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미의감성엽서] 고맙고 예쁜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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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8월의 마지막 날.
오늘은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다.
날씨도, 함께 먹는 점심도, 행당동 골목길도, 골목길 중간쯤 들어선 카페도, 오늘 오후 우리가 다 함께 볼 연극 '맹진사댁 경사'에 출연하는 한 친구를 축하해줄 노란 국화 화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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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보게 다듬어진 왕십리, 그 한가운데서 친구들을 만나니 반갑고 예뻐서 모든 것이 좋아, 좋아로 변한다. 날씨도, 함께 먹는 점심도, 행당동 골목길도, 골목길 중간쯤 들어선 카페도, 오늘 오후 우리가 다 함께 볼 연극 ‘맹진사댁 경사’에 출연하는 한 친구를 축하해줄 노란 국화 화분도.
우리는 넓고 쾌적한 카페에 앉아 그동안 호주머니에 꾹꾹 눌러 놓았던 수다를 하나하나 꺼내놓으며 모처럼 만에 이야기 폭죽을 터트리는 재미를 누리며 웃고, 또 웃는다. 그러다 결국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독서 스터디, ‘시作의 풍경’팀답게 책 이야기로 넘어와, 이번 9월부터는 소설가 황석영 선생이 지난 100년간 발표된 한국 단편소설 중 101편을 선정하고 해설을 붙인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을 읽는 게 어떨까? 그러면 시대별 한국문학작품을 되짚어보는 계기도 되고, 중요 작품을 다시 읽는 기쁨도 누릴 수 있고, 그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우리 청춘도 만날 수 있을 테니 꽤 재밌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는 등등의 의견이 오가고, 다시 이어지는 수다….
시를 사랑하고, 책 읽는 즐거움으로 똘똘 뭉친 사이라 함께 읽은 책을 나누고 공부하는 사이, 마법과도 같은 책이 우리 우정에도 작용했는지 이제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버린, 그 우정이 주는 정서적 미덕만큼 다정하고, 자유롭고, 소박한 친구들. 나는 이 친구들이 있어 정말 좋다. 고맙고 예쁘다.
김상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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