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지속 가능한 음악 축제

황선업 대중음악평론가 2024. 9. 4.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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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페스티벌 전성시대다. 지역마다 다양한 성격과 주제를 내건 축제를 기획한다. 처음 열리는 행사도 많다. 지난 6월에는 전국적으로 음악 페스티벌이 하루 6건 동시에 열린 날까지 있었다.

좋은 음악 축제가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출연진의 수준이나 유명도를 꼽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음악이 갖는 다양성을 생각하면 모든 관객의 취향을 맞추기는 어려운 일이다. 18년째 인천에서 명맥을 이어 온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도 매년 출연진에 대한 불만이 쏟아진다. 성에 안 차는 외국 가수, 록이 아닌 장르 뮤지션 등장, 아이돌 같은 기획형 그룹 출연 등 불만을 갖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올해는 4인조 걸밴드 ‘QWER’이 도마에 올랐다. 데뷔 1년도 안 된, 그마저도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기획한 팀이 다른 쟁쟁한 뮤지션들을 대신할 자격이 있냐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그 불평꾼들이 축제가 열린 송도 달빛축제공원을 실제로 방문한 적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한번이라도 와 봤다면 관객들은 출연진 유명도가 아니라 음악에 맞춰 색색 깃발이 휘날리고 땀방울이 흐르는 공연장의 열기를 좇아 모인다는 것을 알 것이다. 더위가 극성을 부린 지난달 초 섭씨 35도에 이르는 무더위 속에서 치른 QWER의 무대를 실제 접한 관객들 반응은 흥겹기만 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이나 ‘아시안 팝 페스티벌’도 좋은 사례다. 두 축제 모두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유명 가수 출연진은 드물었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만족하며 돌아갔다. 내년에 다시 오겠다는 이도 많았다. 대형 스타 한두 팀에 의존하기보다 ‘비무장지대에서 열리는 평화 공연’ ‘아시아 문화를 음악으로 대동단결’ 같은 명확한 주제 의식과 관객들의 경험에 초점을 맞춘 공연장 분위기 덕이었다.

출연진의 이름값은 관객 취향을 묶어주는 일종의 가교일 뿐이다. 유명한 아티스트로만 꾸민 일회성 행사에는 결국 화제성을 좇아 온 그날의 관객만 모일 뿐이다. 음악에 오래 애정을 갖고 매년 축제를 찾아온 이들은 각박한 세상에서 잠시라도 온기를 나눌 무대를 갈구한다. 그런 무대를 충족해 줄, 지속 가능한 축제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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