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세트 대신 바다 마을, 난투극보다 로드 무비… 사람 사는 냄새가 당기네
‘잔잔하고 선한 콘텐츠’ 뜬다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가진 배우가 서툴지만 진심 가득한 노래를 만들어 부른다(예능 ‘신인가수 조정석’). 사육사는 눈물로 판다 푸바오와의 이별을 준비한다(영화 ‘안녕, 할부지’). 푸른 바다와 맞닿은 마을에 음식 냄새가 퍼지고 윷놀이 판이 벌어진다(예능 ‘언니네 산지직송’).
잔잔하고 선한 영향력을 가진 이야기가 시청자 마음에 스며들고 있다. 화려한 연출과 세트로 무장한 요즘 프로그램에 비하면 밋밋한데도 화제성과 호평이 상당하다. 살생이 소재로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 드물 정도로 영화·드라마·예능 전반의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선한 감성을 되살리는 콘텐츠에 대한 갈증도 커지고 있다.
◇진정성 있는 이야기 인기
지난달 30일 공개된 ‘신인가수 조정석’은 그동안 넷플릭스가 만들었던 예능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피지컬: 100′ ‘미스터리 수사단’ ‘더 인플루언서’ 등 기존에는 출연진과 세트 규모가 크고, 과감한 소재를 채택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신인가수 조정석’은 100일 안에 정규 앨범 발매에 도전하는 배우 조정석에게 교외의 주택 하나를 내어주고 그 여정을 차분히 따라간다.
공개 전 넷플릭스는 이것저것 하며 틀어놓기 좋은 ‘밥 친구 예능’으로 이 작품을 홍보했는데, 공개 후 첫 주말 시청자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넷플릭스 예능 중 하루 만에 몰아서 본 건 처음” 등 몰입해서 정주행했다는 평이 이어졌다. 주말 동안 국내 시청 순위 3위였다. 진심 어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기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과한 연출이나 억지 웃음·눈물 없이, 조정석을 아끼는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목표에 도달하는 한 편의 ‘로드 무비’ 같았다. 관련 유튜브 영상에는 “이런 거 더 만들어달라” “자극적인 것만 내놓지 말아달라”는 시청자 의견이 이어졌다.
선한 이야기의 열풍은 극장가에서도 불고 있다. ‘국민 판다’ 푸바오에 대한 팬덤은 삭막한 현실 속 따뜻함에 대한 갈증이 불러온 현상이기도 했다. 그 연장선에서 4일 개봉하는 푸바오 다큐멘터리 영화 ‘안녕, 할부지’ 예매율(15.0%)이 3일 현재 ‘베테랑 2′(32.1%)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가수 임영웅의 공연 실황 영화 예매율(8.2%)도 앞섰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석 달간의 에피소드로,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극장에서도 보려는 수요가 상당한 것이다.
◇매체의 선한 영향력 상기시켜
화제가 되고 있는 tvN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은 1화에서 멸치를 터는 모습이 흡사 1990년대부터 방영했던 KBS ‘체험 삶의 현장’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고전적이고 자극적인 요소가 하나도 없지만, 시청률 5%대를 기록하고 방영 후엔 OTT 순위 상위권에 오른다. 염정아·박준면·안은진·덱스 ‘4남매’가 바다를 끼고 있는 마을을 찾아가 먹거리와 일거리를 체험한다. 출연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돋보이고, 마을 사람의 정과 탁 트인 자연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아 ‘힐링 예능’으로 꼽히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시청자들은 자극적인 콘텐츠가 남긴 피로감을 ‘해독’할 프로그램 역시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콘텐츠들의 인기는 매체가 대중에게 발휘하는 ‘선한 영향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진정성 있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람과 자연 사이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콘텐츠는 공익성을 가진 TV 채널에서 많이 제공해왔다. 하지만 OTT로 많은 콘텐츠가 집중되고, 너도나도 자극적인 내용을 추구하면서 이런 잔잔한 콘텐츠가 구식 취급을 받았다. ‘신인가수 조정석’의 경우엔 순한 소재에 8부작의 간결함, 사전 제작으로 올라간 완성도가 합쳐져 OTT에서도 좋은 결과를 냈다.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국내 시청자의 수요도 확인시켜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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