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서 바리톤으로 변신한 독일 성악가
3일 첫 내한한 독일 바리톤 베냐민 아플(42)은 독일 가곡 전문 성악가다. 하지만 그의 원래 직업은 은행원이었다. 고향인 독일 레겐스부르크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2009년 ‘기업 공개 철회에 관한 실증 분석’으로 학위 논문을 받고 은행에 입사했다. 아플은 “어릴 적부터 소년 합창단에서 활동했지만 여행 가방을 갖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노래하는 성악가의 삶을 살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뒤늦게 독일 뮌헨 음대와 영국 런던의 길드홀 음악원에 다시 들어가 성악을 전공했다. 소년 합창단원에서 경영학도와 은행원을 거쳐서 가곡 성악가로 기나긴 우회를 한 셈이다. 아플은 “성악 외에는 내면의 감정을 표출할 방법이 없겠다고 깨닫게 된 이후에는 내 결정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가 가곡 전문 성악가로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게 된 계기가 있다. 독일 가곡의 전설적 바리톤인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1925~2012)의 마지막 제자가 되면서다. 그는 2009년 오스트리아의 마스터클래스(공개 강좌)에서 피셔 디스카우를 처음 만난 뒤 스승이 세상을 떠나기 불과 3주 전까지 함께 공부했다. 아플은 “강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독일 가곡 10곡을 사전 녹음해서 제출해야 한다기에 저는 욕심을 내서 30곡을 불렀다”며 웃었다. 당시 강좌는 하루에 1명씩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마지막 날까지 그는 생존했고 결국 제자로 발탁됐다. 그는 “스승으로서 피셔 디스카우는 무척 엄격했지만 작곡 의도와 탄생 배경부터 화성과 분위기까지 무대에서 단지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조’했다”고 말했다.
아플 역시 2022년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 음반을 발표하고 이 작품을 주제로 한 BBC 다큐멘터리 영화 ‘겨울 여행’에 출연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한세예스24문화재단 주최로 열리는 리사이틀에서도 그는 사이먼 레퍼의 피아노 연주로 ‘겨울 나그네’를 부른다. 이 가곡의 매력에 대해 그는 “젊은이의 내면적 여행을 그린 이 가곡은 거의 200년 전의 작품이지만 시간을 초월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시와 음악이 결합된 가곡은 독일 최고의 문화 수출품”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남 요인 암살용? 北, 자폭무인기로 BMW 폭발 장면 보도
- 중앙지검, 명태균 관련 ‘尹대통령 부부 고발’ 창원지검 이송
- 주말 한파주의보급 추위…다음주까지 초겨울 추위 이어져
- 尹대통령·시진핑, 페루서 2년만에 정상회담
- ‘북한강 시신 유기’ 양광준 동문 “동상 걸린 후배 챙겨주던 사람…경악”
- 권익위 “尹정부 전반기 26만명 집단 민원 해결”
- 수험표 배달에 수험생 수송까지...“콜택시냐” 경찰 내부 불만 나왔다
- Trump team plans to end EV tax credit, potentially hurting Korean automakers
- ‘해리스 지지’ 유명 배우 “미국 디스토피아, 떠나겠다”
- 내년 아파트 공시가격도 시세 변동만 반영...현실화율 69% 동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