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영장 발부된 푸틴...몽골 방문 때 왜 체포 안했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일부터 몽골을 방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당사국 중 하나인 몽골이 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푸틴 대통령을 체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ICC는 왜 푸틴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며, 회원국인 몽골이 푸틴을 체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앞으로 일은 어떻게 진행될지 정리했다.
◇Q1. ICC는 뭐하는 곳이고, 왜 푸틴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나
ICC는 2002년 7월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립된 상설 국제 형사 재판소다. 199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유엔 전권 외교사절회의에서 전 세계 123국 대표들이 전쟁 범죄를 판단하는 상설 재판소인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설립하자는 ‘로마 규정(Rome Statute)’을 채택했고, 이 규정을 근거로 출범했다. 반인도주의적 범죄, 대량 학살, 전쟁을 일으켰거나 침략을 행한 국제 범죄자에 대한 기소권을 갖는다. 국가 간의 분쟁을 주로 다루는 국제사법재판소(ICJ)와는 다른 기구다.
지난해 3월 ICC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강제로 이주시킨 혐의 등으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푸틴의 몽골 방문에 맞춰 우크라이나 등 국제 사회는 ICC 회원국인 몽골에 푸틴을 체포해 회원국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라고 촉구했으나, 몽골은 오히려 전통 의상을 입은 의장대 사열로 푸틴을 환대하는 등 ICC의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
◇Q2. 왜 몽골은 이런 요구를 무시하고 있나
몽골을 포함한 ICC 123개의 회원국은 ICC가 체포 영장을 발부한 피의자가 자국에 입국한다면 체포해야 한다. 주요 외신들은 그러나 현재 몽골이 자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푸틴을 체포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 뉴욕타임스(NYT)는 몽골이 원유·가스 등 주요 연료 수입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푸틴을 체포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몽골에서 사용하는 원유·가스의 95% 이상을 러시아에서 들여온다는 것이다. 지정학 분석가 문크나란 바야르카그바는 NYT에 “몽골은 푸틴 대통령을 접대함으로써 모스크바와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ICC 요구에 따라 체포하는 것보다) 더 쉽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몽골은 오랫동안 러시아의 그늘에서 살아왔으며, 두 나라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했다.
ICC로선 몽골에 푸틴을 체포하라고 압박·강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기도 하다. AP는 “2015년 오마르 알바시르 당시 수단 대통령이 ICC 회원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했을 때도 체포되지 않았다”면서 “ICC 회원국은 체포 영장이 나온 용의자가 자국 땅에 발을 디뎠을 경우 해당 용의자를 구금해야 한다는 책임은 갖지만, 막상 ICC가 이를 강제로 집행하게 할 순 없다”고 했다.
◇Q3. 향후 전망은 어떻게 되나?
주요 외신들은 현재로선 몽골이 푸틴 대통령을 체포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폴리티코는 몽골이 푸틴을 체포하지 않을 경우, 의무 불이행으로 ICC에 의해 사법 처리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법 전문가인 타마스 호프만은 폴리티코에 “몽골은 협력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다만 ICC가 협조하지 않은 당사국을 제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몽골에 대한 법적 제재도 불확실하다. 이런 이유로 국제 사회에선 때때로 ICC 무용론이 대두된다. 호프만은 “ICC는 사건을 당사국 총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할 수 있으며, 당사국 총회는 의무 불이행 혐의로 몽골을 규탄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위반 국가에 대한 제재와 같은 심각한 결과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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