기술을 전수받았던 중국이 전기차 굴기로 유럽까지 진출하면서 안방까지 내주게 될 위기에 처했다.
폴크스바겐 등 유럽 자동차 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유럽 제조업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많다. EU는 1993년 출범 이후 민주주의, 환경, 안보, 노동 등 다양한 이슈에서 이상적인 비전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이에 따른 각종 규제로 기업들이 전기차는 물론, 반도체나 배터리, IT 등 주요 미래 산업에서 경쟁력을 키울 기회를 놓친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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