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계엄령 시즌1을 기억하십니까

양지호 기자 2024. 9. 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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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계엄령 시즌1′에 이어 최근 ‘계엄령 시즌2′가 개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근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말까지 했다. 민주당 최고위원과 수석최고위원에 이어 당대표까지 나서서 ‘계엄령 괴담 빌드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계엄령 시즌1을 되돌아보자.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기무사가 계엄 검토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전방위적 수사에 들어갔다. 민군 합동으로 검사 30여 명으로 구성된 합동수사단이 104일간 전현직 군 주요 직위자 200여 명을 조사했다. 당시 장준규 전 육군총장은 물론 수방사령관, 전방부대 사단장, 공수여단장을 조사했고, 기무사를 대상으로 수차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하지만 내란음모·쿠데타 혐의로 단 한 명도 기소하지 못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수사와 별도로 기무사를 해편(解編)했다. 기무사를 ‘해체에 준하는 수준으로 근본적으로 재편한다’는 뜻에서 나온 표현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윤석열 정부에서 방첩사령부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 정부에서 방첩 역량과 조직이 크게 약화했다는 판단에서였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군에 따르면 기무사가 해편되면서 부대 정원의 30%에 달하는 1200명이 감축됐다. 1200명이 감축돼 원대 복귀한 이후 원대 복귀자 2명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줄어든 1200명 가운데 방첩·보안 전문 인력은 700명에 달했다고 한다. 국가보안법 위반자 검거 실적은 급감했다. 노무현 정부 12명, 이명박 정부 45명, 박근혜 정부 20명에서 문재인 정부 ‘0명’이 됐다. 최근 대북정찰 핵심자산인 백두·금강 정찰기 관련 기술 자료가 해킹되고, 인도네시아 파견 근무자가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기밀을 탈취했다. 이 같은 방산 관련 방첩 역량 약화는 역시 기무사 해편 과정에서 벌어진 방첩 역량 약화 때문이라는 시각이 군 내에서는 팽배하다.

방첩 역량 약화에 이어 군 기강 해이도 벌어졌다. 기무사가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바뀌는 과정에서 정보사령부(휴민트 담당)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에 대한 외부감사권이 2018년부터 사라지면서다. 당시 장관 지시로 기무사를 축소하면서 이 부대들에 대한 감사권을 제한했다고 한다. 외부 감사를 받지 않게 된 정보사령부와 777사령부에서는 사건 사고가 이어졌다. 정보사에서는 군무원의 블랙요원 정보 유출, 사령관과 여단장의 맞고소·고발이 터져나왔다. 777사령부에서는 전역을 1달 앞둔 말년 병장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지만 최근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계엄령 시즌1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이제 막을 올린 계엄령 시즌2가 야권 의도대로 무사히 종방을 마치게 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적국(敵國)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란 생각은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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